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그러나, 랜드마크와 쇼핑몰 중심의 다소 틀에 박힌 관광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두바이에서 불과 몇 시간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나라의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즉흥적인 결정

무산담이라는 생소한 이름을 접한 건 우연히 집어든 현지 여행사의 투어 팜플렛으로부터였다. 무산담 반도 투어는 여러 상품 중 유일하게 이웃나라 오만으로 가는 해외 투어였다. 관광 버스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스노클링과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내용을 떠나서 당일치기로 이웃 나라를 다녀올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끌렸다. 강한 호기심에 우리는 무산담행을 결정했다. 물론, 투어가 아닌 직접 차를 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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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차선과 사막을 가로지르는 송전탑들이 인상적인 아랍에미리트의 고속도로 풍경

 

 

 

렌터카를 인수하러 두바이 공항으로 갔다가 당황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렌터카가 오만 국경을 넘을 때는 별도의 허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유럽의 국경만 생각했다가 낭패를 당할 뻔했다. 당장 내일 아침 출발인데, 문제는 허가증이 그 자리에서 발급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난감했다. 다행히 친절한 담당자는 허가증을 긴급으로 발급받아 이메일로 숙소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덕분에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허가증을 인쇄해서 챙길 수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첫 장애물은 겨우 넘었다.

 

다음날 아침 느긋하게 숙소를 나섰다. 숙소 주변의 E611번 고속도로를 타고 오만 국경으로 향했다. 잘 정비된 고속도로 덕분에 아랍에미리트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라스 알 카이마(Ras Al-Khaimah)까지는 쉽고 빠르게 도달했다. 국경에 가까워지자 풍경에 변화가 왔다. 온통 사막만 있던 곳에 거친 산악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승용차 보다는 어딘가 분주한 화물 트럭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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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국경에 가까워지자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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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의 국경까지는 약 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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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기 전 주유는 미리미리!

 

 

 

자유에는 댓가가… 

마침내 도착한 아랍에미리트-오만의 국경. 사람들로 붐비는 것도 아니건만 국경 통과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절차였다. 우선 아랍에미리트 측 사무소를 통과한 후 중립 지대에서 필요한 절차를 거친 후 다시 오만 측 사무소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번거로운 이 과정을 거치다보니 ‘패키지로 올걸 그랬나?’ 라는 회의감도 잠시 들었다. 그렇지만 뭐든 좋은 것에는 댓가가 필요한 법! 자유를 누리는 데 이 정도 쯤이야. 국경 업무는 양측 모두 군인들이 보는데 어느 쪽이랄 것도 없이 굳은 표정들이었다. 처음엔 살짝 긴장감도 느껴졌는데, 차가운 표정과는 달리 말이나 행동은 우리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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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분위기가 느껴지는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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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아랍에미리트 측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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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통과하자마자 펼쳐지는 해안 도로

 

 

 

예고편이 전부?

마침내 오만 영토에 들어섰다. 무산담 반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카사브(Khasab)로 향했다.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이곳은 지형이 험해 카사브로 가는 길은 해안을 따라 단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도로의 한 쪽은 바다, 그리고 해안을 따라 펼쳐진 구불구불한 도로와 거대한 암벽산은 아이슬란드의 피요르드를 연상케 했다. 형성된 원인과 과정은 물론 다르지만 지형이 풍기는 분위기는 '중동의 피요르드'라는 별칭 만큼이나 비슷했다. 국경을 넘자마자 모래 사막이 완전히 사라지고, 길 옆으로 늘어선 융기된 지층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마치 이곳은 더 이상 아랍에미리트가 아니고 말하려는 듯…. 

 

국경에서 1시간 정도의 운전 끝에 드디어 카사브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막상 목적지에 오니 제일 중요한 '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길가에 널려 있을 것 같았던 로컬 여행에이전트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보이는 곳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전에 현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이었다. 뭐 사실 굳이 찾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시간이 늦어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심부에 대형 마트가 보여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봤다. 두바이에 비해서는 모든 것이 저렴했다. 두바이에서 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먹거리와 음료 등을 사가지고 나왔다. 시즌이 아니어서일까, 카사브는 모든 것이 한적했다. 아쉽지만 이번엔 여기까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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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지에 불과하던 사막지대가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바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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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통행은 많지 않고 도로 상태는 상당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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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산업을 육성하려는 것일까? 도로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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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듯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중성을 갖고 있는 무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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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에도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악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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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분위기를 풍기는 카사브 포트(Khasab F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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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브에 있는 대형 마트, 룰루 하이퍼마켓(Lulu Hyper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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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스쿠버다이빙 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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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을 했더라면 이곳에서 배에 오르고 있었을텐데…   

 

 

 

두바이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온지도 얼마 안돼 뭔가 아쉬웠지만 아무래도 어둡기 전에는 다시 국경을 넘는 게 나을 듯 싶었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새삼 국경의 존재가 은근한 부담이었다. 그 와중에도 돌아오는 길에서는 처음 올 때 놓쳤던 풍경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가는 발걸음도 바쁘건만 중간중간 도저히 차를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오만의 아름다운 석양을 해변에서 놓치지 않고 즐기는 행운도 건질 수 있었다. 특별히 할 게 없는 듯하지만 오가는 것만으로도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는 곳, 그곳이 바로 무산담 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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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어느 덧 뉘엿뉘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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푯말의 아라비아 문자가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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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책을 뒤적여 보고 싶게 만드는 임팩트 있는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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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보든 같은 것일텐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석양

 

 

 

[Information]

무산담 반도 (Musandam Peninsula) 

아라비아반도 끝 부분에 위치하였다. 이웃국가인 오만의 영토지만, 오만 본토와는 마치 섬처럼 떨어져 있다. 지각 운동, 즉 아라비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며 생긴 지층의 융기 현상으로 독특한 경관을 이루는 곳이다. 걸프만의 호르무즈 해협의 돌출 부분으로서 군사적 요충지라 유명 관광지면서도 어딘가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산담으로 렌터카 여행 때 참고 사항 :

국경을 넘어 여행할 계획임을 사전에 렌터카 회사에 알려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이 허가증은 국경 검문소에서 필요하다.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렌터카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내용이다. 

또 하나는 오만에서 필요한 차량 의무 보험인데 이것은 국경에서 직접 가입한다. 단, 최소 가입 기간이 일주일인 관계로 당일치기 여행자에게는 아까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순수 운전 시간은 2시간 40분 정도(두바이에서 편도 기준)이나 국경 통과 과정에서 시간이 꽤 소요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TIP]

- 무산담에서는 오만 화폐로 환전하지 않아도 아랍에미리트 화폐를 그대로 쓸 수 있어 편리하다. 

-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뱃놀이 등의 액티비티가 발달한 곳이므로 사전에 준비하고 1박2일 코스로 온다면 여정을 보다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테라노바

낯선 환경과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어드벤처 여행가. 특히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며 이를 통한 에피소드와 여행 정보를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인 쇼가쿠칸(小學館)의 웹진 @DIME에 연재 중이며, 여행 매거진 트래비의 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instagram.com/oxen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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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2) 트랙백수(0)
  1. 우와… 정말… 렌터카를 통해 여행하는 건 정말 다르네요… 와..
    여행가서 렌터카를 통해 여행하고 싶은데 자신이없어서 사실 못했는데 당장 연수받으러 가야겠어요ㅋㅋㅋ

    • 테라노바 2017-02-25 11:03:26

      해외라고 괜시리 겁먹을 필요는 없답니다. 터프한 한국의 도로에서 단련된 운전 실력이라면 세계 어디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