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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단풍여행 #2 - 가을, 모닥불에 끓여먹는 이모니!

    NekoKen NekoKen 2010.09.27

    카테고리

    일본, 기타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파란 하늘도 좋지만, 맛있는 먹거리가 많아서 더 좋아요.

    일본의 다른 지역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일본 동북지방에서만 먹는 독특한 가을 먹거리가 있는데요.

    단풍이 곱게 든 깊은 가을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맑은 날에는

    시원한 물가에 가서 따끈한 '이모니(芋煮)'라는 국을 끓여먹어요.

     

     

     '이모(芋, いも)'는 엄마의 여자 자매를 부르는 이모가 아니라

    일본어로 '감자'를 뜻하는 단어예요.

    일반적으로 '이모(芋)'라고 하면 감자를 칭하는데,

    일본에서는 고구마도 '이모'라고 하고, 토란도 '이모'라고 해요.

     

     

    고구마는 '사쯔마이모(さつま芋)', 

    토란은 '사또이모(里芋)'라는 정식 명칭이 있지만,

    그냥 다 편하게 '이모'라고 부르더라고요.

     

     

    일본사람들도 감자, 고구마, 토란을 다 그냥 '이모'라고 하니까,

    단어 외우기 귀찮으면 그냥 다 '이모'라는 한 단어로 편하게 사용하세요.

     

     

    이모니

    芋煮

     

     

    이모니는 '감자를 끓이다'라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이모는 그냥 감자가 아니라 '토란'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먹는 그냥 토란국이랑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지만,

    '이모니'는 아주 특별한 음식이랍니다.

     

    그냥 일반 가스렌지에 끓이면 안되고,

    반드시 땔감 나무를 가져다가 불을 직접 피워서 끓여야 제맛이 나거든요.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날+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맑은 날

    +물이 흐르는 곳+땔감 나무 

    + 토란(이모), 고기, 당근, 양파, 곤약 등 일본 나베요리 재료 및 양념

     

    이렇게 많은 조건이 합집합(∪)이 아닌 교집합(∩)으로 다 충족 되어야지만

    진짜 이모니를 즐길 수 있어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보니 혼자서는 절대로 못 하고,

    4~5명의 소인원 보다는 10명 이상의 대인원이 함께 해요.

    이런건 큰 솥에 많이 끓여서 여러명이 함께 떠들면서 먹어야 제맛이 나니까요.

     

     

     

     

     이모니카이(芋煮会)를 하러 단풍이 멋진 야마가타(山形) 오모시로야마(面白山)에 갔어요.

    오모시로야마라는 명칭은 일본어를 조금이라고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지금 웃고 계실거예요.

    일본어로 '재미있다'라는 단어를 '오모시로이(面白い)'라고 하거든요.

     

      오모시로야마(面白山)니까 일본어를 그래도 직역하면 '재미있는 산'이라는 뜻이예요.

    오모시로야마에 있는 폭포의 모양이 재미있게 생겨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고요.

    원래 일본어로 재미있다는 말인 '오모시로이(面白い)'라는 표현은,

    얼굴을 하얗게 분칠한 사람들이 만담을 해서 '재밌다'라는 뜻이 생긴거예요.

     

    그 원래 뜻처럼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서 온통 눈천지가 되니...

    눈이 쌓여 산의  '얼굴이 하얗다'라는 뜻으로 붙여졌다라고도 해요.

    오모시로야마에 있는 설명문에도 이런저런 여러가지 설들을 다 적어놔서 뭐가 진짜인지 몰라요.

    보통 산이라고 하면 등산 애호가를 제외하고는 별로 재미없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받는데요.

     

     

    오미시로야마에는 '단풍', '코스모스', '계곡', '폭포', '스키장'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해서 참 재미있는 곳이예요.

    위치는 일본 동북지방의 센다이시와 야마가타시의 중간 지점으로 야마가타현에 속합니다.

     

     

     

    지도를 클릭하시면 구글맵에서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오모시로야마에 가려면 센다이(仙台)와 야마가타(山形)를 잇는

    'JR 센잔센(仙山線)'을 타면 됩니다.

     

    일본 동북지방의 멋진 산속을 달리는 기차라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에요.

    특히 곱게 단풍이 든 가을인 10월말이 가장 아름다워요.

     

     


     

     

     

     

     

     

    JR을 타고 오미시로야마역에서 내리니 이렇게 멋진 풍경이 펼쳐져요.

    울긋불긋 산을 온통 물들인 단풍들이 단풍놀이 좋아하는 할머니 취향 네코캔의 마음을 설레게해요.

     
     

     

     

     

    흥분한 네코캔은 아무대나 대고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 댑니다.

    생각없이 발로 막 찍어서 사진은 엉망이지만, 파란 하늘과 붉게 물든 가을산이 너무 아름다워요.

     


     
     
     

     

    역 앞에는 오모시로야마 고원의 주변 안내지도가 있어요.

    볼거리가 굉장히 많은 곳인데다 발품을 팔아야해서 하루에 다 보기 힘들 정도예요. 

     

    오모시로야마 고원 안내지도

    http://www.cam.hi-ho.ne.jp/omoshiroyama/keikoku-2.htm

     

    아래 지도는 잘 안보이니, 오모시로야마에 가실 분들은 위 링크를 따라가서 살펴보세요.

     

     

     

     

     

    이 드글드글한 시커먼 일본 청년들이 오늘의 이모니까이(芋煮会) 멤버들이예요.

     

     
     

     

     

     

    Wii Fit을 할 때마다 되새겨주는 저질 발란스 감각 때문에 급한 내리막길은 무서워요.

    그런데 멋진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저 까마득한 길을 내려가야 한데요.

    남들은 큰 냄비를 들고, 장작을 떠매고 내려가는데...

    전 짐도 없으면서 바들바들 떨면서 내려갔어요.

     


     

     

     

     

    그래도 일본의 일반인용 등산로는 안전 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덜 무서워요.

    내려다 봤을 때는 까마득 했는데...

    S자형 길에 밧줄로 손잡이까지 있어서 운동신경이 아예 없는 저도 수월하게 내려갔어요.

     

     

     

     

     

    가파른 벼랑을 힘들게 내려온 보람이 느껴지는 멋진 풍경이 펼쳐져요.

    토우카의 폭포(藤花の滝)가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데요.

    규모가 커서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콸콸콸 하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립니다.

     


     

     

     

     

    오모시로야마 역에서 내려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폭포예요.

    힘들게 등산을 하지 않고도 바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요.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과, 울긋불긋한 단풍, 콸콸 쏟아지는 폭포수!

    신선놀음하기 딱~ 좋은 곳이예요.

     


     

     

     

     

    제가 한적하게 신선놀음 하고 있을 때, 하늘같은 선배님들은 열심히 불을 피우십니다.

    평소에는 컴퓨터 키보드만 열심히 두드리시는 분들인데 말이죠.

    불을 피우다보면 손도 까매지고, 까매진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얼굴도 까매지고,

    간혹 머리카락도 태워먹고 그래요.

    '외국인 + 여자 + 막내' 세가지 유일무이한 조건을 다 충족시킨 저는 ^^ㅋ

    친절한 일본남자들의 배려로 거만하게 옆에서 구경만 했어요.

     

     

     

     

     

    맛있는 이모니의 조리법은...

    이렇게 커다란 냄비에 재료를 대충 집어 넣고 그냥 끓입니다.

     


     

     

     

     

    불이 안꺼지게 장작을 더 집어 넣고, 제대로 끓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도 해주고요.

     


     

     

     

     

    중간에 한번씩 뚜껑을 열어서 제대로 익었는지 확인 해 줍니다.

    저렇게 장작불을 때서 나베를 끓이니까 생각보다 금방 깊은 맛이 나더라고요.

    힘든 불 때기는 안하고, 옆에서 편하게 구경만 해서 금방 된것처럼 느껴진건지도 모르겠어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도 다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의자도 없고, 큰 공터도 없기 때문에...

    이모니가 익는 동안 다들 계곡의 큰 바위 위에 듬성듬성 앉아 있었거든요.

     


     

     

     

     

    이게 바로 완성된 이모니예요.

    저희가 먹은 이모니는 간장으로 맛을 냈는데, 입맛에 따라 일본 된장인 미소로 맛을 내기도 해요.

    쇠고기와 토란이 들어간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이라 깔끔하고 시원했어요.

     

     

     

     

     

    인원이 많다보니 이렇게 일회용 그릇에 큰 국자로 퍼서 먹었어요.

    일본은 나베요리(냄비)를 반드시 각자의 그릇에 따로 담아서 먹어요.

    한국 사람들이 찌게 끓여서 가운데 놓고 함께 퍼먹는걸 보고는 깜짝 놀라더라고요.

     


     

     

     

     

    저도 한 사발 받아서 맛있게 먹고, 맛있어서 한그릇 더 퍼다 먹었어요.

    별로 넣은것도 없는것 같은데 장작불로 끓여서 그런건지, 밖에서 먹어서 그런건지 진짜 맛있었어요.

    식당에서 가끔 '이모니'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아무리 맛있는 곳에 가도 이 맛이 안나요.

    이모니는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서, 장작에 직접 불을 피워서 만들어야지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을 특별식이예요.

     

     
     

     

     

     

    아무리 비싸고 좋은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면서 식사 할수 있는 곳은 없을거예요.

    시원한 바람이 불고, 투명한 계곡 물이 흐르고, 상쾌한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서 먹는

    따끈한 이모니의 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최고의 조미료는 허기라고 하는데요.

    허기에 이은 두번째 최고의 조미료는 바로 이런 자연풍경이 아닐까 싶어요.

     


     

     

     

     

    계곡의 바위에 앉아서 따끈한 이모니 국물을 마시면서 본 하늘이예요.

    맛있는 이모니를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똑딱이로 대충 셔터를 눌렀는데도 이렇게 멋있어요.

     


     

     

     

     

    세상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하늘과 나무인데, 눈물이 날 정도로 눈부셨어요.

     


     
     

     

     

    일본의 가을을 만끽하시려면, 동북지방에서 '이모니'를 드셔보세요.

    일본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국은 오모시로야마에서 먹은 가을 하늘의 맛, 이모니였어요.

     

     

    일본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1편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27049

     

     

     

    NekoKen

    도쿄에서 생활하며 일본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 piri07.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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