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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회가 불가능한 작품이 주는 감동, 나오시마 지중 미술관

    나예 나예 2017.03.28

    카테고리

    일본, 기타, 예술/문화

     

    지중 미술관은 나오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그래서 나오시마에 방문한 이상 한번쯤은 꼭 가본다는 일명 '땅 안의 미술관'이다. 염전 터가 남아 있는 언덕을 절개하여 그 안에 미술관을 짓고 다시 흙으로 덮은 모습인데 땅 안에 있어서 무척이나 어두컴컴할 것 같지만 내부엔 생각보다 햇빛이 잘 들어온다. 풀이나 나무로 뒤덮어 놓은 모습이라거나 둥글둥글한 모습이 아닌 회색의 각진 콘크리트 건물인데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미술관으로 널리 이름이 난 곳이기도 하다. 마치 '현대 모던 건축'의 상징과도 같은 형상인데도 주변 풍경을 해친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희안한 장소다. 이렇듯 왠지 범상치않다 했더니만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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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베르니의 연못을 실제로 구현한 연못을 지나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로 들어서면 기다란 복도가 이어진다. 금방이라도 닿을 곳에 가는데도 멀리 돌아가야해 마치 미로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 내부는 모두 하얗게 연출되어있고 심지어 직원들도 흰 옷을 입고 있어서 눈에 거슬리는 점이 전혀 없다. 그리고 인공적인 밝은 조명 없이 자연광만으로 밝혀 놓아 적당히 은은하게 밝다. 빛의 위력이란 대단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경건한 느낌을 주니까. 큰 소리를 내려고 해도 엄두도 못낼 분위기다.

     

     

    이곳은 한 공간에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술관들과는 다르다. 공통 분모가 없는 작품들을 묶어서 최적의 동선(=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이)에 맞게 전시하는 곳들도 많은데, 이곳은 1작가 1전시실의 원칙을 고수한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다작(多作)을 보려고 이 곳에 온다면 입장료가 무척이나 아까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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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터렐의 <오픈 스카이 Open Sky> 

     

     

    지중 미술관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클로드 모네의 <수련> 다섯 점, 월터 드 마리아의 <시간/영원/시간없음 Time/Timeless/No Time>, 제임스 터렐의 <오픈 필드 Open Field>, <오픈 스카이 Open Sky>가 영구 전시 되어있으며 이 작품들이 이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전부다. 이 중 클로드 모네의 <수련> 다섯 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다섯 점의 경우엔 <수련>을 주인공이라고 해야할지 공간을 주인공이라고 해야할지 다소 아리송하다. 이 곳은 적당히 빈 공간에 <수련>을 건게 아니고 오로지 <수련>만을 위해서 애당초 설계되고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흰 대리석으로 구성된 공간(벽)은 뾰족하게 각진 부분이 없이 둥글둥글하게 처리되어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채는 모서리를 아예 없앴다. 그리고 인공 조명없이 부드럽게 반사되는 자연광만으로 내부를 밝히고 있다. 자연광 아래서 은은하게 보이는 <수련>은 그 빛깔이나 질감이 그동안 보아왔던 <수련>들과 사뭇 달랐다. 아마 그날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도 매일 <수련>이 조금씩 달라보일 듯 하다. 생각해보면 모네는 인상주의의 대표 주자이자 빛을 그림으로 그려보려고 시행착오를 계속 했던 사람인데 그 결과물들을 우리가 그 동안 인공 조명 아래서 봤던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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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에선 은은하게 자연광이 들어오고 벽의 모서리는 둥그스름하다.

     

     

    이런 작품이 주는 감동은 순회가 불가능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이곳의 <수련>을 가져다 다른 공간에 걸어봤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다. <수련>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열심히 사진에 그 느낌을 담으려 노력했지만 그 순간의 빛에 따라 무척이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애당초 사진으로 표현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그러니까 나오시마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지중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셔서 직접 맨눈으로 확인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지중 미술관이 주는 감동은 정말로 이 곳에서 직접 봐야만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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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관람이 끝난 후엔 미술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히 숨을 돌리며 바다를 감상할 수도 있다.

     

     

    [info]

    - 현지명 : 地中美術觀

    - 주소 : 香川県香川郡直島町3449-1

    - 홈페이지 : http://benesse-artsite.jp/art/chichu.html

    - 오픈시간 : 10시~18시 (동절기엔 17시)

    - 휴무일 : 월요일

    - 입장료 : 2060엔

     

     

    나예

    미래에서 왔습니다. 아, 미술관에서 왔다고 해둡시다. http://blog.naver.com/egg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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