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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라켄에서 즐기는 패러글라이딩만의 매력

    테라노바 테라노바 2017.01.23

    카테고리

    유럽, 서유럽, 액티비티

     

    여행에서만큼은 자유로와져야 한다. 일행의 눈치를 볼 것도, 맹목적인 여행 패턴을 강요받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가끔은 내 의지와 다른 선택이 의외의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 알프스에서의 패러글라이딩이 그러했다

     

     

    처음엔 살짝 회의적이었다. 패러글라이딩은 다른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인 것도 사실이었다. 국내에서 하는 패러글라이딩의 거의 두 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 않았다. 비싼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테니까. 당일 아침, 인터라켄 기차역 앞에서 미니 버스에 올랐다. 오늘 비행에는 우리 외에 호주인 커플도 함께 했다. 곧이어 차는 4명의 파일럿 숙소에 차례차례 들러 그들을 태웠다. 지난밤 숙취라도 있는 양 다소 푸시시한 모습이었지만 유쾌한 그들의 모습을 보니 지구를 구하기 위해 초야에 묻혀사는 주인공들을 하나씩 불러 모으는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SP_YHS1

    차를 타고 산 정상 이륙장으로 향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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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창한 영어와 유머로 비행 절차를 설명하는 프랑스 출신의 파일럿 

     

     

    SP_YHS3

    비행 전 이미 펼쳐지는 멋진 풍경

     

     

     

    마침내 베아텐베르크(Beatenberg) 이륙장이 위치한 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1,350m (해발 570m인 인터라켄과는 약 800m 고도차)의 꽤 높은 곳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모두들 부산히 움직였다. 간단한 브리핑 후 각자 지정된 파일럿과 함꼐 장비를 착용하고 비행 준비를 마쳤다. 바람도 최상이라 바로 이륙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팀씩 하늘로 올랐다. 패러글라이딩은 장애물이 없고 경사 20도 이상인 언덕에 맞바람만 불어오면 어디서나 이륙할 수 있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몇 발자국의 내달리기에 몸이 가볍게 떠오르자 새삼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인터라켄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이륙 준비에 열심이다 

     

     

    장비를 착용하니 마치 공수부대 강하병 같기도...

     

     

    이륙 전 마지막 절차로 패러글라이더를 펼치는 모습 

     

     

     

    몸이 떠오르고 비행이 안정되는가 싶었는데, 잠시 후 우리가 크게 원을 그리면서 상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파일럿이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우리가 방금 이륙한 곳이에요. 지금 200m상공이죠." 내려다 보니 이륙장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분명 이륙장에서는 뛰어내린 느낌이었는데, 거꾸로 올라오다니 묘한 기분이다. 기류를 타고 상승(soaring)한 것이었다. 

     

    한동안은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금방 적응하여 즐기고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발 밑을 내려다보니 험준한 산세가 까마득히 아래로 펼쳐져 있었다. 초고층 빌딩의 높이에서 가느다란 줄에 '매달린 채' 있다고 생각하니 순간 움찔했다. 차라리 행글라이더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 덜 할텐데, 느리게 떠 있다보니 자꾸 딴 생각이 들었다. 밑은 내려다보지 않기로 했다. 먼 경치로 눈을 돌리자 순간적인 이 공포감도 이내 사라졌다. 

     

    어느 새 우리는 인터라켄 시내 위에 있었다. 아까보단 많이 내려왔다지만, 여전히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러나 산악 지대와는 달리 시내 쪽을 날 때는 무섭다기보다는 낭만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건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덕분이리라. 그의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마법으로 유럽의 마을 위를 꿈처럼 날아다닌다.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집들 하나하나의 지붕색 뿐만 아니라 정원의 테이블과 뛰노는 아이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과는 다른 인터라켄의 패러글라이딩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매력 포인트였다.  

    알프스 산맥 외에도 특히, 옥빛 호수가 인상적!

     

     

    사실 이렇게 까지 높이 날 줄은 몰랐다

     

     

     

    마지막에 파일럿이 슬쩍 묻는다. "스릴을 원하나요?" 패러글라이딩이 마냥 느리고 부드럽게 비행하는 것은 아니다. 조작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과격한 기동'이 가능하다. 필요할 때는 좁은 반경으로 나선형 급강하(spiral)를 할 수 있는데 지금 그걸 묻는 것이었다. "아뇨, 다음 번에 하죠." 라며 웃었다. 그러자 그의 대답이 더 재밌다. "이렇게 물으면 대개 여자들은 OK, 남자들은 NO라고 답하더라고요, 하하."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겁이 많더라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사실 지금의 이 느긋한 비행이 좋았던 것 뿐인데… 그렇게 아쉬운 비행을 마감하고 시내 중앙에 넓게 자리한 공원에 사뿐히 착륙하였다. 색다른 경험이었고 유쾌한 비행이었다. 비용때문에 안탔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그나저나 최대 20분이라던 비행시간 보다 훨씬 오래 난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보너스 타임이라도 줬나 싶어 시계를 봤다. 어라, 정확히 20분이었다. 비행이 즐거웠다면 아쉬움에 시간이 짧게 느껴졌을텐데 의외다. 아마도 나의 잠재 의식은 비행이 마냥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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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륙한 순서대로 공원에 차례로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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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치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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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비싼만큼 훌륭한 서비스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 친절한 스태프들

     

     

     

    [Informaiton]

    패러글라이딩은 1980년대 중반 처음 개발된 비교적 신생 레포츠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 저변화되어 다양한 비행포인트가 있다. 언덕 경사에 마주쳐 오는 바람을 타는 리지 소어링(ridge soaring)과 상승기류를 타고 고고도(보통 2,000~3,000m)까지 오를 수 있는 서멀 소어링(thermal soaring)이 있다. 탠덤 비행이 아닌 단독으로 이/착륙하는 기량을 습득하려면 6개월 이상(주 3회 기준) 훈련이 필요하다.

     

    - 알파인에어 패러글라이딩 (Alpinair Paragliding)

    - Website :  www.alpinair.net 

    - 상품: 'Top Flight' 2인 비행 (탠덤) - 기타 비행 코스와 비용은 웹사이트 참조.

    - 비행 요금 : CH170

    - 총 소요 시간 : 약 90분 (비행시간 15~20분)

    - 예약 : 웹사이트 혹은 인터라켄 동역(Ost) 앞 데스크.  

    * TIP :  사진/동영상 서비스 가 있다. 비행 후 태블릿 PC로 내용 확인 후, 마음에 들면 CH40의 가격에 CD로 제작된 것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의 소형 액션캠이 있다면 소지가 가능하다. 큰 카메라는 안전상 불가지만, 작은 액션캠 정도는 상황에 따라 허용된다. 

     

     

     

    테라노바

    낯선 환경과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어드벤처 여행가. 육/해/공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골고루 즐기며 이를 통한 에피소드와 여행 정보를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여행 매거진 트래비의 객원 기자, 월간항공의 에디터, 일본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의 웹진 @DIME 에디터 등으로 활동 중이다. instagram.com/oxen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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