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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 중구, 영화 속의 하루! 성당 / 호텔 / 카페투어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6.11.28

    카테고리

    경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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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일이다. 인천 중구로의 가을 여행, 역사적인 장소들을 찾아 한편의 영화를 찍듯 시간을 보냈다. 1백여 년 넘은 성당을 지나 19세기에 지은 일본식 건물 속 카페에 머물렀다가 50여 년은 족히 자리한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하나 세월 속에서 쌓아 올린 역사적 의미가 각별한 곳들이다. 시간이 충분히 누적된 곳들에는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들어 있다. 건물들이 말없이 온몸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찾아 하루를 보냈다.

     

     

     

    * 인천 중구 낭만산책, 답동성당 & 자유공원

    1 답동성당

    근대 건축물들이 많은 인천 중구, 그중에서도 유럽풍의 고아함이 느껴지는 건물은 단연 답동성당 沓洞聖堂이다. 가는 길에 신포시장이 있어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인천 개항 뒤 산둥 성에서 들어온 농부들이 일본 조계지 근처의 빈터에서 재배한 채소를 팔던 채소전 거리가 신포시장의 유래다. 신포시장을 지나 인천광역시 중구 우현로 50번 길 2, 고요함에 감싸인 성당이 나온다. 영화 속 건물처럼 낭만스러운 인천교구 답동 주교좌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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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수록 예스러우면서도 기품 있는 성당이다. 성당 전면, 조그마한 장미창 좌우로, 그리고 중앙에 총 3개의 종탑이 있다. 3개의 종은 1937년 설치되었다. 회색빛 종탑 아래 하얀 기둥이 여덟 개 씩 세워져 돔을 받들고 있다. 화강암으로 만든 곧은 사선이 엄격하게 느껴진다. 붉은 벽돌로 성당 벽면을 쌓았고, 그 아래로는 단단하고 깨끗한 흰 화강암이 놓였다. 강건한 석재는 성당의 정면에 웅장함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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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답동성당이 세워질 즈음, 인천 제물포는 외국 무역의 거점지자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이런 요지를 알아본 조선교구장 블랑 주교는 성장을 짓기로 결심한다. 르비엘 신부가 1893년 임시 성당을 건립하였고 1899년 마라발 신부가 고딕 양식의 성당 건물을 완공시켰다. 그 뒤 1933년 본당 개축공사를 하였고 1937년 6월 긴 공사가 끝났다. 신산했던 역사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건축 당시의 모습이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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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에 놓였다는 성당 계단은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마모되지 않은 듯 굳건해 보인다. 천천히 계단을 밟아 올라가 성당 안이다. 성당 내 중앙을 향해 곧게 뻗은 흰 기둥들, 엄숙함과 경건한 마음을 세워 놓은 듯하다. 성당 좌우로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오색찬란한 빛이 흘러들고 있다. 데레사 상과 바오로 상이 조용하고 따뜻한 눈으로 성당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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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의자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머물러 기도를 했을까. 역사적으로도 의미 깊다. 이 성당은 우리나라 성당 중 가장 오래된 서양식 근대 건축물로 역사적 의미가 깊어 1981년 사적 제287호로 지정되었다. 300평 규모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은, 평면은 라틴십자형 삼랑식이다. 전체적으로 전주의 전동성당과 무척 닮은 인상이다. 1백 년 전 한복을 입은 사람들, 당시의 모던 보이나 모던 걸들도 찾았을 성당을 지금에도 사람들이 여전하게 찾는다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6 답동성당 성모마리아

    낯선 여행지에서 외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는 때가 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성스러운 침묵으로 가득한 성당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복잡다난했던 어제와 오늘의 일들이 아스라하게 멀어진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소중한 이들의 안위와 행복을 빌어 본다. 건강하기를, 즐겁기를 바라여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다. 성당을 지나 자유공원까지 한참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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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공원은 걷기 좋게 잘 다듬은 산책로와 무성한 나무들이 있어 걸을수록 즐거워졌다.. 선린문을 지나 공원의 안쪽, 인천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너른 공간 또한 매력이다.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 생각이 정리된다. 부유하던 고민들이 가라앉아 마음이 맑아진다. 가을의 물이 천천히 배어드는 나무들 사이로 시절이 흐르는 모습을 보았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팔랑팔랑 손짓하는 빨간 손 몇 장이 떨어진다. 가을을 지나 곧 겨울로 가는 순간, 떨어지는 낙엽들이 애잔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운행을 담담하게 따르는 모습이 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슬한 가을바람이 성당 뒷켠에 분다. 같이 온 사람의 손을 꼭 잡는다. 따뜻함이 서로에게 전해진다. 낭만한 순간, 소중한 기억이 된다.

     

     

    * 인천 답동 주교좌성당(천주교 인천교구 주교좌 답동 성 바오로 성당)정보 

    - 주소 : 인천 중구 우현로 50번 길 2 (중구 답동 3번지)

    - 전화 : 032-762-7613 / www.dapdong.or.kr

       

         

     

     

     

    * 인천 중구 낭만카페, 팟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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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3년 인천 개항 후 인천에 터를 잡은 일본인들이 많아졌다. 현 인천 중구청 자리에 일본 영사관이 들어서고 일본 제일은행 인천지점, 일본 18은행 및 58은행 인천지점도 속속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시기, 19세기 대화조 大和組 사무실도 인천 중구에 자리를 잡았다. 대화조는 해운회사에 인력을 공급하던 회사다. 1880년대 말-1890년대 초 지어진 옛 대화조 사무소는, 개항기에서 해방까지 인천항에서 조운업을 하던 하역 회사의 사무소이자 주택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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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년 남짓 된 일본 목조 가옥. 검은 기운이 도는 고동색의 목조 3층 집은 한눈에 봐도 세월의 더께가 두텁다. 근대 일본 점포 겸용 주택 중 하나인 정가(町家; 마찌야)는 1층이 사무소, 2-3층이 생활공간이었다. 19세기 일본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등록문화재 제567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건물을 2012년 개인이 매입해, 원형을 복원하면서 카페로 단장하여 객을 맞고 있다. 인천 등록문화재 중 민간이 가진 유일한 건물이자 관광자원화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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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난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찬찬히 둘러보았다.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원형복원을 했다더니 정말 실내의 모든 곳들은 지금 주인의 손에 의해 섬세하게 되살려졌다. 2-3층은 다다미방으로 꾸몄다고 한다. 문고리며 기둥, 바닥재 등 옛것을 오늘날에도 쓰임 좋게 다듬고 덧대어 살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의 옛 모습을 기억할 수 있도록 개항기 모습을 담은 엽서, 인천 개항기 모습의 서적을 선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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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카페에 앉아 메뉴를 골랐다. 메뉴 또한 개항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도록 신경 써 만들었단다. 메뉴판을 펼치니 백 년 전이 펼쳐진다. 백 년 전 인천 개항장 일본 제1은행 앞 혼다야 과자점에서는 일본에서 들어온 카스텔라를 팔았다고 한다. 그 카스텔라가 여기에 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 신포동에서는 팥빙수를 판매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 팥빙수도 여기에 있다. 달보드레한 단맛 도는 포실한 카스텔라와 직접 팥을 삶고 얼음을 갈아 만든 팥빙수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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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치 있는 백여 년 전 건물에서 시간을 거꾸로 돌린 맛을 더해 팥빙수와 카스텔라를 먹었다. 팥빙수는 요새 한창 유행인 우유 얼음이 아니라 생수 얼린 얼음이다. 맑은 얼음에 진한 연유를 넣고, 국산 팥을 직접 쑤어 올렸다. 찰진 인절미 몇 쪽이 고명처럼 얹어져 있다. 슥슥 비벼 입에 넣는다. 차가움을 뒤쫓아 달콤함이 밀려든다. 얼음이 사르르 녹고 서늘함이 몸에 퍼진다. 사각사각한 얼음 사이로 담백하고 은근한 단맛이 도는 팥알이 보드랍게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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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텔라 castella는 반죽을 네모반듯한 틀에 부어 오븐에 구운 양과자다. 카스텔라는 포르투갈인들이 16세기 경 일본 나가사키에 전파했다. 이 빵이 개화기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개항기 때 이 보드라운 카스텔라 한쪽이 얼마나 생경하면서도 맛있게 느껴졌을까. 나가사키에서는 설탕 알갱이 박힌 카스텔라가 인기란다. 팟알 카스텔라는 화학첨가물 없다. 계란, 강력분, 설탕 등이 재료의 전부다. 바닥에 설탕 알갱이가 콕콕 박혔다. 꿀이 촉촉함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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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팥이 맛있는 집인 만큼 팥소를 넣은 찹쌀떡 역시 맛있었다. 쫀득쫀득한 얇은 떡에 그리 달지 않게, 팥알갱이가 살아있게 만든 팥소가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 수능 때 이 찹쌀떡을 선물해 주면 참 좋겠다 싶다. 커피와 함께 카스텔라며 찹쌀떡을 먹고, 부드럽게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인천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시간 여행이 따로 있을까 싶어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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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은 달콤하나 마음은 쌉쌀하다. 이 건물은 신산했던 제물포 역사의 산증인이다. 인천항의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공급하던 일본의 회사, 곧 인천항의 무역을 쥐락펴락한 일본인들에 의해 조선인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현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천 제물포가 무역항으로 발돋움한 건 그런 노동력을 전제했기 때문이니, 씁쓸한 역사의 맛을 아니 느낄 수 없다. 고풍스러움이 멋들어지게 흐르는 카페 팟알, 과거를 생각하며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 곳이었다.

     

     

    * 인천 중구 카페, 팟알 정보

    - 주소 : 인천 중구 신포로 27번 길 96-2 (중구 관동 1가 17)

    - 전화 : 032-777-8686 / 영업시간 : 11:00-21:00, 월 휴무 /

    - 메뉴 : 단팥죽 7000, 팥빙수 7000, 수제 나가사키 카스텔라 1쪽 2000, 팟알 찹쌀떡 1500 등

      음료 : 팟알 다방커피 6000, 에스프레소 4000, 아메리카노 4000, 카페라테 5000, 모카치노 5500 등

    - www.pot-r.com

     

                     

     

    * 인천 중구 낭만호텔, 파라다이스호텔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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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인천은 하루에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1박을 하며 천천히 쉬어 가도 좋다. 1박 2일로 시간을 들여 인천에 머물면 사람들로 가득한 낮과 또 다른, 이른 아침의 적막한 모습이나, 주황빛 불빛이 인천 바다 위에 어룽거리는 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룻밤 머문 곳은 파라다이스호텔 인천로, 무궁화 5개의 호텔이다. 인천 중구의 인천역에서 걸어서 3분 남짓, 위용을 자랑하는 큰 건물이다. 무엇보다 월미도와 차이나타운이 가까워 관광을 위해 머물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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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호텔은 유서 깊다. 호텔이 자리한 곳은 한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장소였으며 인천 개항기 때 영국 영사관이 있던 자리다. 1965년 새로 건물을 지어 당시 올림포스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최초라는 수식어도 몇몇 가지고 있다.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이자 1963년 인천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로도 의미 있다. 1967년 국내 최초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개장하기도 했다. 즉 50여 년간, 빠르게 변화하는 인천 중구의 모습을 낱낱이 지켜본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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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다이스호텔 인천은 이곳에 오래 자리한 만큼 결혼식이나 돌잔치, 회갑연 등 인천 사람들의 삶의 경사를 참 많이 함께 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추억들이 시간의 두께만큼 호텔 곳곳에 누적되어 있을 것이다. 덕분에 오래된 호텔이지만 부드러운 세월감이 외려 포근하고 곱게 느껴진다. 격조를 갖추기 위해 부단하게 가꾸는 사람들 덕분일까. 여전히 반질반질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 호텔 곳곳은 쾌적하게 이용하기에 아무 불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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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실은 담담하고 무게감 있는 고동색 나무를 사용하여 침착한 분위기를 낸다. 호텔의 상징, 하얀 면 소재의 베게며 시트가 청결하다. 보드라운 불빛의 스탠드가 편안한 기운을 내고 있다. 사이사이 한참 전의 디자인인 듯한 협탁이며 예스러운 스탠드 갓에 달린 장식들 등에서 세월감이 느껴진다. 최근 생긴 도회적이고 세련된 호텔들과 달리, 편안한 오래됨이 낭만 하게 배어있다. 전체적으로 나이를 곱게 먹은, 웃는 주름이 고운 중년 부인과 같은 느낌의 객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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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에 앉아 창을 바라본다. 파라다이스 인천 호텔 객실에서는 인천 앞바다가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과 물자가 들고 나는 인천항의 모습, 푸른 바다 너머의 곳곳으로 얼마나 많은 꿈들과 땀들이 드나들었을까. 이 창에서 밤이 되면 또 다른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인천항은 밤이 더 곱다. 어둠에 가려진 중장비들, 반짝이는 불빛들. 한 사람이 다양한 표정을 짓듯 같은 장소라도 참 다른 얼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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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서 하루 묵을 때 필요한 집기나 시설들은 모두 잘 갖추어져 있다. TV, 커피포트, 화장대며 냉장고, 금고 등은 물론, 어메니티로 샴푸, 로션, 비누, 타월, 샤워캡 등도 모두 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느긋하게 앉아 반신욕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뺨,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며 깨끗하고 빳빳한 이불 위에 앉는다. 생활의 흔적이 없는 호텔 방의 쾌적함, 가끔 이렇게 그 쾌적함을 달게 즐기며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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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일 들뜬 차이나타운의 곳곳을 걸었는지라 침착한 밤의 기운을 반갑게 맞이한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각, 도시는 하루의 피곤을 풀며 조용하게 침잠해 들어가고 있다. 창가에 앉아 목소리를 낮추어 오늘 보고 들은 인천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고, 소소한 일상의 일들에 대해서도 말을 나눈다. 공기가 꽤나 소슬한 지금, 따뜻한 실내에서 한 잔의 맥주를 나누니 몸과 마음이 노곤하게 풀어진다. 포근한 침구 속으로 들어간다. 하루의 밤이 다정하게 여미어진다.

     

     

     

    *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호텔 인천 정보

    - 주소 : 인천 중구 제물량로 257 (중구 항동 1가)

    - 전화 : 032-762-5181 / 주말 체크인 15:00-익일 12:00

    - 시설: 샴푸, 로션, 비누, 타올, 샤워캡, 빗, 면봉, 헤어드라이어, 가운 비치, 객실 이용 시 사우나 50% 할인

    - http://incheon.paradisehotel.co.kr/main.asp / http://www.ichinatown.or.kr

     

     

    * 투어팁스와 인천 중구청으로부터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된 여행기입니다.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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