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남미여행, 콜롬비아에서 갈라파고스까지
1월 1일 자정을 향해 가는 시각, 호스텔로 들어가는 택시 밖으로 끊임없이 축포가 터진다. 남미에서 12월 31일이란 내일은 없을 것처럼 놀아야 하는 날이다. 사이타 호스텔의 문을 열자 요란하게 돌아가는 조명 아래 살사를 추던 남녀가 반갑게 맞아 준다. 주인장 존이 따라주는 콜롬비아술을 한 잔 받아 앉고 보니 검은 머리 반, 노랑 머리 반의 여행자들이 여기저기 퍼질러 앉아 왔던 길, 갈 길을 이야기한다. 호스텔 문이 열릴 때마다 밤새 끝나지 않을 골목의 음악소리와 축포 연기가 스며 들어온다.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차표는 끊었어요?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느라 전방위로 질문이 쏟아진다.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들이 귀에 꽉 차 들어온다. 이런 분위기 너무 그리웠어.
"세뇨리따?"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고 뽀뽀를 하고 쑥스러워하며 사라진다. 버스를 타면 우르르 둘러싸고는 "너네 치노야?" "아냐, 얘들은 꼬레아노들이야, 둘은 완전히 달라."하고 옥신각신 자기들끼리 다툼이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서있으면 너도 나도 다가와 "화장실?", "메트로? "하며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다. 길을 물어보면 꼭 따라오라며 앞장서고, 물건을 사면 한 푼도 틀림없이 돌려준다. 이 나라 뭐지? 마약 카르텔이니 여행자 납치는 그렇다 치고 사흘 걸러 한 번씩 만난다는 칼강도, 권총강도가 있기는 한 건가. 보고타를 떠나며 견우가 그런다. "누나,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했던 게 너무 미안해요." 사람 좋아하면 콜롬비아는 최고일 거야. 친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세 번째 남미여행, 도착 1시간 만에 앞으로의 한 달이 오늘과 같이 미치게 좋을 것임을 예감했다.
:::시내버스에서도 칼강도를 만난다던 보고타, 도무지 그런 분위기가 아닌데
:::사이타호스텔 창밖 골목, 카메라를 보더니 손을 흔들어줬어요. 다정한 사람들 같으니
:::소금성당, 경외감이 든다기보다 테마파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재밌습니다.
:::견우와 텍사스군은 서로 올라를 하겠다며 다퉜지만 빨간 가디건 아가씨는 대꾸도 해주지 않았어요.
:::몬세라떼 전망대의 일몰
::: 야경_ 혼자 갔다 내려오는 길은 위험해요. 꼭 같이.
:::사이타호스텔 2층, 이번 여행의 테마송은 Labi Siffre의 my song입니다. 들으면 이 곳이 떠올라요.
:::보테로 뮤지엄 가는 길, 늘 남미의 주인공은 구름이라고 생각해요.
'여자 혼자 여행하기란 지독히도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미스초이 혹은 초이상. 글 쓰고 라디오 듣고 커피 내리고 사진 찍어요. 두 냥이와 삽니다:-)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 100개의 도시 이야기 '언니는 여행중', 혼자 사는 여자의 그림일기 '언니는 오늘' 운영중 http://susiediamond.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