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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을 벗은 마하 그리고 옷을 입은 마하, 세계 3대 미술관,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3

    나예 나예 2017.01.03

     

    지난 번에 고야의 검은 그림들을 소개드렸는데 사실 그런 스타일의 그림들은 고야가 아주 말년에 그린 것들이고 그렇지 않은 그림들이 더 많다. 고야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검은 그림들이 아니라 <옷을 입은 마하>와 <옷을 벗은 마하>일터. 이 또한 프라도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순위권에 꼽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고야의 그림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고야가 정말로 "천재적인 화가"인지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다. 엄청나게 세밀한 묘사를 한다거나 구도를 귀신같이 잡는다거나 빛을 능수능란하게 쓴다거나 하는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고야의 그림은 그저 그래보인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고야 그림 많이 봤는데, 그다지 잘 그리는 줄 모르겠더라"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어쩌면 그건 아주 정확한 평가일 수 있다. 때문에 고야의 그림에선 "화가의 감정"을 눈여겨 봐야한다. 고야가 그린 초상화들 안에서 보여지는"비꼼",  혹은 "안쓰러움" 같은 "화가의 감정"을 읽어내야만 고야의 그림을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우선은 "비꼼"의 끝판왕 즈음 되는 이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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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야는 궁정 화가였지만 왕가에 반감이 커서 모델들을 미화하기는커녕 대놓고 조롱하고 비판하는 식의 초상화들을 제법 그렸다. 하지만 당시 왕족들은 그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도 분간 못할 정도로 멍청했으며 심지어 결과물에 몹시 만족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다들 화려한 옷에 번쩍번쩍하는 것은 모두 꺼내와서 매달고 선 모습인데 인물들은 왠지 멍청하고 뚱한 표정이다. 뒤쪽에 서 있는 왕의 누나(관자놀이에 커다란 점이 있는 여인)는 거의 마귀할멈의 모습. 캔버스 중앙에서 왕은 밀려났고 왕비가 중앙을 차지했는데 이 것은 당시 허수아비같았던 왕과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던 왕비를 풍자한 것이다. 또한 당시 왕비에겐 공공연한 애인이 있었는데 왕비와 왕 사이를 갈라놓고 서있는 빨간 옷의 남자아이는 애인의 아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점을 비꼬려고 일부러 고야가 왕비와 왕 사이에 이 아이를 배치한 것 같다는 해석이 있다. (왕비 왼쪽의 딸도 사실은 애인의 아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 대신 남자아이는 애인과 몹시 닮아서 왕의 아이가 아니라는 점이 거의 확실시 되었다고 한다) 그림 왼쪽 뒤쪽에는 화가의 모습이 그려져있는데 이는 고야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번엔 "안쓰러움"이 물씬 풍겨나는 초상화를 소개한다. <친촌백작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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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독스러운 고집쟁이처럼 보였던 왕비의 얼굴과는 사뭇 다르다. 모델인 백작부인은 '왕비의 애인'의 정식 부인(!)인데 나이도 어린데다가 순진하게도 남편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 남편은 왕비와 놀아나느라 집에 거의 붙어있지 않았다고. 그래서인지 작품 속 부인은 청순하고 가냘프다못해 안쓰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몸을 살짝 돌린게 마치 남편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지파일로는 잘 표시가 나지 않지만 실제 맨눈으로 이 그림을 보면 옷감 등의 질감이 아주 잘 표현되어있다. 드레스는 사각사각 소리를 낼 것 같아보이는게 아주 "소녀소녀"스러운 쉬폰 재질이었던 것 같다. 

     

     

    이제 <옷을 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를 만나보자. 친촌 백작 부인의 남편이자, 왕비의 애인이었던 그 남자에겐 당연히 왕비가 아닌 다른 애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림 속 여인이 누구인가 에 대해 이런 저런 썰들이 많기에 정확한 답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 요즘은 거의 그 "다른 애인" 으로 보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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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은 여인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있는데 한쪽은 누드고 한쪽은 옷을 입고 있어서 이 두 작품들이 바로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로 불린다. 이 두 작품은 옆에 나란히 걸려있는데 때문에 마치 옷을 입었던 여자가 갑자기 옷을 벗어 제낀 것 같은 느낌을 줘서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옷을 벗은 마하>는 신이 아닌 인간을, 그리고 누구인지 모르는 인간(정확히는 성경이나 신화에 등장하지 않는 인간)의 누드를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점, 심지어 모델이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고있는 점 때문에 종교 재판에도 회부되었던 뒷이야기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림 속 여인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인체가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목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마치 남의 몸에 얼굴만 오려서 붙인것 같기도 하고 중력의 영향 때문에 가슴은 아래로 처져야하는데 하늘로 솟구쳐있어 전반적으로 좀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야가 그림을 잘 못그려서' 그렇다고 이해하자니 베개나 깔개를 묘사한 부분은 매우 완벽한 수준이라 더욱 아리송하다.

     

    날이 추울 땐 역시 미술관이 제격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있는 고야의 그림들을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한 번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info]

    - 현지명 : Museo del Prado

    - 주소 : Calle Ruiz de Alarcón 23, 28014 Madrid

    - 홈페이지 : https://www.museodelprado.es

    - 오픈시간 : 월요일부터 토요일 10시~20시 / 일요일과공휴일 10시~19시 / 1월 6일과 12월 24일, 12월 31일 10시~14시

    - 휴무일 : 1/1, 5/1, 12/25 

    - 입장료 : 15유로

    - 참고 : 월요일부터 토요일의 18시~20시 /일요일과 공휴일의 17시~19시 / 무료 입장 가능

     

     

    나예

    미래에서 왔습니다. 아, 미술관에서 왔다고 해둡시다. http://blog.naver.com/egg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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