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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스트찬스 살롱? 유령마을의 마지막 레스토랑!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6.05.11

    카테고리

    캐나다, 음식,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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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곳에나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이유 하나로 가치를 얻는 곳들이 있다. 지난 시간을 덧입은 무언가에 대한 진한 향수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에 빠져드는 듯싶다. 탄광업이 망하고 유령도시가 된 캐나다 허허벌판의 황무지에 유일하게 남은 호텔과 레스토랑도 오래됨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백여 년 전의 시간이 누적되어 있는 곳으로의 타임슬립을 할 수 있는 곳이다.

     

     

    * 황무지의 중심에서 늙은 레스토랑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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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앨버타주에는 광대한 대지가 펼쳐져 있다.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그 대지 속살을 파고들며 흐르는 강을 만날 수 있고 강의 곁으로 차곡히 쌓인 시간을 눈으로 새김하며 볼 수 있다. 마른 바람이 쓸어내리는 벌판도.

    황무지의 도시 드럼 헬러 Drumheller는 탄광 지역이었다. 드럼 헬러에서 남쪽으로 14km 가량 떨어진 곳에 탄광업으로 성했던 마을의 잔재가 있다. 이곳에 가려면 정말 산 너머 물 건너 가야 한다. 차를 통째로 싣고 움직이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오토바이를 탄 사내들을 보더니 운전을 맡은 할아버지가, 저들의 오토바이는 할리가 아니야,라며 씩 웃으며 자신의 할리 사진을 보여 준다. 그는 오토바이 탄 사람들이 들을까 봐 귓가에 말해 준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지. 할리데이비슨을 가진  사람과 할리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 나는 전자야! 라고 으쓱대며 자신의 애마를 보여주는 얼굴이 천진난만하다.

    그러면서 지금 가는 곳이 바로 1년에 한번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이 수백수천 명이 집결하는 곳이라 설명해준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같은 다리를 지나 서부 영화 한가운데로 들어온 듯한 길을 흙먼지 뿜으며 달려야 한다. 강을 건너면 철로가 남아있는 곳이 나온다. 쓰러져가는 골격만 남은 집 몇 채 뿐인 유령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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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마을에 레스토랑이 딱 1곳 있다. 이 앨버타 주 웨인 더스티 붐 타운 The Dusty Boomtown of Wyne탄광업은 1912년 시작되었고 이후 최대 번성기에 웨인의 인구는 약 2500명을 넘어서는 정도였다. 그러나 탄광업은 1950년대 막을 내렸고 1957년 마을엔 27명이 남았다. 아무도 남지 않았다, 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마을은 유령처럼 변했다.

    하지만 그 때의 호텔과 레스토랑이 사라지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바람대로 남아있는 곳- 로즈 디어 호텔 Rose deer Hotel이다. 1913년 문을 열었다. 그 옆의 레스토랑이 카우보이가 말을 타고 황야의 무법자처럼 달리던 시절부터 있던 레스토랑, 더 라스트찬스 살롱 The Last Chance Saloon이 있다. 어느 짐승의 슬픈 조각은 인간의 전리품이 되어 문 앞을 장식하고 있다. 레스토랑 나무 벽 어딘가에는 무법자들이 쏜 총알 자국이 남아있다고. 

    우여곡절끝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났어도 로즈디어 호텔과 그 옆의 레스토랑 라스트찬스 살롱은 사라지지 않고 100여 년 넘게 문을 열고 있다. 올해로 103년째 인가. 곳곳에 몽땅 박스 안에 넣어져 휙 버려지고도 남을 용도폐기된 물건들도 사라지지 않고 당당하게 남아 있다. 여전했으면 좋겠다- 그 바람이 낡은 호텔과 녹슨 것들, 그리고 이 레스토랑을 지키고 있다. 

     

     

     

    * 황무지의 중심에 서서 여전함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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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됨, 낡음을 찾아서 모인 사람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도로를 달려 이곳에 왔다. 허허벌판을 지나 이 마을에 오는 모든 사람은 모두 이곳을 들르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을 맞아 일 년 내내 문을 열고 있는 라스트찬스 살롱은, 라이브 뮤직을 연주하기도 하는 레스토랑이자 펍이다.

    실내는 서부영화 속에서 보던 시골 동네의 펍과 같은 모습이다. 모든 것은 '그대로'이길 원한다. 그 사이로 배드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여전함을 살핀다. 삐그덕대는 문을 열고 들어와 생맥주를 마시며 버펄로 고기 버거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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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 동물들의 박제된 얼굴이 여기저기서 으르렁대고 있고, 긴 시간동안 스쳐간 사람들의 흔적- 천장에는 각국의 돈이 붙어 있다. 낡은 당구대와 언제 적 유물인지 싶은 먼지 뒤집어쓴 잡동사니가 가득, 줄지어 늘어서 있다. 내 나이보다 곱절은 많은 저 작은 것들이 여기의 주인 같다.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낡고 보잘 것 없는 것들 위로 내려 앉아 있으면 쉽사리 버릴 수 없다.

    환갑이 넘은 할머니가 매끈한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면 지나는 사람이라도 한번 바라보게 될 것이다. 저기 주크박스가 그렇다. 뉴올리언즈의 빅밴드일까, 맥주 한두 병 놓고 수십 년 전과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주크박스. 오늘도 노래한다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흰색과 빨간색, 파란색으로 줄무늬가 있는 건 이발소를 의미할까 더 옛날의 빨간 동맥, 푸른 정맥, 흰 붕대를 상징하던 외과의사의 간판일까. 시간은 한없이 거슬러 올라간다.

     

     

     

    * 황무지의 중심에 서서 버거와 맥주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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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뜰이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마른 바람 사이로 모든 걸 표백시킬 듯한 햇살이 내리쬔다. 차양 안으로 들어가 나무 탁자에 앉는다. 버거와 샌드위치류, 그리고 맥주류가 있는 메뉴판을 내민다. 영국에서 온 남자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가족들, 그리고 홀로 여행 중인 브라질 대학생이 같은 탁자에 앉았다.

    인디언 이름이 적힌 버거와 생맥주를 시킨다. 환갑을 훌쩍 넘은 듯한 아주머니들이 쾌활하고 친절하게 주문을 받는다. 농담을 섞어가며 이런 저런 주문을 작은 수첩에 적는다. 휙휙 흘려서 약자로 능숙하게 적는 걸 보니 이곳에서 잔뼈가 굵었나보다. 일단 시원한 생맥주가 나왔다. 말라가는 대지 위에 단비처럼 생맥주는 온몸으로 스몄다. 따꼼따꼼한 탄산과 함께 싸하게 밀려드는 차가운 기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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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이 버거가 나왔다. 감자나 고구마, 양파 튀김과 함께 나오는 버거. 토마토와 상추, 붉은 양파와 새큼한 피클, 하우스 소스를 더했다. 사이드로는 양파튀김을 주문했다. 양에 일단 만족했다. Flathead burger는 납작머리 버거인가. 낯선 이름은 보통 인디언 언어인 경우가 많다. 북미 지역의 인디언 중 그런 머리모양을 하고 다닌 인디언들이 있다고.

    버거가 큼직한 건 좋은데 소스가 너무 적다. 건건한 버거. 그러나 허기진 터라 버거는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머스터드와 케찹을 잔뜩 뿌려서. 양파 튀김은 바삭바삭한 것이 아주 별미였다. 맥주 한잔이 온데간데없다. 맥주 한잔 더! 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앞에 앉은, 브라질에서 온 대학생도 비워지는 잔을 만지작거린다. 눈이 마주치고는 서로 같은 생각에 웃었다.

    식탁은 왁자지껄하다. 누군가는 푸틴(감자튀김에 그레이비소스를 얹어 만듦)을, 누군가는 윙을 주문했다. 여하간 어떤 메뉴든 사이드로 나온 튀김들은 맥주에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풀어 놓았고, 먹고, 수다를 늘어 놓았다. 황무지의 유일한 레스토랑으로 달려온 몇 시 정각에 떠나기를 정하지 않은 하루 여행 동지들은, 참 느긋히 먹고 마셨다. 바쁘게 여러 군데 눈도장 보다는 보다 천천히 한두 군데라도 충분히 머무는 편이, 좋다.

     

     

     

    * 황무지에 홀로 서서 여행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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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벌판의 유일한 레스토랑이라 마주 앉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앞에 앉아 버거를 야무지게 우물우물 씹어 넘기면서 혼자 여행 온 대학생이 말한다. 보고 싶은 연인이나 가족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혼자가 좋다고. 아마 가족, 남자친구와 함께였다면 이런 여행은 못 했을 거라며,  취향과 관심사가 달라서 미술관 같은 곳은 아마 다 빼야 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의 이야기 - 혼자의 결정이면 족하고, 멈추던 머무르던 그 또한 마음껏이라는 '혼자여행' 의 예찬이 이어졌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건 여행의 다양한 형태를 만나는 것과 같다.

    여행의 동반자는 따로 있는듯 싶다는 말에 그녀는 무척이나 동감했다. 옆 자리의, 치즈를 더한 버거를 주문한 할아버지가 지긋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같이 들었다. 인원수로, 정원이 둘 이상인 프로그램을 못하거나 셀카찍기 어색한 것 말고는, 혼자의 여행은 자유로움의 매력이 가득하다고. 오래 알아온 사람이거나 친구, 연인보다 자신의 여행 기질에 맞는 사람과의 여행이,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녀는 '충분한 혼자'였다. 혼자인 시간, 혼자 여행의 매력을 알아서인지 그녀는 함께 있어도 불편 주지 않았고, 가끔 사진을 서로 찍어도 되냐고 조심스레 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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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저런 이야기를 꽤 나누었다. 이렇게 여행길에서는 누구를 만날지 모른다. 가끔 만나게 된다. 어떤 부분의 생각이 잘 맞는 '낯선 사람'을 발견한다. 생각의 도플갱어처럼. 지구 상에 나와 정말 다른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사람과 맞아! 하면서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 여행지에서 잠깐 만나는 사람들은 가없는 우주공간에서 서로 다른 궤도를 돌다 아주 우연히 아주 잠깐 비껴가는 인공위성 같은 만남이라고 종종 생각한다. 곧 헤어질지라도 만났다는 자체가 특별한 일이다. 만날 확률이 적기 때문에 만났다는 자체가 경이롭고도 의미있는 일이다.

    유쾌한 점심. 낡아서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에서의 작열하는 열기 사이로 시원한 맥주와 버거. 그리고 만남. 실내 한편에서는 주크박스는 아직도 신나게 음악을 연주한다. 불빛이 반짝이고 작은 인형들이 소리를 내고 있다. 사람들은 수십 년 족히 된 주크박스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 100 여년 전쯤, 라스트 찬스 살롱 Last Chance Saloon 앞에서 서로를 겨누던 사내들의 총알이 박힌 레스토랑에서, 맥주의 김이 천천히 식어가는 사이로 음악이 퍼져나갔다.

     

     

     

    * 앨버타주 여행 라스트 찬스 살롱 Last Chance Saloon 정보
    - Add: 555 Jewell St Rosedale, AB T0J 2V0, Canada
    - Tel : 403-823-9189
    - Open : 월-목11:00-23:00 /금-토11:00-23:00 /일 12:00-19:00
    - http://visitlastchancesaloon.com/
    - Menu & Price : Flathead burger 10.25$, Panthead burger 13.75$, Shovelhead Burger 12.75$, homemade pie 12.75$, Fish and Chips 13.00$, Veggie wrap 9.5$, BTL Bunwich 9.25$, Ideal Salad 10.95$, Poutine 8.95$, Beer 4.75$, Premium Beer 5.75$ etc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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