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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르셀로나를 기억하는 특별한 5가지 시선

    헤일리 헤일리 2018.06.25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by 알랭드 보통


    여행을 떠나는 행위가 즐거운 이유는 막연히 알던 유명한 풍경과 사실을 내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의 삶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행복'을 여행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10명의 여행자가 있다면 10가지의 여행 이야기가 존재한다. 같은 장소를 여행하더라도 개개인이 느끼는 여행의 감동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다. 타인이 느꼈던 장소에 대한 감동이 나에게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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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주관적인 영역에서 감동을 주었던 도시, 바르셀로나. 실제 그곳에 갔을 때 막연히 '좋다'라는 감정을 넘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튼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천재 가우디의 건축물들과 뜨거운 태양, 도시와 인접한 바다, 해산물 먹거리가 풍부한 도시는 우리가 바르셀로나를 이야기할 때 싶게 거론되는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당연하게 멋진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외하고도 바르셀로나에는 그 도시가 가진 특별함이 숨어 있었다. 바로 '공공디자인'이다. 도시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고 경험하는 공공디자인은 바르셀로나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보물 중의 하나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도 아른거리는 바르셀로나의 공공디자인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나만의 매력 포인트를 나눠 보려고 한다.



    1. 기본 디자인이 다채로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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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는 도시를 걸으며 곳곳에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지만 도시의 보도블록과 가로등, 건물의 현관문 디자인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곳이다. 각 구역마다 다르게 깔린 보도블록은 주변의 경관을 해지지 않는 선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가로등 디자인은 도시의 풍경을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모든 가로등이 획일화된 디자인으로 설치된 일반적인 도시와 달리 바르셀로나에는 색다른 가로등을 찾는 재미가 있을 만큼 가로등 디자인이 다양했다. 같은 라인에도 같은 가로등만 설치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되 다양한 디자인의 가로등이 도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2. 시민들을 위한 시티 자전거 시스템과 자전거 전용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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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발견할 수 있다. 화창한 햇살에 어울리는 강렬한 빨간색이 바르셀로나 공공 자전거의 색상이다. '비싱(bicing)'으로 불리는 공공 자전거는 바르셀로나의 심각한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하였다고 한다. 비록 '비싱'은 바르셀로나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바르셀로나에서 공공 자전거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좁은 도로는 물론이고 새로 설계되는 도로의 경우, 도로의 3분의 1 이상을 자전거 전용 도로로 만들 만큼 기반 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다. 도시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그 시스템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도시의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시스템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3. 도로보다 더 넓은 보행자 거리와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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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모든 길은 좁고 울퉁불퉁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곳이 바르셀로나였다. 카탈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을 중심으로 네 갈래로 뻗어진 중심 거리는 도시의 도로가 아주 잘 계획되어 있는 곳이었다. 비행기에서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볼 때 철저하게 구역화된 도시의 모습에서 처음 놀랐다면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넓은 보행자 거리와 광장문화가 발달한 것에 두 번 놀랐다. 거리와 거리가 만다는 곳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광장은 과거에는 시민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곳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꽃 피는 장소가 되고 있었다.

     

    4. 해안 디자인이 잘 되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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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를 찾는 여행자들과 현지인들의 휴식처인 바다는 이 도시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지형적으로 도시의 오른쪽에 길게 형성된 해안은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해안 디자인 덕분에 더 빛나는 장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해안가 디자인을 살펴보면 우선 백사장 옆에 보도블록이 깔려 있고 그 옆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있다. 차들은 해안가 근처로 들어올 수 없게 설계되어 있고 해안가 근처에는 수영장이나 체육관, 사무소와 같이 기능적인 시설과 몇 개의 레스토랑만 인접해 있다. 해안보다 조금 더 높게 설계된 보도를 또 올라가면 4차선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인도가 야자수 나무 아래도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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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의 공공디자인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귀여운 쓰레기통, 누구나 사용을 할 수 있는 무료 샤워 시설, 어른을 위한 운동기구와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 전망이 좋은 곳에 설치된 벤치들은 해변을 돋보이게 해주는 생명력이 넘치는 요소였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투박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시설들은 주변의 환경과 잘 조화되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좋은 디자인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다른 사물들과도 잘 어울리는... 바르셀로나 해안에서 해안 디자인의 정석을 볼 수 있었다.
     

    5. 휠체어와 유모차가 다니기 좋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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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 유럽을 여행하면서 바르셀로나만큼 도시의 마감이 훌륭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유모차를 밀어보면 그 도시의 마감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데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보행자 거리의 턱에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두 발로 그냥 걷는 사람들에게 도로에 형성된 약간의 턱은 특별한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나 유모차를 미는 사람들에게는 1cm의 턱조차 매우 버겁고 오르기 힘든 장애물이다. 눈에 보이는 곳만 좋게 만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바르셀로나의 공공디자인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도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매력을 가진 도시이다. 그리고 그 매력은 그 도시를 직접 방문해야만, 직접 눈으로 보고 걸어봐야만 느낄 수 있다. 여행을 하는 방식에 따라서 여행지에서 느껴지는 감동도 다를 것이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한다면 일정 중 하루는 지도를 보지 않고 발걸음이 움직이는 대로 걸으며 도시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헤일리

    아일랜드 거주 / *UX 디자인 리서처(UX Design Researcher) +여행 작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아일랜드 홀리데이> <한 번쯤은 아일랜드> <아이와 함께 런던> 책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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