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에서 연주중인 밴드는 평균연령 70세를 훌쩍 넘어 보였고, 기타를 치는 할배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의자에 앉아 시가를 피워댔다. 마을 노인들은 하나둘씩 나와 파트너를 바꿔가며 춤을 추었다. 술과 담배가 연거푸 돌아간다. 노랑 머리 쿠바나가 힐끔 거리더니 묻는다. "춤 출래?" "아니, I don't dance." 읭? 춤을 안 추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에 그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표정의 청년은 으쓱 하더니 다시 시가를 피워댔다.
술이 술술 들어가고 담배 연기가 싫지 않고 우리를 포함한 구경꾼들은 한 마디 말을 않고도 행복한 표정이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스테파노는 이어 곧 노천극장에서 공연을 하는데 가자고 한다. 일정액을 내고 입장하면 밤새 술을 사먹고 공연을 보는 히피들의 공간이다. 무대에 선 아티스트들은 어디서들 온건지 짐작도 안가는 각종 언어를 구하사며 노래를 해댄다. 둘러싼 사람들은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고 이대로 날을 샐 기세이다.
젊음, 젊음이었다. 아까 노인들에게서 느꼈던 젊음, 이 곳 무대에서 느끼는 젊음. 난 대체 내 젊음에게 무슨 짓을 하고 살았던 거지. 난 술도 안마시고 춤과 노래도 싫어하고 낯선 사람은 경계하며 참 조심스럽게도 살아왔다. 왜 난 여기까지 와서도 날 내려놓지 못하는걸까. 밤 길을 슬렁슬렁 걸어 까사로 돌아가는 길, 다들 슬며시 마음 속의 말들을 늘어놓는다. 이 곳까지 흘러오게 된 이유, 삶의 방향, 불안 등. 여행책에는 체의 묘지가 있는 곳으로만 묘사되었던 산타클라라에서 우리는 왜 사람들이 쿠바, 쿠바 하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여즉 그만큼이나 영혼을 흔드는 감동은 내 일생 그 날 밤만한 날이 없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란 지독히도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미스초이 혹은 초이상. 글 쓰고 라디오 듣고 커피 내리고 사진 찍어요. 두 냥이와 삽니다:-)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 100개의 도시 이야기 '언니는 여행중', 혼자 사는 여자의 그림일기 '언니는 오늘' 운영중 http://susiediamond.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