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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뒷동산 산책하듯 즐기는 스위스 알레치 빙하

    테라노바 테라노바 2016.12.12

    카테고리

    유럽, 서유럽, For, 액티비티

     

     

    보통 빙하라는 말을 들으면 세상 끄트머리 어딘가를 먼저 연상하기 마련이다. 북적대는 유럽의 한가운데에 거대한 빙하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이곳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를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스위스 관광에서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가 인터라켄(Interlaken), 그곳에서 또 반드시 찾게 되는 곳이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 외에도, 이곳에는 스핑크스 전망대가 있는데 멀리 알레치 빙하를 살짝 바라볼 수 있다. 학창 시절 융프라우요흐에 올랐을 때는 겨울이라 눈까지 덮힌 채 멀리 위치한 알레치 빙하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 빙하인지 관심조차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알레치 빙하의 역동적인 모습은 사실 융프라우보다는 산맥너머 그 반대 쪽 지역에서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다시금 찾게된 스위스의 알레치 빙하.  브리그(Brig)에서 한 번 기차를 갈아타고 작은 마을인 뫼렐(Mörel)에 도착해서 다시 곤돌라를 두 번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운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곧 눈앞에 펼쳐질 알레치 빙하의 모습에 대한 기대로 발걸음은 오히려 가벼웠다. 알레치 빙하는 알프스의 시작 지점에서 천천히 그리고 길게 흐르는 얼음의 강이다. 당연히 어느 한 지점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빙하에 접근하고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점은 여러 곳이 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지 않고 분산되기 때문일까.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적당한' 한적함이 유쾌한 하이킹 분위기를 한껏 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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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뫼렐에서 첫 번째 곤돌라를 타고 오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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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돌라를 갈아타기 위해서는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 걸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빙하를 떠올리게 하는 그 어떤 실마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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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돌라를 갈아타고 내려다 보는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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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언덕 너머에 빙하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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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으로는 여유롭게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처음에 빙하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어 보이던 풍경이 두 번에 걸친 곤돌라의 여정이 끝나가자 슬슬 바뀌기 시작한다. 우선 주변의 나무가 사라지고 암벽이 눈에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곤돌라에서 내리자 200여 미터 앞에서 펼쳐질 빙하의 모습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고조됐다. 그리고, 마침내 눈 앞에 펼쳐진 빙하의 파노라마! 구름 한 점없는 파란 하늘과 그 밑으로 보이는 얼음의 흐름이 연출하는 장관에 막혀있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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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스위스 깃발이 맞이해주는 전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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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빙하가 살짝 모습을 보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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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밝은 가을 오후의 여유  

     

     

     

    장대한 풍광에 매료되어 한참을 서성대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그때 문득 '저 아래 빙하까지 직접 내려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릴테고 평소 운동 부족으로 방치되던 두 다리는 깜짝 놀랄 것임이 자명했다. 그럼에도 발걸음은 이미 무언가에 홀리듯 아래쪽으로 난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잠시 걸어 내려가던 그때 거대한 빙하 계곡의 맞은 편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보이던 하얀 줄이 실은 꽤나 많은 양의 물줄기였고 아래쪽에서는 그 물이 폭포가 되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빙하도, 계곡도 가까워 보인 것은 계곡이 워낙 넓어서 생긴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다. 크기나 거리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나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발길을 돌렸다. 아쉬웠지만 나의 부족한 시간을 탓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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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주친 빙하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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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보면 마치 무슨 도로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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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은 편에 보이는 실같은 물줄기는 폭포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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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크기의 얼음 덩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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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얼마나 험준한 곳인지 새삼 알려주는 풍경이다

     

     

     

    먹을 것을 미리 챙겨오지 않으면 점심은 건너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차 시간 등에 쫓겨 대책없이 온 우리에게 반가운 것이 눈에 들어왔다. 등반(?)하느라 소모한 에너지도 충전할 겸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소박한 간이매점이었다. 다른 여행객들과 어울려 양지바른 매점 앞 테이블에서 잠시 가진 '핫도그 브레이크 타임'. 독일식 소시지의 핫도그와 콜라가 전부였지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 싶었다. 적절한 타이밍과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었을까, 진짜로 맛있는 것이었을까?

    그렇게 보고도 발길이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하산해야 할 시간. 아쉬움을 달래며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빙하의 거대한 풍경에 몰입되어 잠시 잊고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지를!  만년설이 희끗희끗 보이는 뾰족한 산봉오리들이 눈높이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곳을 우리는 마치 동네 뒷동산 오르내리듯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Information]

    - 알레치 빙하 (Aletsch glacier)는 알프스에서 가장 큰 빙하다. 23km 길이의 빙하(2014년 기준)로 인터라켄에서 오르는 융프라우요흐에서는 빙하의 상류 부분만 살짝 볼 수 있다. 4개의 작은 빙하들이 한 곳에서 모여 알레치 빙하를 구성하는데, 이곳이 바로 콩코디아(Concordia Place) 이다. 이곳의 두께는 여전히 1km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융프라우 지역을 포함한 이 곳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Source:Wikipedia 외)

    - 가는 방법 

    빙하는 스위스 연방의 남부 발레(Valais) 주에 위치한다. 브리그(Brig) - 뫼렐(Mörel)을 거쳐서 가는데, 베른(Bern) 기준에서 보면 레만(Leman) 호 방면으로 돌아가거나 서쪽 인터라켄 호수에 위치한 스피츠(Spiez)에서 갈라져 향하는 산악 노선으로 가로질러 갈 수 있다. 즉, 스위스 중/동부 지역에 있다면 굳이 레만 호 쪽으로 멀리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 다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이쪽 노선은 관광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있어 간과할 수 있다. 

    [ Tip ]

    시간 여유를 갖고 이곳을 찾는다면 빙하 코스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적어도 두 가지 할 수 있다.  

    - 트레일을 따라 빙하가 있는 계곡 아래쪽으로 직접 내려가 볼 수 있다.  

    - 적어도 내려올 때는 곤돌라 대신 직접 걸어서 내려오며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테라노바

    낯선 환경과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어드벤처 여행가. 육/해/공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골고루 즐기며 이를 통한 에피소드와 여행 정보를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여행 매거진 트래비의 객원 기자, 월간항공의 에디터, 일본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의 웹진 @DIME 에디터 등으로 활동 중이다. instagram.com/oxen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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