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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유의 싱가포르, 상쾌한 아침 즐기기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6.07.29

    카테고리

    싱가포르, 음식, 휴양,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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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에서는 생각보다 조바심을 많이 내면서 다닌다. 얼마 만의 휴가인가- 하면서 명소 한 곳이라도 더 들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지기 일쑤다. ​이럴 때일수록 휴식의 본질을 새김한다. 낯섦이 주는 신선함과 설렘을 친구삼아 천천히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지 마음먹는다. 그러기에 좋은 것이 산책과 브런치다. 평소 이 두 단어를 각별하게 좋아하는 건, 단어에 담뿍 담긴 여유로움 때문이다. 평소 바쁘고 열심히 살고 있는 까닭은 여유로움 때문이 아니던가. 싱가포르에서 찾은 상쾌함과 여유로움, 페이버 산의 산책과 로버슨 키의 브런치에 있었다.

     

     

    * 페이버 산에서 즐기는 아침 산책의 여유

    1 싱가포르_페이버산 공원_GA남연정_160623

    여행 중에는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찍 눈을 뜬다. 설렘이 흔들어 깨우는 아침, 오늘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라는 즐거운 생각들로 노래하듯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이국에서 아침을 맞으면 날마다 맞이하던 아침이 참 색다르게 다가온다. 햇살의 반짝임, 투명도가 미묘하게 다르달까. 일상을 벗어나 지긋한 눈길로 바라보는 아침 하늘의 색이 환한 기분을 고양시켜준다. 다시 찾은 싱가포르에서 맞는 또 하나의 아침, 오늘은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화려한 도시를 조금 벗어나 초록의, 자연의 싱가포르를 느끼고 싶어졌다. 무성한 초록이 생명력 내뿜는 풍경 속으로 출발!

      

    2 싱가포르_페이버산 산책로_GA남연정_160623

    덥고 습한 나라지만 아침의 기운은 보다 서늘하고 상쾌하다. 조금 땀에 젖기는 하겠지만 천천히 푸른 길을 따라 전망 좋은 곳을 향하는 발걸음은 즐거울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MRT 하버프런트 역으로 향했다. 보통 센토사로 가기 위해 들르지만 온전히 하버프런트 역의 페이버 산 Mt Faber를 가기 위해서다. 역에 내려서 큰 길 하나 건너면 바로 언덕이 보인다. 우리네의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산이 아니라 둥그레 한 곡선이 순한, 낮고 아담한 산이다. 유모차, 휠체어 길은 없지만 계단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 꼬마들도 어려움 없이 오를 만한 산이다.

      

    3 싱가포르_페이버산 바다전경_GA남연정_160623

    싱가포르 가장 남단에 솟아 센토사섬과 마주한 페이버 산. 이 산 공원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중 하나이며 싱가포르에서는 손꼽히는 높이를 자랑한다. 남쪽으로 파시르 판장 Pasir Panjang 등과 푸르른 바다 풍경에 케이블카까지, 북쪽으로는 싱가포르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명소다.

      

    5 싱가포르_페이버산 도시전경_GA남연정_160623

    겁먹지 않아도 된다. 높이는 참 아담하여 계단을 천천히 따라 걸어 오르면 15분 정도면 페이버 산 피크와 전망대에 도착한다. 걷는 내내 좌우로 바다와 도시를 한가득 껴앉고 걷는 듯하다. 평소에 출근 채비에 정신없던 아침과 확연히 다르다. 아침부터 부지런 떨며 이곳을 찾은 보람이 느껴진다.

      

    4 싱가포르_페이버산 행운의 종_GA남연정_160623

    싱가포르 남부 능선을 따라 4km 남짓 올라가면 정상이다. 페이버 피크에는 케이블카 탑승 장소와 레스토랑이 있다. 매점 등은 따로 없기에 마실만한 물과 먹거리는 미리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여기엔 잠시 들러서 기념사진을 찍을만한 행복의 종이 있다. 종을 울리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종을 울린다. 언제나 같은 바람, 좋아하는 소중한 나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옆에 보면 종과 자물쇠에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변치 않는 사랑을 바라며 언약을 단단하게 자물쇠에 담아 매다는 건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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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길을 따라가볼까. 페이버 산의 산책로는 길이 복잡하지 않아 따라서 돌면 큰 원을 그리면서 돈다. 남부 능선을 따라가면 호트 공원 Hort park, 켄트리지 공원 Kent Ridge park 를 지나 위스트 코스트 공원 West Coast Park까지 이어진다. 전국이 가든, 공원이라는 싱가포르의 진수다. 가벼운 아침 산책이라면 30-1시간 남짓의 페이버 산 전망대 - 피크와 공원을 걷는 것으로 충분하다. 덥고 습하긴 하지만 아침 시간이라면 꽃그늘 따라 천천히 걸을 만 하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세상을 보면 온전하게 느낌과 생각이 온몸에 배어들어온다. 이 기분을 참 좋아한다.

     

    6 싱가포르_페이버 공원_GA남연정_160623

    그리고 빼놓으면 아쉬운,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있다. 아기 멀라이언이 페이버 산에 있다. 살짝 땀에 젖을 즈음 나온 페이버 공원에는 앞뒤로 시원한 푸른 바다와 도시 풍경이 펼쳐져 있고 하얀 아기 멀라이언이 까꿍 놀이하듯 한쪽에 숨어 있다. 관광객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이 페이버 산의 공원에 바로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벼운 운동 삼아 노래하듯 걸으며 오르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공원에서도 싱가포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인다. 전경 좋은 곳,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싱가포르의 아침을 맞기에 참 좋은 산책길이다.

     

     

    * 로버슨 키 Robertson Quay에서 즐기는 오전

    7 싱가포르_로버슨키_GA남연정_160624

    아침 산책을 마치고 시원한 MRT를 타고 클락키에 내려 로버슨 키로 향했다. 19세기 화물 보관 창고 지역이었던 싱가포르 클락키는 언제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낮은 습도 높은 열기가 휩쓸고 그 열기가 잦아질 무렵, 밤기운을 타고 젊음이 화려한 음악을 따라 밀려든다. 클락키에서 10-20여 분 더 걸으면 로버슨 키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진다. 멀어지는 음악소리만큼 가까워지는 고즈넉함이랄까.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지역이다. 이국적이다. 아침이면 힘차게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의 에너지로 가득 찬다. 부지런하고 건강한 사람들을 보며 아침의 활력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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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슨 키 역시 강변을 따라 카페와 펍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카페를 채운다. 보다 조용하고 보다 넓고 여유가 로버슨 키의 매력이다. 아침의 시간도 좋고 밤의 시간도 달콤하다. 밤이 되면 와인과 맥주 한 잔을 두고 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이 로버슨 키 강변을 찾는다. 그러면서도 클락키와는 확연히 다르다. 조용한 음악과 나긋한 불빛을 벗 삼아 머물 수 있다. 한마디로 클락키의 젊은 열기가 부담스럽다면 바로 로버슨 키가 답이다. 열기가 덜한 만큼 여유로움과 함성이 낮은 만큼 편안함이 있는 곳이다.

     

     

     - 로버슨 키 브런치, 커먼 맨 커피 로스터스 Common Man Coffee Roasters

     9 싱가포르_로버슨키 커먼맨 카페 외관_GA남연정_160624

    로버슨 키에는 강변을 따라 토비스 에스테이트 Toby's Estate, 키스 카페 Kith Cafe, 에피큐리우스 카페 Epicurious Cafe 등 터줏대감 같은 카페들이 있다. 그렇지만 로버슨 키에서도 마틴 로드 Martin Road는 강변의 카페보다 더 조용하고, 더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는 카페들이 있다. 숨겨진 카페 명소랄까, 고즈넉한 아침을 맞아 맛있는 브런치를 즐길 보석 같은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커먼 맨 로스터리 커피 Common Man Coffee Roasters다.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서 꼭 들르리라 벼른 카페다. 직접 커피 콩을 볶는 카페들을 좋아하기에 그런 카페를 골랐다.

      

    10. 싱가포르_로버슨키 커먼맨 카페 카운터_GA남연정_160624

    커먼 맨 커피 로스터스는 직접 로스팅하고 아카데미까지 열며 자존심과 자긍심이 담긴 한 잔의 커피를 내는 덕분에 로버슨 키에서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카페로 손꼽히고 있다. 분위기는? 바처럼 꾸민 실내, 뉴욕 어느 카페 같다.  쉬는 날 없이 한결같이 아침 7:30에 문을 연다. 아침을 일찍 맞는 만큼 저녁엔 일찍 문 닫는다.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꽤나 많이 드나든다. 사진 몇 장 찍고 나자 순식간에 테이블이 가득 찬다. 힘껏 달렸는지 운동복에 땀이 흠뻑 배인 사람도 속속 들어온다. 나도 한쪽에 앉았다. 커피 그라인더 가는 소리가 들리고 커피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11 싱가포르_로버슨키 커먼맨 카페 실내_GA남연정_160624

    커피는 아메리카노보다 진하고 에스프레소보다 연한 롱 블랙으로 주문했다. 한국에서 왔고 카페 많은 홍대에서 왔다니 서버의 커피 설명이 길어진다. 이런 대화가 참 즐겁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커피는 싱글 오리진의 커피로, 커피의 맛에 따라 세 가지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커피에 대해 물으니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을 해준다. 콜롬비아 원두로, 산미가 좋고 밸런싱이 좋은 커피를 골랐다. 그리고 유기농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다. 맛있게 구운 빵에 부드러운 볼부분의 쇠고기, 그리고 유기농 계란을 가볍게 익힌 홀랜다이즈 소스를 뿌려 샐러드와 내 준다. 군침이 돈다.

      

    12 싱가포르_로버슨키 커먼맨 카페 브런치_GA남연정_160624

    에그베네딕트의 절정은 톡 치면 주르륵 흐르는 노른자다. 여기에 건건한 발효빵을 찍어 먹어도 좋고 샐러드와 계란을 야무지게 한 입에 먹어도 맛있다. 통후추를 슥슥 갈아서 후추 맛을 더한 다음 그레이비소스를 얹은 잘 익은 고기를 먹었다. 중간중간 시원한 물과 커피로 목을 축이면서 한 접시의 브런치를 먹었다. 주변을 살짝 둘러보니 스크램블 에그에 토스트, 팬케이크 등등 취향껏 주문한 음식들과 향 좋은 커피들이 각자의 탁자를 풍요롭게 채우고 있었다. 커피도 브런치도 참 맛있었다. 커피 콩을 따로 사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사람 가득한 이유, 정말 맛있는 커피 덕이었다.

     

    - 상호 : Common Man Coffee Roasters
    - 주소 : 22 Martin Road, #01-00, 싱가포르 239058

    - 전화 : +65 6836 4695
    - 영업시간 : 7:30-18:00
    - 홈페이지 : http://commonmancoffeeroasters.com/
    - 메뉴 (+10% service charge, +7% GST) : 커피메뉴 : Long black coffee S$ 4.5, White (라테) $S 5, Hand drip coffee $S 6 etc, / 아침메뉴 : Organic Eggs Benedict $S 24, Turkish Common Man Breakfast $S  25, Common man Veggi wonderland $S  25 etc

     

                            

    - 로버슨 키 브런치, 더 북 카페 The Book Cafe

     13 싱가포르_로버슨키 더북카페 실내_GA남연정_160624

    로버슨 키에 있는 호텔에 묵으면서 밤늦은 시간 돌아올 때쯤 자정까지 불을 밝히고 있던 더 북 카페  The Book Cafe. 사람들은 제각각 책을 펼치거나 랩톱을 앞에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소담스럽지만 차분하게, 조용하게 말하게 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아침에 한번 들러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던 카페다. 2000년에 문 열어 지금까지,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며 혼자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아침 역시 소란하지 않게 침착하고 조용하게 맞이하기 좋을 듯싶었기에 꼽아 두었던 카페다.

      

    14 싱가포르_로버슨키 더북카페 소파실내_GA남연정_160624

    카페는 커피 맛이 생명이지만 또 다른 한가지 중요한 건 분위기다. 누구는 현대적인 젊음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누구는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로버슨 키의 마틴 로드에 자리한 또 다른 카페, 더 북 카페는 후자다. 외할머니네 갔을 때의 포근함 같은 분위기, 조용하게 동네 사람들이 오래 머물다 갈 법한 그런 분위기다. 폭신한 소파에 재밌는 책만큼 좋은 짝꿍이 또 있을까. 한쪽에는 여러 권의 단행본이며 새로 나온 잡지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기에 혼자 들러서도 그리 무료하지 않게 책장 넘기면서 소파에 파묻힐 수 있다.

      

    15 싱가포르_로버슨키 더북카페 키친_GA남연정_160624

    더 북 카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레버식을 쓰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올 데이 브런치, 종일 제공하는 브런치 메뉴들이 있다. 칠판에 빼곡하게 적힌 메뉴들 중에서 하나 고르면 금세 주방에 주문을 넣는다. 잠깐 서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서버가 눈을 찡긋하더니 주방에 대고 '빨리빨리' '맛있게'라고 말한다. 한국인이 있다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이국에서 동향의 사람을 만나는 건 아무 이유가 더 없어도 반갑다. 잠시 나온 젊은 학생과 인사를 나누었다. 짧은 몇 마디에 혼자였던 기분이 지워지고 잠깐 나눈 인사의 달보드레한 맛을 느끼며 음식을 기다렸다.

     

    16 싱가포르_로버슨키 더북카페 브런치_GA남연정_160624

    뮤즐리와 요거트, 약간의 과일이면 부담스럽지 않은 아침으로 좋으리라. 뮤즐리 Müesli는 오트밀 등의 곡물에 건과일, 견과류, 씨앗 등을 섞은 시리얼을 말한다. 오트밀은 요즘 슈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는 귀리로 만든다. 간편하게 우유만 부으면 충분한 아침 식사가 된다. 더 북 카페의 뮤즐리에는 흰 우유가 함께 나온다. 우유가 부족하게 느껴지면 더 요청하면 된다. 요거트는 달지 않은 플레인 요거트다. 위에 바나나와 딸기를 예쁘게 저며 올려 준다. 잡지 하나 꺼내 설렁설렁 넘기면서 편안하고 느긋한 아침을 먹었다. 

     

    - 상호 : The Book Cafe
    - 주소 : 20 Martin Rd, #01-02 Seng Kee Building, 싱가포르 239070

    - 전화 : +65 6887 5430
    - 영업시간 : 8:30-22:30 (금, 토~24:30)
    - 홈페이지 : http://www.thebookcafe.com.sg/
    - 메뉴(+10% service charge, +7% GST) : Muesli S$ 9.55, Chipolatas and bacon S$14.95, Smocked salmon S$14.95, Omelette S$14.95 etc  

     

      

    - 로버슨 키 브런치, PS 카페 페팃 마틴 로드 PS.Cafe Petit at Martin Road

     17 싱가포르_로버슨키 PS카페 외관_GA남연정_160624

    보타닉 가든 가까이에 자리한 작은 언덕, 뎀시힐 Dempsey Hill에서 가장 잘 알려진 카페는 P.S. 카페다. 평화로운 숲에 감싸인 카페에서 파스타나 샌드위치 먹는 여유의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 카페는 오차드 로드의 파라곤을 비롯해 로버슨 키의 마틴 로드에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닌 PS 카페 페팃 마틴 로드 PS.Cafe Petit at Martin Road를 찾은 이유! 번잡함 없이 진짜 현지 사람들과 공간을 나누며 브런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아점이란 말에 딱 맞게 다른 카페보다 비교적 늦게 9:30에 문 연다.

      

    18 싱가포르_로버슨키 PS카페 실내_GA남연정_160624

    PS 카페 페팃 마틴 로드는 창가를 따라 놓인 실외와 안쪽 자리로 나뉜다. 초록 숲을 그리는 듯 무성한 연둣빛이 싱그러움을 가득 안겨 준다. 번잡함 없는 마틴 로드, 그 도로와도 자연스럽게 공간구획이 되어 아늑한 초록빛을 만끽할 수 있다. 이왕이면 실내로, 시원하고 쾌적한 안으로 들어갔다. 와인이며 갖가지 식료품들, 갓 구운 페이스트리와 먹음직한 빵들이 눈길을 끈다. 속도감 있게 써 내려간 흐르는 글자들이 카페 분위기를 살리고, 진중한 검은색을 띠는 좌석들은 어서 와서 편히 앉으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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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이곳 사람들이 삼삼오오 아침을 먹고 있다. 홀로 맛있게 아침을 먹는 사람들도 있어 나도 혼자지만 어색하지 않다. 오픈 시간부터 정오 즈음까지는 브런치 메뉴만 주문을 받는다. 시원하게 갓 내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작은 아침밥이라는 뜻의 페팃 블랙퍼스트 Petit Breakfast를 선택했다. 큼직한 빵과 유기농 달걀의 스크램블 에그, 시금치와 구운 토마토를 선택했다. 얼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커피를 두어 모금 마시면서 초록의 거리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브런치. 노랑과 초록과 빨강이 생동감 있어 보인다. 식욕이 일어난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20. 싱가포르_로버슨키 PS카페 브런치_GA남연정_160624

    맛있다. 간단한 스크램블 인듯하지만 너무 익히지 않은, 낭창낭창하고 부드럽게 잘 익힌 계란의 식감이 참 좋았다. 적당히 소금 간하여 짙은 녹색을 살려 익힌 시금치와 구운 풍미를 한껏 살린 빨간 토마토 한쪽. 아주 기본적인 음식들이지만 더함과 덜함 없이 딱 맞게 제맛을 내고 있다. 여기에 담담하면서도 담백한, 건강한 기운을 전해주는 곡물빵 한쪽을 먹으니 한 끼 든든하게 먹었다 싶었다. 친절한 서버의 웃음도 간간이 섞여들었고 계속해서 아이들 손을 잡고 온 가족과 편한 차림의 연인들이 자리를 채웠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21 싱가포르_로버슨키 PS카페 서버_GA남연정_160624

    다시 찾은 싱가포르는 다시 찾은 덕분에 명소를 들를 욕심을 내려 놓고 보다 여유있고 보다 현지 사람들의 하루처럼 보내고자 마음 먹었다. 로버슨 키 지역에 머물면서 이 지역의 이국적이면서도 여유있는 분위기를 아침 저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커피와 브런치를 함께 할 수 있었던 반짝이는 아침이다. 천천히 아침을 먹으며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서버와 커피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강변을 산책했던 기억. 느려서 좋은, 천천히 보냈기에 여유로움의 빛깔을 가득 담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 상호 : PS.Cafe Petit at Martin Road
    - 주소 : 38A Martin Rd, #01-01 Singapore 239072

    - 전화 : +65 8188 6191
    - 영업시간 : 9:30-00:00 (Brunch 9:30-16:00, Lunch & Dinner 11:00-24:00)
    - 홈페이지 : http://www.pscafe.com/pscafe-petit-at-martin-road/
    - 메뉴(+10% service charge, +7% GST) : Ice coffee S$6.5, Latte / Cappuccino / Mocha / Flat white S$ 6.5, Espresso S$ 5 etc/ 아침메뉴 : Homemade toasted Muesli S$ 14, Egg and Bacon Bunwich S$10, Sausage and Caramelised onion bunwich S$ 12, Petit Breakfast S$18 etc.

     

     * 취재 : Get About 트래블 웹진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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