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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이안을 바라보는 몇가지 시선-문화예술 희망여행

    한유림 한유림 2016.10.19

     

    호이안을 바라보는 몇가지 시선

    문화예술 희망여행 -호이안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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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풍스러운 항구도시, 이번엔 호이안(Hoi an)이다. 치안이 좋아 안심하고 지낼 수 있고, 다낭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호이안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옛 시가지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서민적인 일상부터 특별한 휴가까지 다양한 선택이 존재하는 호이안. 애초에 호이안은 다낭보다 일찍이 국제적인 무역항으로 자리를 잡았다. 16세기부터 중국과 일본, 인도네시아와 포르투갈 등 해외문화와의 교류가 빈번했고, 자연스레 상인들의 가옥과 사원 등이 지어져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1999)된 호이안은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관광지로서의 가치를 더해준다. 무역항의 흥망성쇠에 따라 혹은 잦은 외침과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자신들을 꿋꿋이 지키며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호이안에서 휴양만 하기엔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이번 문화예술 희망여행은 하나투어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공공(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와 협력해서 전개하는 C.O.A PROJECT. 조각, 드로잉, 설치미술, 뮤지컬, 서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15명과 함께 이번 여행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문화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각을 통해 호이안의 여행지를 소개해본다. 예술가들과 함께 떠난 여행의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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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시작은 가장 전통적인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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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여자의 낭창한 해설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경쾌한 음악으로 연주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이내 구슬픈 선율이 마음을 찌른다. 음정과 음색에 수많은 정서가 담겨있는데 줄을 뜯어서 연주하는 베트남 전통악기인 단바우(Dan Bau)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항아리를 든 여자와 피리 부는 남자가 등장해 다시 흥을 돋운다. 전통악기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음색과 가늘고 우아한 동작이 어우러져 우리는 모두 매료당한 듯 그 공연을 즐겼다. 공연 중에 나누어준 카드로 ‘빙고게임’을 했는데, 참여 예술가 중 한 분이 당첨되었다. 무대로 올라가 배우들과 손을 이어 잡고 피날레를 연출하는 모습에 모두가 즐거웠다. 모두들 행복해하니 내 마음도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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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공연에 이어 가옥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풍등 만들기를 체험했다. 나무 살에 본드를 칠하고 닦아내고 하나씩 천을 붙여 이어나가는, 간단하지만 생소한 경험이었다.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화기애애한 시간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하고 풍등 만들기에 임했던 걸 보면, 기억하건대 이곳에는 일종의 엄숙함도 감돌았던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천은 빨간색과 분홍색 두가 지의 옵션뿐이었지만 모두들 제각각의 컬러 조합으로 풍등을 완성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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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풍등을 지도해준 선생님. 내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선한 눈빛이다. 

    #Hoi An Art Craft Manufacturing Workshop.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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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자에 걸린 사진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전부 실로 수놓아진 작품이란 걸 깨닫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한 땀 한 땀, 실로 수놓아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수예 전문가들. 만약 본인의 도안이었다면 그 값이 못해도 두 배는 됐을 거라는 박성호 작가의 이야기에 난데없이 마음 한켠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손재주 하면 우리나라도 둘째가라면 서러운데, 이들의 정서가 정 많고 따뜻한 우리의 정서와 닮아있어 그랬나 보다. 여하튼 대단한 장인이다.

     

     

     

    느림의 미학,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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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온다습한 베트남의 날씨는 늦은 오후로 접어드니 제법 선선하다. 여전히 더운 날씨지만 습기가 사라지니 좀 살 것 같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걸음이 느려지고, 걸음이 느려지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깨진 벽돌 바닥에 꽂혀있는 향, 낡은 벽에 그려져있는 낙서들, 건강한 야자수, 무료함을 달래는 경비원의 표정......구시가지의 온전한 매력은 해질녘, 노을 지는 투본강(Thu Bon)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한없이 옹호하고 싶어지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거리. 풍경 사이사이에서는 문화가 흐르고, 빛바랜 건물들에는 역사가 살아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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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지 전체가 호이안의 명소라면 구시가지의 상징은 내원교. 내원교는 베트남 화폐(2만 동)에도 그려져있다. 내원교를 중심으로 일본인 거주구역과 중국인 거주구역이 나누어지는데, 내원교는 두 마을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된 목조다리이다. 구시가지가 넓지 않아 내원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목조다리가 여러 개라 엄한 데서 기념촬영을 할 수도 있다. 다리안에 조그만 사원이 있다면 내원교가 맞다. 에도시대에 일본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그때부터 베트남인들이 인수해 살기 시작했다. 

     

     

    베트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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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사람들은 대체로 인상이 선하다. 목소리가 나긋하며 표정도 밝다. 동남아 행복지수 1위라는 소문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여행이 행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단연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낙관적이어야 하니까.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낙관적인 정서가 여행을 기분 좋게 매만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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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한 웃음을 가진 선장님의 배를 타고 목공예 마을로 가기 위해 투본강 투어를 시작했다. 

     

     

     

    도자기마을과 목공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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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항로였던 투본강 일대의 바닥과 주변에 황토가 많아 자연히 도자기 마을과 배를 만들던 목공 마을이 생겨났다. 그러니 두 마을은 호이안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조성된 마을인 거다. 도자기 마을에서 우리는 황토로 만든-12지신의 형상인-호루라기를 선물로 받았는데 호루라기를 입에 대니 황토가 묻는다. 어설픈 것조차 호이안의 매력이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번 여행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동네 한 바퀴를 휙 둘러본다. 더운 열기를 이용해 갓 구운 황토그릇을 바닥에 건조시키고 있었다. 황토 바닥에, 황토 그릇에, 황토로 만든 화덕을 보니 꼭 거대한 불한증막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검게 그을린 공예가의 모습에는 지침이 묻어나지만 묵묵해 보였다. 이 남자의 모습은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나 예술가로서의 활동보다는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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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공방에 들러 사랑과 영혼을 패러디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자기마을이 투박한 소의 느낌이라면 목공예 마을은 빛깔 고운 잉어의 느낌이다. 두 마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호이안의 보존과 재생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점은 닮아있다. 두 마을은 앞으로도 크게 변할 것 같지 않지만 문화예술마을로서의 명성은 여전할 것이다. 오히려 여행자에게 두 마을은 때 묻지 않은 곳을 찾을 때 숨어들기에 좋을 것 같다. 도자기마을과 목공예마을. 소박하고 느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만들어낸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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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면 밤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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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오후 다섯시면 호이안 구시가지에 야시장이 열린다. 거리에 도열한 음식점과 기념품 가판대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찬찬히 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자그마한 시장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풍등. 풍등의 매력은 밤에 있다. 원색의 화려함을 제각각 뽐내던 촌스러움은 밤이 되면 사라진다. 그리고는 이 일대, 마을 전체를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신시킨다. 음력 15일 밤마다 마을에 등을 켜지 않고 풍등을 사용하는 호이안의 전통 풍습이 있는 날이면, 마을 전체가 더 아름다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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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시장의 노점에는 이곳을 점령한 관광객들로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룬다. 별다른 맛집 정보가 없던 우리는 북적북적한 노점에 무작정 들렀다. 호이안 로컬푸드. 우리나라로 치면 물만두와 비슷한 화이트 로즈(White Rose)는 부드럽고 쫄깃하며 촉촉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생각날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며 맛보던 음식이다. 호이안의 로컬푸드는 뭐하나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유난히 경쾌하고 마음이 홀가분한 시간. 맥주 한 모금에 피로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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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또 한 번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그날 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풍등 몇 개를 샀다. 두어 번 오고 가던 흥정이 만족스러웠다. 투본강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빛바랜 건물들. 담장 주변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울창하고 생기 있다. 사람들은 느긋하고 조용하다. 호이안은 화려하고 유려하지는 않지만 감수성을 자극할 자연과 전통이 남아있는 곳이다. 어느새 호이안에는 깊은 어둠이 내렸고, 나무에 줄줄이 걸려 있는 풍등에는 불이 밝았다.

     

     

    겟어바웃 한유림-1 호이안 구시가지 (101)

     

     

     

    *문화예술 희망여행 - C.O.A.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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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 희망여행'은 국내. 외 여행을 통한 영감, 교류를 바탕으로 예술가들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대중에게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지역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하나투어 사회공헌 사업이다. 지난해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첫 탐방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6년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공공·민간 공동협업사업'을 통해 인천문화재단과 협력해 진행했다. 이번 베트남 다낭·호이안 여행과 인천탐방을 통해 탄생한 예술 작품은 오는 12월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 전시장에서 대중과 만날 예정이다. 

     

     

     

    문화예술 희망여행 -호이안편

     

     * 취재: Get About 트래블웹진

     

                          

    한유림

    비주얼머천다이저. 쇼윈도에 빠져 런던으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피아졸라/마추픽추/우디 앨런 www.udimi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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