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길을 산책하는 여행을 좋아한다면. 한가로이 걷던 길에 눈에 띈 것을 어여쁘게 느낄 수 있는 시선을 갖은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이라면 사가현 이마리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앤티크 한 시간 여행보단 곳곳에 마주치는 아기자기한 도자기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도보여행을 즐기는 나에겐 이색적인 여행지였다.
한낮의 더위에 사람들이 집안으로 들어갔는지 여행을 온 우리 외엔 거리에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현대적인 건물들만 보다 이곳에 오니 진짜 일본 여행을 하는 것 같다. 어느 집에선가 기모노 차림의 친절한 일본인이 나올 것 같은 오카와치야마.
한산한 동네 골목을 걷는 건 행운이다.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 가옥 하나하나 특색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외지면 외질수록 빈 가옥이 눈에 많이 띄는 편인데 이곳의 가옥들은 제 주인을 들어앉히고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이 모여 사는 오카와치야마.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상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자기 다리. 모르고 찾은 이라도 이것을 보고 이곳이 도자기와 관련 있는 마을이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을 안에는 실제 구매 가능한 도자기 가게들이 있다. 몇몇 곳은 사진촬영을 일절 금하기 때문에 눈으로 담는다. 자기의 청량한 소리에 절로 지갑이 열리는 기현상도 체험하게 되는 오카와치야마의 도자기 가게. 집안 꾸미기 좋아하는 갓 시집 간 새댁이라면 갖고 싶은 것이 많을 것 같다.
오카와치야마에는 천이 하나 흐르는데 이 아래서 물놀이가 한창이다.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저 아래 내려가 발이라도 담가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던 길.
대부분 개조되긴 했지만 그래도 일본 가옥의 풍미는 그래도 담고 있는 오카와치야마의 가옥들. 길을 따라 오르며 이 가옥들을 보다 보니 내 몸에 기모노가 입혀지는 착각에 빠져든다. 와라쿠엔에서 유카타 입고 동네 마실 했던 기억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마을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신사를 하나 만나게 된다. 곤겐다케신사. 꽤 높은 곳까지 올라야 해서 고민하다가 시간 관계상 결국 오르진 못 했다. 한국에 와서 신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이마리의 중요 유형 문화재 중 하나라고 한다. 거의 등산하다시피 올라야 신사의 정상을 만나게 되는데 사진으로 만나본 신사의 커다란 바위 아래 지어져 있었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제일 먼저 이 신사를 찾아야겠다 다짐해본다.
문밖을 나서면 어디든 여행.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발길 닿는대로 기웃거리는 뚜벅이 여행가 R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