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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얼빈 역사기행 한국 근현대사 _ 731부대 기념전시관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6.10.07

    카테고리

    , 기타, 역사/종교, 여름, 가을

    Anthony Woodside이미지출저 www.flickr.com Photographer    ⓒ Anthony Woodside

     
    살인, 폭행, 감금 등등. 매스컴에 등장하는 잔혹 범죄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인간은 과연 얼마만큼 잔인해 질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그것이 크던 작던 결국 제 이익 쫓기에 혈안이 되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남을 해치는 행위들. 그 잔인성이 이데올로기를 갖추자 비로소 명분이 선다. 그리고 사상의 충돌에 전쟁은 발발되니, 전쟁은 인간의 잔인성이 극에 달하는 지점이라 하겠다. 이번 중국 하얼빈 역사여행에서 찾은 [731부대 기념관]은 그런 전쟁의 잔인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번 여행은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731부대 (2)
    하얼빈 731부대 기념 전시관, 중국    ⓒ 엄용선
     
    하얼빈 시내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20km, 인류 역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악행이 자행되던 역사의 현장에 도착했다. 일명 ‘731부대’로 통용되는 곳,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중국의 하얼빈[哈爾濱]에 주둔시켰던 세균전 부대로 1936년에서 1945년 여름까지 전쟁포로 및 기타 구속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탄저균, 페스트 등의 세균실험을 자행한 일본관동군 인간생체시험장이다.
     
     
     
    731부대 (3)
    하얼빈 731부대 기념 전시관, 중국    ⓒ 엄용선
     
    작년 8월에 완공되었다는 전시관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번듯한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흡사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세련됨은 미처 예상치 못한지라 잠시 어리둥절함을 감출 수 없다.  731부대 희생자의 대부분이 중국인 이라고 한다. 그 만행 고발에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있는 까닭이다. 그 세련됨이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번듯한 맹세로 와 닿아 그안의 아픔을 들여다보러 가는 길 작은 위로가 된다.   
     
    ※ 중국 정부는 일본의 전쟁범죄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731부대의 시설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731부대 (5)

    하얼빈 731부대 기념 전시관 입구 벽면에 새긴 글, 중국    ⓒ 엄용선

      
    전시관 입구 커다란 벽면을 가득 채운 단 하나의 메시지가 눈에 띈다. ‘비인도적 잔학행위’, 각각 중국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 그리고 러시아어로 표기되어 있다. 굵고 힘 있는 글씨체에 피해국들의 분노가 느껴진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전시 시작에 앞서 잠시 고개 숙여 그곳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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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1부대를 조직하고 지휘한 책임자 ‘이시이 시로’ , 중국    ⓒ 엄용선
     
    731부대는 일본이 세균 전쟁을 위해 모든 실험을 준비하고 진행했던 부대다. 일명 마루타(통나무)라 불리는 피 실험자들,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탄저균, 페스트, 콜레라 등의 세균전을 주로 실험했다. 그 외 생체해부실험, 동상 연구를 위한 생체냉동실험, 생체원심분리실험 빛 진공실험, 신경실험, 생체 총기관통실험, 가스실험 등 인간으로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생체 실험이 자행되었던 곳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이 있으니 731부대의 창설자이자 지휘자, 핵심 인물인 ‘이시이 시로(Shiro Ishii)’다. 
     
     
     
     
    731부대 (15)
    731부대를 조직하고 지휘한 책임자 ‘이시이 시로’가 받은 훈장들, 중국    ⓒ 엄용선
     
     이시이 시로는 일본 과학자이자 군의관으로 전쟁에서 세균전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그는 일본이 세균전을 준비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며 그 근거로 첫째, 일본은 금속광물이 부족해 신식 무기를 찾아야 한다. 둘째, 살상 범위가 넓다. 셋째, 전략적으로 이롭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러한 그의 주장이 지지를 받아 이곳 만주 하얼빈에 인류의 재앙 731부대가 창설되기에 이른다. 잔인함에 있어 맞장을 뜨라면 히틀러만이 대적 할 수 있을 희대의 사이코, 흑백 사진 속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본다. ‘인두겁’을 쓰고 사람이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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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1부대 기념 전시실 내부, 중국   ⓒ 엄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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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1부대의 비밀문서와 증거 자료들, 중국    ⓒ 엄용선
     
     

    731부대 (12)

     731부대의 비밀문서와 증거 자료들, 중국    ⓒ 엄용선
     

     

    어두운 조명 아래 넓은 공간으로 731부대의 창설과정과 잔혹행위들 그리고 피해규모를 나타내는 각종 증거들이 체계적이며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다. 중국어와 영어 러시아어 외 한국어 설명은 따로 표기되어 있 않으니 입구에서 미리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조명 탓일까? 공간으로 으스스하고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이들의 원한이 주변을 맴도는 듯 잔인한 증거의 연속에서 차츰 핏기를 잃어간다.

     

     
     
     
    731부대 (9)

     731부대 실험실 모습, 중국    ⓒ 엄용선

      
     
     
     
      
    731부대 (11)
    731부대 실험 도구들, 중국   ⓒ 엄용선
     
     
    731부대 (21)

     731부대 실험 도구들, 중국   ⓒ 엄용선

     731부대의 핵심은 세균실험이다. 앞서 이시이 시로가 주장했던바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효과적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731부대는 이시이 시로의 지휘 아래 페스트균, 장티푸스균, 하라티푸스균과 콜레라균을 배양하고 이를 생체 실험에 투입한다. 

     

     

     

    731부대 (26)

    731부대 인체 실험 장면 재현, 중국    ⓒ 엄용선

      
    인체실험은 세균 효력 실험과 감염경로 실험으로 나뉘었다. 국적 불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산사람에게 가해진 무자비한 실험. 이는 731 부대에서 자행된 각종 비인간적 행위들 중 가장 극악무도하고 잔인하다 하겠다. 일명 마루타(통나무)라 불리는 실험 대상에는 아이와 임산부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 역사적 사실의 나열 앞에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731부대 (24)

    731부대 인체 실험 결과 보고서, 중국    ⓒ 엄용선

     
    이것은 당시 생체실험 경과들을 기록해 놓은 보고서의 복사본들이다. 어떤 실험이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행하여 졌으며 그 결과에 따른 세세한 보고들은 오늘날 731부대의 존재를 증명하며 일제의 잔인함을 스스로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증거다.
     
     
     
      
    731부대 (28) 731부대 동상 실험, 중국   ⓒ 엄용선
     

     동상실험은 극한의 추위에서 인간의 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고 그 치료법에 대해 연구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야외, 마루타의 맨살은 그대로 드러나 꽁꽁 얼려진다. 그 후 실험자들은 피실험자의 냉동된 피부에 각기 다른 온도의 물을 부어 그 해동의 결과를 꼼꼼히 기록한다. 전시실에 재현된 모형 속 피실험자의 고통에 찬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서 무덤덤하게 결과를 기록하는 실험자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되어 이룰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731부대는 이 잔인한 실험을 통해 동상을 치료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물의 온도는 섭씨 37도씨라는 것을 알아냈다.

     
     
     
     
    731부대 (27)

     731부대 야외 실험 영상, 중국    ⓒ 엄용선

    충격적인 영상 기록물 앞에 걸음을 멈춘다. 허허벌판의 광야, 십자가에 묵인 남루한 차림의 사내들이 어느 순간 하나 둘 족쇄를 풀더니 광활한 벌판을 달리기 시작한다. 딱히 어느 목적지 없이 단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했다. 그리고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731부대 군인들, 영상에서 보이는 장면은 실제 731부대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라고 한다, 결국 도주를 시도한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서 자동차로 깔아뭉개 죽임을 당하였다. 증언에 따르면 최초 도망자는 어쩌면 살 수도 있었을 거라 하였다. 자신만 살고자 달렸다면 살수도 있었을 텐데, 끔찍한 공포와 고통의 나날을 함께 겪어왔을 동료들을 그는 끝내 그렇게 두고 올 수가 없었나 보다. 영상을 보는 내내 눈물이 차오른다.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가? 울분을 삼킨 질문이 계속 대뇌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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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1부대 세균전 피해 증거, 중국    ⓒ 엄용선

     

    731부대는 이렇듯 잔인하고 극악무도하게 준비한 세균전 기술을 드디어 실전에 투입한다. 1945년 8월 5일, 소련은 일본 관동군에 공격을 퍼부었고 이에 731부대는 세균전으로 대항하였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한들 전쟁 시 세균전은 기후와 대상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점을 간과한 일본군은 피해만 입은 채 다급하게 731부대의 철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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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얼빈 731부대 지하 보일러실 터, 중국    ⓒ 엄용선

     
    패전 후 일본군은 731부대의 잔혹행위가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워 그 시설과 자료들을 모두 없애버릴 것을 명령한다. 이시이 시로를 비롯한 부대원들은 시설을 차례로 폭파시키고 남은 150명의 마루타들도 모두 사살하는 등 증거 없애기에 혈안이 되어 끝까지 극악무도했다. 긴박한 상황에 시체 처리도 졸속이니 대부분 강에 던져지거나 구덩이에 아무렇게나 파묻혀 버린다. 하물며 종전 후 이시이 시로를 비록한 부대원들은 세균전 연구결과를 모두 미군에 넘기는 조건으로 전범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면책되었다니 어쩌면 약육강식 제국주의 논리가 유일무이 지당한지도 모르겠다.
     
     
     
      
    731부대 (38)
    하얼빈 731부대, 중국  ⓒ 엄용선
     
    결국 생체실험을 당한 피실험자들 모두는 731부대에서 단 한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공식 기록만 3000여명, 비공식 적으로는 몇 만 명에 육박하는 희생자라고 한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고 한국인과 러시아인 전쟁 포로들이었다. 반제국주의, 항일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잡혀온 사람도 있었고, 타국의 정보요원과 민간인들도 있었다.
     
     
     
     
    731부대 (35)
     하얼빈 731부대, 중국  ⓒ 엄용선
     
     많은 사람들이 731부대, 마루타 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연하게 알고만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이렇게 현장에 와서 직접 보고 듣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731부대는 이시이 시로라는 중심인물을 두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진 국가 차원의 범죄행위이다. 외면 할 수 없는 역사의 현장에서 분명한 것은 다시는 이러한 '반인도적 잔학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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