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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서, 플로리다 키웨스트

    Lottie 로티 Lottie 로티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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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미국

    헤밍웨이의 문체는 간결하며 유려하여 술술 읽힌다. 그의 소설은 70%이상이 단문이다.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책을 집어 들 때에는 어김없이 헤밍웨이를 찾는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헤밍웨이를만나고 흥분한 주인공이 자기가 쓴 글을 좀 읽어달라 부탁하자 헤밍웨이가 꼭 자기가 쓴 문장처럼 깔끔하게 한마디 한다. "My opinion is I hate it. If it's bad, I'll hate it because I hate bad writing, and if it's good, I'll be envious and hate it all the more." (내 의견은 이미 '싫다'야. 글이 형편 없으면 형편 없어서 싫고 글이 좋으면 질투가 나서 싫겠지.) 그 장면이 내가 상상한 헤밍웨이의 모습하고 너무 뻔하게 일치해서 크게 웃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헤밍웨이였다. 미국의 최남단. 날씨 좋은 날 자세히 보면 쿠바가 보인다는 휴양지이자 헤밍웨이가 말년에 10년정도 거주하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노인과 바다'등을 집필하는데 영감을 주었다는 곳. 그가 살았던 집, 자주 갔다는 선술집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섬. 궁금했다. 과연 세계적인 작가가 말년을 보내며 희대의 역작을 탄생시킨 곳은 어떤 환경일지.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우리 일행은 먼저 마이애미에 도착해 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마이애미에서 키웨스트까지는 7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 되어 있는데 그 중 맨 마지막 섬이 키웨스트다. 운전해서 가면 4시간 정도 가야 하지만 가는 길이 일품이다. 바다 위 다리 위를 달리며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푸른 바다뿐. 이 길이 미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나. (참고로 마이애미는 일년 내내 따뜻하다고 해서 일부러 겨울에 여행을 갔었는데 비바람, 폭풍우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기도 해서 렌터카는 예쁜 디자인보다는 튼튼한 것 위주로 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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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웨스트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여행객들의 포토존- 서던모스트 포인트. 이곳이 미국 땅에서 가장 남쪽이라고 한다. 90마일(약 145km)만 더 가면 쿠바라는 표시가 이곳이 쿠바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실감케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엔 쿠바가 보이기도 하다던데 내가 갔던 날은 흐리고 구름이 많이 껴서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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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가 가까워서 그런지 키웨스트는 곳곳에서 쿠바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첫 날, 관광객들에게 꽤 좋은 리뷰를 받은 쿠바 레스토랑 <El meson de Pepe>를 찾아갔다. 독특한 인테리어에 그만큼 독특한 쿠바요리를 즐길 수 있다. 여럿이서 다양하게 메뉴를 주문했는데 콩과 나초를 이용한 음식이 많아 멕시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 예약을 위한 홈페이지 : http://www.elmesondepe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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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먹고 나와 근처 쇼핑몰을 둘러보기로 했다. 작은 섬에 형형색색의 아기자기한 가게와 집들이 모여 있어 마치 중남미나 스페인을 연상케한다. 갤러리나 카페도 많다고 하니 키웨스트에서 오래 머물 관광객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구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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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눈에 띄는 표지판을 발견한다. 미국의 1번 국도 표지판. 키웨스트는 미국의 1번 국도가 시작하고 끝나는 곳이다. 가장 남쪽인 이곳에서 시작한 이 도로는 북쪽의 메인주까지 올라갔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키웨스트에 여행 오기 전 한참 북쪽인 동부에서 늘 보던 1번 국도의 시작이 이렇게 먼 곳이라는 걸 깨달으며 새삼 이곳에 와 있는 스스로가 대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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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헤밍웨이의 생가를 둘러보는 것으로 여유로운 키웨스트 산책에 나섰다.
    생전에 고양이를 많이 키웠다는데 아직도 그의 생가 박물관에는 고양이가 넘쳐난다.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가 쓰던 방, 서재 등을 모셔 놓은 소박한 2층집이었다.

    헤밍웨이의 생가에서 나와 바닷가로 가 노을을 감상했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 석양을 놓치지 않을만큼 노을을 중시하는 나이건만, 키웨스트의 노을은 지금까지도 내 개인적인 노을컬렉션 중 탑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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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웨스트의 해안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헤밍웨이의 역작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문장을 되뇌었다.

    "The old man was dreaming about the lions.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책은 정말 너무도 지루하고 지루해서 중간에 몇번이나 읽기를 포기한 책이었다. 참고 참으며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개다운 전개를 맛본다. 노인이 자랑스러운 큰 물고기를 잡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떼에게 다 뜯기고 뼈만 남게 된다는. 하지만 누군가는 그 뼈를 보고 상어의 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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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헤밍웨이의 인생이었는지, 모든 '노인'들의 인생인지는 아직 젊은 나는 잘 모르겠다. 결말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인내하는 그 지루함이 삶인걸까. 돌아오는 순간에 다 사라져버린 물고기처럼, 또 인생이란 결국 그렇게 허망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자꿈을 꾸는.. 헤밍웨이의 남성다움과 용기에 결국 탄복하며.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아직 젊은데도 사자꿈 따위는 꿀 생각조차 안하는 나를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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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양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용서하듯 감싸며 마음을 편하게 해 주던 그날 저녁. 

    키웨스트에서 나는 포기를 모르는 노인이 바라봤던 바다를 한없이 감상했다. 
    주위에는 나와 같은 젊은 여행자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던 헤밍웨이도 아마 그 장소에 오래 머물렀던 날이 있었을 것이다. 
    노인도 차마 놓지 못했던 사자꿈을.. 젊은이들 모두가 품기를 바라면서. 

    P.S- 직접 가본 곳은 아니지만 키웨스트에는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유명한 바가 있다. 이름은 Sloppy Joe's Bar. 헤밍웨이 생가에서 그리 멀지 않고 식사도 가능하다고 한다. 

     
    Lottie 로티

    여행과 음악을 사랑하는 자유기고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한 말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 but in having new eyes.(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이 여행의 모토이며 매일을 여행이라 생각하고 사는 생활여행자이다. 블로그: blog.naver.com/moon_river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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