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주목할
 독특한 놀이터 3곳 

아이와 함께 유럽여행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그곳에 아이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비싼 티켓을 끊어서 유럽까지 왔는데 아빠, 엄마의 말도 잘 듣고 명소도 즐겨주길 바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모의 바람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유럽은 그저 건물이 조금 달라지고 사람들의 생김새와 언어가 다른 곳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많다. 더욱이 여행을 계획할 때 부모가 전적으로 여행 계획을 짰다면 아이의 입장에선 아빠, 엄마를 따라나선 어쩌면 힘든 여정일지 모른다.

이럴 때 런던의 공원이나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둘 도 없는 추억과 재미를 제공해준다. 런던까지 와서 무슨 공원을 다니고 놀이터를 찾아다니나 싶겠지만 아이와 여행을 하면 가야 하는 장소가 달라지고 갈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된다. 그리고 놀이터야말로 아이들에겐 그 어떤 유명한 건축물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이왕 이렇게 되었다면 많고 많은 놀이터 중에 제대로 된 놀이터를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고맙게도 런던에는 놀이터를 투어해도 될 만큼 재미있고 이색적인 곳이 산재해 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 방문하면 좋은 런던의 이색 놀이터 3곳을 소개한다.

다이애나 메모리얼 놀이터

이제 런던을 여행하는 엄마들 사이에선 너무 유명해진 곳이다. 런던 지도를 폈을 때 중심부에 커다란 녹지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왼쪽은 하이드 공원(Hyde Park), 오른쪽은 켄싱턴 가든즈(Kensington Gardens)이다. 다이애나 메모리얼 놀이터는 켄싱턴 가든즈 내에 위치하며 퀸즈웨이(Queensway) 전철역에서 내리면 쉽게 놀이터를 찾을 수 있다.

이곳이 엄마들에게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놀이터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놀이터의 입구와 출구는 단 하나. 입구에는 놀이공원처럼 직원이 상주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인원을 체크한다. 아이를 동반한 어른들만 놀이터에 들어갈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놀이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제 크기를 재현해 놓은 해적선의 위풍당당함에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부모들 역시 감탄사를 연발한다.

다이애나 메모리얼 놀이터는 평소 아이들을 사랑했던 다이애나비를 추모하여 2000년 6월에 설립된 곳이다. 매년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놀이터의 콘셉트는 피터팬에서 따왔다. 중앙의 해적선을 기준으로 주변에는 밀림을 형상화하여 열대 나무를 심어 놓았고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과 펌프가 마련되어 있다. 해적선을 중심으로 나눠진 여러 개의 공간은 큰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와 작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나뉘어있다.

놀이터 안과 밖에는 화장실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입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 올 때는 동네 놀이터에 간다는 생각보다는 작은 놀이공원에 간다는 생각으로 여행 시간을 넉넉히 배분하는 것도 잊지 말길.

주빌리 가든즈 놀이터

런던아이 뒤편에 위치하는 놀이터로 관광객이라면 한 번은 가게 되는 루트에 위치한다. 놀이터 안에는 커다란 목재구조로 이루어진 놀이시설이 두 개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목재를 엉성하게 쌓아서 사다리로 만들어놓은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목재가 세워진 기둥을 중심으로 로프 그물을 설치해 목재와 목재 사이를 건너는 구조이다. 몇몇 기구를 제외한 커다란 놀이기구는 굵고 커다란 목재들 사이사이를 요령껏 건너면서 노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 연령은 만 5세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다.

일반적인 놀이터에서 볼 수 없는 구도로 된 놀이기구라서 남자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나무 사이를 건너고 밧줄을 타는 등의 놀이가 아이들에겐 커다란 모험을 하는 듯한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놀이터 앞에 런던아이가 있어서 런던에서 가장 멋진 뷰를 가진 놀이터를 꼽으라면 단연코 주빌리 가든 놀이터를 꼽고 싶다. 런던아이와 놀이터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아이의 인생 사진이 될 수 있을 만큼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곳이다.

킬번 어드벤처 놀이터

근처 공사장의 폐자재를 이용해 만든 놀이터로 놀이터계의 '착한 놀이터'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캠든 디자인 어워드(Camden Design Award), RIBA 어워드, 칠드런 메이킹 스페이스 어워드(Children Making Spaces Award) 등 영국 내의 다양한 건축협회의 수상 경력을 가진 놀이터이기도 하다. 놀이터 위치가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니라서 위치상으로는 다소 불편하지만, 특별한 놀이터를 경험해보고 싶은 부모와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실제로 놀이터에 갔을 때 첫인상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놀이기구에 사용된 재료들은 공사장에서 쓰고 남은 폐자재들이 대부분으로 놀이터는 폐자재의 거친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놀이터의 모습은 아니다. 반듯한 모양의 놀이터 기구들에 익숙해져 있다면 자칫 허물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가 떡 하니 서 있는 것 같아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놀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기우일 뿐, 아이들은 놀이터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오르락내리락 자연스럽게 뛰어논다. 겉에서 보는 놀이터의 모습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지만, 놀이기구에 직접 올라갔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공간의 변화가 매우 다양하다.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는 숲속의 깊은 곳을 모험하는 것과 같은 좁고 넓은 통로를 지나야 한다. 통나무로 되어 있는 기다랗고 삐뚤삐뚤한 흔들 계단을 지나가면 또 다른 재료의 계단이 나타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통로가 넓어졌다가 좁아졌다가 반복되기도 한다. 당연히 있어야 할 공간은 막혀 있고 더 이상 길이 없는 곳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기도 하다. 예측을 할 수 없는 공간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곳이라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상상력이 발휘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