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새로운 색을 알게 되다, 가마쿠라 메이게쓰인

    moo nee moo nee 2016.06.13

    카테고리

    일본, 풍경

    꽃 중에서 수국이 제일 좋다. 작은 꽃들이 동그랗게 모여 있는 모습이 참 탐스럽다. 흰색, 파스텔톤 분홍, 진한 분홍, 짙은 초록, 연두, 담청색, 보라 등 색도 모양도 다양한 수국은 장마와 함께 다가온다. 일본에서는 6월, 한국에선 7월 즈음. 

     

     IMG_0631

    IMG_2296

    수국으로 유명한 가마쿠라를 지난해 5월에 다녀왔고 올해 다시 찾아갔다. 작년에 지나친 풍경은 초록뿐이었는데 올해는 몽글몽글 화려한 색감이 더해져 있었다. 

     

    일본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2권의 표지 배경이기도 한 가마쿠라의 메이게쓰인(明月院)은 가마쿠라역에서 30분 정도 걸어야 다다를 수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마쿠라에서 살고 있는 세 자매의 집에 이복동생 스즈가 이사 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네 자매의 일상이 담긴 따뜻한 스토리. 

     

    2권 ‘한 낮에 뜬 달’ 표지에는 담겨 있으나 내용 중 메이게쓰인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낮에 뜬 달’은 6월의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구석구석에 예쁜 수국이 한창이다. 매실도 영그는 시기여서 스즈의 친구들은 수확을 하고, 매실주를 담그기도 한다.

     

     

     

    절이니 문을 닫을 일이 없을 거란 안이한 생각으로 걸어가다가 300미터를 남겨두고 17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력질주. 

     

    IMG_2386

    메이게쓰인은 1160년에 야마노우치 쓰네토시 (山ノ内経俊)가 창건한 메이게쓰암(明月庵)에서 기원한다. 쓰네토시는 당시 헤에지의 난에서 전사한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IMG_2308

    IMG_0632

    그 후 1380년 우에스기 노리카타(上杉憲方)는 이곳의 절을 중흥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절의 크기를 키우고, 탑두도 세웠다. 이때 메이게쓰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으며 사실상 이 시기를 절의 창건연도로 두고 있다. 수국이 아름답기로 잘 알려진 절이다.  

     

     Processed with MOLDIV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것은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다. 수국이 한창인 시기라 월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도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때문에 다른 날 좋은 시간 때 갔다면 도저히 프레임 밖으로 사람들을 내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사흘 동안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주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수국이지만, 메이게쓰인은 조금 더 특별했다. 경내에 심어있는 수국은 대부분 히메아지사이(ヒメアジサイ) 라고 하는 종이라고 하는데, 히메아지사이는 맑은 청색 빛을 품고 있다. (이름도 어쩜 공주 수국이라니.)

     IMG_0636

    이 투명한 푸른빛을 특별히 '메이게쓰인 블루'라고 부른다. 초록색 잎들은 메이게쓰인 블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정말 아름다운 파랑이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접사를 찍는 사람도 많고, '와 이게 크네'라며 더 크고 풍성한 꽃을 찾아다니는 커플도 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수국과 함께 사진에 담고 싶은 아빠는 열심이지만, 아이는 "엄마가 찍으라"며 징징대기만 할 뿐이다. 

     

    (엄마의 실력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빠와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일까. 매우 궁금했다.)

     

    IMG_0647 

    17시 15분까지는 경내에 머물게 해주는 데, 그 후에는 칼같이 문을 닫아버린다. 13 ~14분쯤엔 수국만 담긴 장면을 찍어 보겠다며 계단 밑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계단 위에서 미쳐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은 사진 안으로 뛰어들 수도 없고 문이 닫힐까 초조할 뿐이다. (나름 재밌는 풍경입니다.) 

     

    나도 문이 닫히기까지 몇 초라도 더 버텨보자며 계단 밑에 서서 셔터를 몇 차례 눌렀다. 

     

    IMG_2328 

    6월의 가마쿠라, 메이게쓰인 블루. 한 번쯤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새로운 색을 하나 더 알게 되는 일이니. 

     

     

     

    IMG_2351

    INFORMATION

    가는 법 : JR 요코스카선 기타가마쿠라역(北鎌倉駅)에서 도보로 10분

    주소 : 神奈川県鎌倉市山ノ内189

    관람시간 : 매일 9 : 00 ~ 16 : 00 (6월은 8 : 30 ~ 17 : 00)

    입장료 : 300 엔 (6월은 500엔)

     

     

    moo nee

    배경여행가. 책, 영화, 드라마를 보고 주인공의 모습이 지워진 배경에 들어가 보는 여행을 하고 있다. 백과사전 회사에서 5년 가까이 근무. 건조하고 차가운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으니, 촉촉하고 다정한 글을 찾고 쓰는 일이 낙(樂)이 되었다. 지금은 IT회사에 재직 중. 저서로는 <다정한 여행의 배경>이 있다. www.istandby4u2.com

    같이 보기 좋은 글

    일본의 인기글

    moo nee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