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프라도 미술관"을 들어봤을터. 세계의 3대 미술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 왕실의 소장품들을 한곳에 모아두기위해 개관된 곳인데, 개관 이후에도 계속된 수집과 귀족들의 기증으로 그 수가 점점 늘어나 지금은 총 3만점 정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중 3000점 정도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말이 상설 전시이지 별 안내도 없이 마구 다른 미술관으로 반출/대여되기도 하고 작품이 놓여있는 위치가 바뀌기도 하니 염두에 두자.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플랑드르 화파, 이팔리아 회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회화 모두 포함)의 작품들이 아주 방대하게 있기에 모두 관람한다면 하루를 통으로 써야할 정도이지만 어차피 그런 일은 불가능하기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프라도 미술관에서 엘 그레코의 작품, 고야의 작품, 그리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주력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개 예정!)
하지만 그 작품들이 있는 전시실로 가기 전에 우선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을 먼저 만나보자.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집안이 부유했다는 것 외에는 생애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고 동시대의 다른 그림들과는 화풍이 매우 달라서 신비의 인물로 남아있는 네덜란드 화가이다. 그의 그림들은 옛날 그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련되고 현대적이다. 마치 요즘 그려진 파스텔톤의 일러스트 같은 느낌. 그런데 슥 보면 예쁘고 아기가지한 그의 그림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묘하고 적나라하다 못해 끔찍할 정도의 묘사들로 넘쳐난다. 그렇기에 보스의 그림들은 멀리서 전체적으로 보기보다는 가까이서 꼼꼼히 봐야 더 흥미롭다. 보스의 그림 앞에는 늘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다들 찬찬히 오래 들여다보려고 해서 쉽게 자리를 뜨지도 않는 편이니 기회가 있으면 얼른 자리를 선점하자.
가장 오른쪽 패널에 그려진 지옥 부분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이 그림이 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그림이라고 불리는지 설명할 수 있을 터. 온갖 기발한 고문 도구와 괴물들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있다. 직접 본 적 없는 곳을 표현하려면 당연히 상상력이 필요한데, 다른 작품에서 표현되어있는 천편일률적인 지옥의 모습과는 무척 달라서 신선. 또 한번 화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지옥"이라고 하면 떠올리던 불타는 용암 같은 것은 이 그림에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괴물에 잡아 먹히는 사람도 있고 뾰족한 것에 찔린 사람, 끝없이 구토하는 사람 등 여러 모습이 그려져있는데 특히 온갖 악기들이 등장하는 등 소리(음악)로 고문하는 듯한 모습이 많이 나타나 있는 점이 독특하다. 엉덩이에 그려진 악보는 무엇을 상징하는건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그리고 지옥엔 놀랍게도 보스 자신도 들어있으니 그의 모습도 찾아보자. 보스는 왜 본인의 모습을 지옥에 그려넣었을까?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천국에 갈 만큼 착하게 살지는 못했다는 반성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마치 숨은그림을 찾듯 하나하나의 묘사를 들여다보게 만들고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상상하게 하는 것이 바로 보스 작품의 매력이다. 프라도 미술관에 간다면, 부디 이 작품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info]
- 현지명 : Museo del Prado
- 주소 : Calle Ruiz de Alarcón 23, 28014 Madrid
- 홈페이지 : https://www.museodelprado.es
- 오픈시간 : 월요일부터 토요일 10시~20시 / 일요일과공휴일 10시~19시 / 1월 6일과 12월 24일, 12월 31일 10시~14시
- 휴무일 : 1/1, 5/1, 12/25
- 입장료 : 15유로
- 참고 : 월요일부터 토요일의 18시~20시 /일요일과 공휴일의 17시~19시 / 무료 입장 가능
미래에서 왔습니다. 아, 미술관에서 왔다고 해둡시다. http://blog.naver.com/egg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