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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과 유황의 마을, 운젠에 다녀오다.

    젠엔콩 젠엔콩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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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슈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잊을 만 하면 유황 냄새가 훅 끼쳐왔다. 마을이 처음 보이던 순간부터 주변 호수와 숲에서 달리기를 할 때도, 온천에 몸을 담글 때도, 냄새는 어디에나 있었다. 그래도 이제 그 냄새가 싫지만은 않다. 온천에 들어갔다 나오면 피부가 유달리 매끄러웠으니까. 다만 신기할 뿐이었다. 이토록 강렬한 유황 내음을 뿜어내는 자연이 있다는 사실이.

    운젠에 오기로 한 건 산속 깊은 마을에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운젠은 세상과 떨어져 쉬기에 제격인 장소다. 질 좋은 온천이 있고 주변은 빽빽한 나무로 가득하다.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정화가 되는 기분이 든다. 지금도 활동 중인 해저 마그마의 영향으로 운젠 지역엔 펄펄 끓는 온천수가 샘솟는다. 이따금 찾아오는 짙은 안개와 늘 뿜어 나오는 증기가 더해지면 정말 지옥에라도 온 것 같다. 에도 시대엔 그리스도교인들을 이곳까지 끌고 와 처형했다고 한다. 그 먼 옛날 이곳에서 순교한 이들은 지옥에 닿았다고 생각했겠지. 시간이 흐르고 이제 운젠은 사랑받는 관광지가 되었고, 1927년엔 일본 최초의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1. 운젠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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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젠 지옥은 마을 중심부에 있다. 말 그대로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온천수가 끓는 소리가 들리고 독한 유황 냄새가 나고 새하얀 증기가 앞을 가린다. 팔만 지옥이라 이름 붙인 이곳 어딘가에선 금방이라도 요괴 한 마리가 튀어나올 것 같다.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걸으며 산책하기 좋다. 길을 따라 팔만 지옥, 대규환 지옥, 참새 지옥 등 재미난 이름을 붙인 지옥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낮에 판매하는 온천 달걀도 별미다. 지열로 달궈져 바닥이 뜨끈뜨끈 하니 맨발로도 걸어보시길.

    tip. 인공조명이 없어 새벽녘이나 해질녘에 달리기 좋다. 어스름이 내려 앉은 운젠 지옥이 독특한 운치를 선물한다. 비교적 평평한 길을 따라가면 왕복 약 1km 정도로 부담없다. 달리고 난 후 몸을 씻고 온천에 몸을 담그는 그 맛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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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운젠 지역 온천수는 모두 운젠 지옥에서 나오는 물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파이프를 통해 각 료칸으로 운송한다. 료칸에서 온천을 즐기는 게 최고겠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마을 곳곳에 있는 족욕소를 이용해보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린다.

    [운젠지옥 정보]
    주소ㅣ일본, 〒854-0621 Nagasaki-ken, Unzen-shi, Obamachō Unzen, 小浜町雲仙320
    전화 | +81-957-73-3434
    운영시간 | 00:00-24:00 (단, 인공조명 없음)
    입장료 | 무료

     

    2. 만묘지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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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묘지는 701년에 교우키 스님이 창건했다는 불교 사찰이다. 경내에 위치한 황금불상도 멋지지만, 그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뒷길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푸르른 숲속에 불상이 놓인 산책로가 있다. 어디선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보드라운 흙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 번뇌도 하나씩 잊혀 간다. 불상 하나하나의 표정과 자세가 다르지만 다들 속세의 욕망을 털어낸 듯하여 마음이 편안하게 해준다.

    [만묘지 정보] 
    주소 | 일본, 〒854-0621 Nagasaki-ken, Unzen-shi, 小浜町雲仙321
    전화 | +81-957-73-3422
    운영시간 | 00:00-24:00
    입장료 | 무료

     

    3. 구 팔만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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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또다시 운젠 지옥이 나왔냐는 의문이 생기신다면 사진을 자세히 봐주시라.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이곳엔 증기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뿌연 증기로 가득했던 운젠 지옥과 달리 이곳엔 약간의 증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산책로 형태나 토양이 비슷하니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사실 구 팔만지옥은 예전에 열원이 지나갔던 곳이다. 마그마가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지며 한때는 열기로 가득했을 이곳은 돌과 흙만이 남게 되었다. 결국엔 팔만지옥이란 이름도 빼앗겼다.

    언뜻 보기엔 삭막하고 황량해진 것처럼 보인다. 온천물이 팔팔 끓고 증기가 뿜어나오는 운젠 지옥과 달리 관광객도 많이 찾질 않는다.

    하지만, 식물을 못살게 구는 뜨거운 열기가 사라지자 자연이 살아났다. 억새가 자리 잡고 자생식물도 자라났다. 구 팔만지옥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망가진 토양이라도 자연은 어떻게든 그 힘으로 되살려 낸다. 그런 점에서, 구 팔만지옥은 감동적인 장소라고 해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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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돌탑을 쌓아 놓았다. 나도 자그마한 돌을 하나 보탰다. 그리고 빈 작은 소원. 그 소원이 이루어 지면 좋겠다.

    [구 팔만지옥 정보]
    주소 | 일본, 〒854-0621 Nagasaki-ken, Unzen-shi, Obamachō Unzen, 小浜町雲仙
    운영시간 | 00:00-24:00
    입장료 | 무료

     

    4. 오시도리 호수(오시도리노이케)와 다이코쿠텐(대흑천)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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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젠에 오는 길에 발견한 호수. 호수 주변을 달리면 좋을 것 같아 눈여겨 두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는데, 인적도 드물고 공기도 맑아 좋았다. 반쯤 달렸을까. 공기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변보다 공기가 차고 무겁다는 느낌. 도리이가 보여 들어가 보았다. 터널을 지나는 치히로처럼. 높게 솟은 편백들 사이를 지나니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조각이 있었다. 두터이 내려앉은 이끼와 곧게 자란 나무들이 발산하는 공기 탓인지, 이 주변은 공기가 확실히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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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자한 미소의 주인공은 칠복신 중 하나인 다이코쿠텐. 음식과 재물의 복을 관장하고 있는 신으로 머리에 쓴 두건과 복주머니, 요술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런 영험한 장소를 발견하다니 놀라웠다. 역시 여행지는 직접 달려보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나 보다. 다시 찾은 날엔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조각을 새긴 이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저 인자한 미소를 새겨 넣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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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보니 이곳은 일본에서 한때 유행했던, 파워스팟(기를 받을 수 있는 장소)으로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돌면 약 3km 정도 다이코쿠텐 신사가 파워스팟인진 몰라도 호수를 따라 매일 달리면 건강해지기는 할 듯. 오시도리 호수는 온천수의 영향으로 에메랄드색으로 빛나는 구간도 있고, 맑은 날 오면 푸른 빛이 아름다운 호수다. 산책로도 잘 완비된 만큼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오시도리 호수 정보]
    주소 | 일본, 〒854-0621 Nagasaki-ken, Unzen-shi, Obamachō Unzen, 小浜町雲仙
    전화 | +81 957-73-3327
    운영시간 | 00:00-24:00 (단, 인공조명 없음)
    요금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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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젠에 머무는 동안 유서 깊은 료칸인 후키야를 숙소로 삼았다. 1915년도 부터 영업을 시작한 후키야는 100년이 넘은 료칸이다. 마을 중심부인 운젠 지옥 바로 앞에 위치해 어디를 가나 접근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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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트인 창문으로 운젠 지옥의 전경을 즐기며 조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 조식은 뷔페식과 가이세키식의 혼용으로 매일 어떤 반찬이 나올지 기대하게끔 해준다. 깔끔하게 준비된 회와 생선구이, 낫또 등으로 하루 여행을 든든하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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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젠의 온천은 훌륭하다. 목욕하고 나오면 피부 결이 확 달라진다. 유황 함유량이 높은 만큼 피부병과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 뿌연 색도 매력적이어서 눈으로 즐기기에도 좋은 온천수다. 후키야에서 하루에 아침 오후 저녁, 이렇게 세 번씩 온천욕을 즐겼다. 피부가 뽀얘지고 머릿결이 좋아져 기분 좋았다. 아무리 좋아도 3번보다 많이 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유의할 것.

    [후키야 정보]
    주소 | 일본, 〒854-0621 Nagasaki-ken, Unzen-shi, Obamachō Unzen, 320
    전화 | +81 957-73-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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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젠을 떠나기 전날, 마을은 운무로 뒤덮였다. 바로 앞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운무 속에서 걷고 있으니 신비로웠다. 온천장에서도 안개가 몸을 감싸고 들어 신선이라도 된 것 같았다. 안개가 내려앉은 마을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였다. 온종일 내리는 비를 보다가 료칸 앞에 있는 작은 이자카야에서 야끼우동에 생맥주 한 잔을 곁들여 먹었다. 주인아주머니께 물었다. 이런 안개가 흔하냐고. 아주머니는 그렇다고 답했다. 운젠 사람들은 안개와 함께 살고 안개와 함께 죽는다고. 그래도 운젠 사람들은 안개를 사랑한다고 했다. 어차피 짙은 안개 따위 하루 앞일 모르는 현실에 비하면 맑은 편이라고 하시면서.

    참 옳은 말씀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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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vel info
    운젠(雲仙)가는 법

    1) 렌트카 이용
    - FROM 나가사키 공항. 고속도로를 타다가 해안도로를 이용해 오면 약 1시간 30분 ~ 2시간 가량 소요된다. 고속도로와 해안도로는 운전 하기 여렵지 않지만, 운젠이 높은 산에 위치한 만큼 목적지 도착하기 직전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야 하니 마음의 준비는 필수.
    - FROM 나가사키 시내. 국도와 해안도로를 지나 가는 길로, 약 1시간 30분 ~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역시나 전체적으로 평탄한 길이지만, 마지막에 산에 올라갈 때가 경사가 되고 길이 좁으므로 주의할 것.

    2) 버스 이용
    - 나가사키 역 터미널에서 운젠까지는 하루 3편(주말은 4편)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 요금 : 편도 1800엔, 왕복 3240엔
    - 시간표 : 09:10, 13:10, 16:10(주말엔 14:40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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