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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면 세상의 끝, 팔라완 포트 바튼

    젠엔콩 젠엔콩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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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라완에 가기 전,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포트 바튼(Port Barton). 산 비센테, 엘 니도, 푸에르토 프린세사처럼 스페인어 틈에 끼어 있는 영어여서 그랬을까.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궁금하면 가봐야지, 라는 마음에 여행 일정표에 포트 바튼을 써두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며칠 머문 뒤 포트 바튼으로 향했다. 가는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9인승 밴에 14명이 끼어 탄 채로 5시간가량을 달려가야 했으니까. 게다가 중간 즈음부터는 비포장도로인 산을 넘어야 했다. 스콜이 내린 직후 질퍽거리는 진흙 탓에 숨죽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작은 차 몇 대가 진흙에 미끄러져 못 올라간 언덕을 마침내 넘었을 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포트 바튼에 도착하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게 갰다. 해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조용하고 고요하며, 무엇보다 공기가 맑았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트라이시클이 뿜어내는 소음과 매연에 시달렸던 터라 그랬을까. 그 차이가 확연하게 와닿았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는 평화로웠다. 주인 없는 개들은 자유로이 뛰놀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포트 바튼의 첫인상은 보랏빛으로 물드는 노을처럼 아름다웠다. 그럼 포트 바튼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포트 바튼 해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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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 바튼 해변은 수영하기엔 좋지 않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방카 보트 때문에 자유로이 수영하기 어렵지만, 해수욕만이 해변을 찾는 이유가 아니기에 괜찮다. 해안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는 모양도 가지각색이라 보는 즐거움이 있다. 바다 바로 앞에 바와 카페가 있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만끽해보자. 방과 후 시간엔 아이들이 해변에 모여 고무줄놀이를 할 때가 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웃음이 전염되어 미소 짓게 된다. 종종 강아지가 옆자리에 찾아와 몸을 둥글게 말고 자기도 한다. 늘쩡하게 낮잠에 빠진 강아지는 참 귀엽다.

    산책하면서 다음날 떠날 호핑 투어를 계획해도 좋다. 여느 지역과 비슷하게 투어는 A, B, C, D로 나뉘고 호텔이나 여행사에 따라 인기 많은 장소만 모은 스페셜 투어가 있다. 값은 통일되어 있고, 투어 서비스 역시 대동소이한 만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선원에게 투어를 예약하면 된다.

    포트 바튼 비치 정보

    주소 | Port Barton Beach, Bonifacio St, Port Barton, San Vicente, Palawan
    운영시간 | 00:00-24:00 (단, 인공조명 없음)

     

     

     

    2. 아일랜드 호핑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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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 바튼 주변의 섬을 여행하는 호핑 투어.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야생 바다거북과 니모 등을 만날 수 있는 투어 A가 인기가 많다. 어느 투어를 택해도 여행객의 손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섬에서 즐기는 점심도 꿀맛! 함께 배를 탄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맥주를 마시며 여러 섬을 탐험하니 대해적시대의 선원이 된 기분이 든다.

    그중에서도 막시마 섬(Maxima Island)이 가장 인상 깊었다. 크기가 제법 되는 섬으로 해변엔 코코넛 나무가 자라고 섬 중심부 산은 밀림처럼 숲이 빽빽하다. 섬 주변을 돌게끔 둘레길도 마련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코코넛 열매를 구매할 수 있다.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다 코코넛을 마시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호핑 투어는 사랑이다.

    호핑 투어 정보

    호핑 투어 가격은 1인당 700페소.
    프라이빗 투어도 가능하며 2인 3,500페소 3인 4,000페소 4인 4,500페소이다. (환경세 별도)
    점심을 먹는 섬에선 산 미겔 맥주를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100페소.
    막시마 섬에서 파는 코코넛 열매는 50페소로 주문을 하면 나무에 직접 올라가 열매를 따서 손질해 준다.

     

     

     

    3. 코코넛 비치와 화이트 비치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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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 바튼 해변에서 편도 4~50분 가량 걸리는 트래킹 코스다. 가는 법은 간단하다. 남쪽으로 해변을 따라 쭈욱 가면 된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꼭 가보길 추천한다. 포트 바튼 해변이 끝날 즈음에 작은 강이 나온다. 허리 정도까지 오는 깊이로 몸을 흠뻑 적시지 않고는 건널 수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선을 이용한 나룻배로 강 건너로 옮겨주는 이가 있으니. 50페소를 주면 반대쪽으로 건네준다. 그리고 나선 풀이 무성히 자란 오솔길이 나온다. 길이 어렴풋이 보여 중간에 돌아가야 하나, 라는 고민이 들지도 모른다. 꾹 참고 앞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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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점점 넓어지고, 걷기에 딱 알맞은 넓이로 이어진다. 맹그로브 숲을 지나면 야자수 숲이 펼쳐진다. 키가 엄청나게 큰 야자수를 보면 남국에 와있다는 실감이 든다. 하지만, 이 트래킹 코스의 매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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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분쯤 걸으면 코코넛 비치에 닿는다. 작은 해변을 따라 코코넛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하루 이용료가 1인당 50페소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꽤 먼 탓일까. 사람이 거의 없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으나 이내 가버리고 나니 길고 긴 해변에 홀로 남았다. 수영도 하고, 햇볕도 쬐고, 책을 읽을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만을 위한 해변을 가진 느낌! 야자수가 만들어주는 그늘서 낮잠을 자니 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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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앞으로 나아갈 차례. 남쪽으로 쭉 내려가 보자. 화이트 비치가 나온다. 화이트 비치엔 호텔이 있어 식사할 수 있고 편의시설도 많다. 해먹이나 방갈로가 있다. 투숙객 전용이라고 하지만, 호텔에서 음료를 사면 사용하도록 해준다. 호텔 식당엔 판싯, 그린 커리 등이 갖춰지어 있다. 이제 다시 포트 바튼으로 돌아갈 시간. 왔던 길을 되짚어 가야 한다니, 라며 걱정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다. 호텔에 문의하면 포트 바튼으로 가는 방카 보트를 불러준다. 비용은 흥정할 수 있는데, 1인당 200~300페소 정도면 적당하다.

    TIP. 화이트 비치까지 물을 살 곳이 없으므로 물을 꼭 챙겨가야 한다. 비교적 험난한 구간이 있어 편한 신발을 신고 가는 편이 좋다. 방향 잡기가 어렵다면 화이트 비치 아넥스의 주소(White Beach Annex, Port Barton, San Vicente, Palawan)를 참고할 것.

     

     

     

    4. 노을 보며 스탠드업 패들보드(S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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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 문 리조트에서 SUP 보드를 대여해준다. 맹그로브 숲까지 노를 저어 갈 수도 있고, 바다 한가운데에 우뚝 설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먼 바다로 나가 노을을 바라보는 일이다. 잔잔한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바라보면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듯하다. 보드에 누워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색을 바라보면 누군가 하늘에서 물감을 섞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TIP. 노을을 볼 수 있는 오후 시간대에 타기 위해선 예약은 필수. 처음 배우는 분들도 물에 빠지는 두려움만 극복해 낸다면 보드 위에 편안히 설 수 있다. 포트 바튼은 섬에 둘러싸여서 그런지 파도가 잔잔해서 일어서기 어렵지 않다.

     

     

     

    5. 야심한 밤엔 레게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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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 바튼의 밤은 고요하다. 해변에 나가도 빛을 찾아보기 어렵다. 파도 소리만 쉬지 않고 울릴 뿐이지만, 단 한 곳만은 다르다. 은은한 조명, 신나는 음악과 함께 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이 섬에도 존재한다. 그건 바로 레게 바. 레게 바에선 라이브 음악이 사람을 불러 모은다. 연주하는 이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조화롭게 음을 구성하고 가수는 밝은 표정으로 진심을 담아 노래한다. 숯불구이 치킨과 맥주, 그리고 흥이 넘치는 음악을 곁들이면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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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주민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산 미겔 병을 부딪치는 소리가 많이 들릴수록 웃음소리도 커진다. 그렇게 포트 바튼의 밤이 깊어 간다.

    Native'bo Bar 정보

    주소 | Native'bo Bar, Port Barton, San Vicente, Palawan
    운영시간 | 20:00-01:00
    가격 | 산 미겔 필센 70페소 안주류 300페소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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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 문 리조트(Deep Moon Resort) 정보

    주소 | Deep Moon Resort, Port Barton, San Vicente, Palawan
    전화 | +63 977 852 1978
    가격 | 평균 1,500페소

    INFO. 포트 바튼에서 시설이 괜찮은 편에 속하는 리조트. 내부가 깔끔하다. 단, 포트 바튼의 여느 숙소와 마찬가지로 전기 사용에 제약이 있다. 즉, 온수와 에어컨이 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점은 포트 바튼 대부분 숙소가 그렇다.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돌려야 해서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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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프 카페(Reef Cafe) 정보

    주소 | Reef Café, Bonifacio St, Port Barton, San Vicente, Palawan
    전화 | +63 995 965 6699
    운영시간 | 07:00-23:00
    가격 | 버거 300페소 내외

    INFO. 훌륭한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 패티도 두툼하고 채소도 신선하다. 전체적으로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어느 대도시에 있어도 인기를 끌 법한 가게이다. 근래에 먹어 본 버거 중 가장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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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 바튼의 노을은 아름답다. 빛이 어느 색으로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황금빛에서 분홍빛으로, 다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가 군청색이 퍼져온다. 포트 바튼에 머무는 동안 해 질 녘 시간이면 빠짐없이 바다로 나와 노을을 보았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해변엔 어스름이 내려앉았다. 모두 식사라도 하러 간 모양인지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털에 윤기가 흐르는 황색 강아지 한 마리가 있을 뿐이었다.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주자 강아지가 손을 핥았다. 이 작은 생물은 내 손을 핥았고, 주변은 일상적이지 않은 마술적인 색채가 가득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수평선으로 사라진 해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세상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사라져 가듯, 저 태양도 이토록 아름다운 색으로 하늘을 물들이고 사라진 건 아닐까.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끝나버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의 끝이 그때 그 순간처럼 아름답다면 견딜 만 할 것이라고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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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 Info.

    포트 바튼 가는 법

    올여름, 팔라완으로 가는 직항편이 신설되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으로 들어와, 밴을 타고 포트 바튼으로 갈 수 있다. 호텔을 통해 예약하거나 직접 여행사를 통해 예약, 또는 산 호세 버스 터미널에서 밴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타면 된다. 그중 미리 예약하는 걸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9인승 밴에 14명을 가득 채우고 출발해서 늦게 탈수록 불편하게 가야 하기 때문이다. 산 호세 터미널에서 탄 승객의 경우 손바닥만 한 보조 의자에 앉아 5시간을 가야 했다. 가격은 1인당 500페소이며 프라이빗 밴의 경우 7,000페소 정도가 소요된다.

     

    ps.

    본문에서도 언급했듯 포트 바튼엔 전기가 상시로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쾌적한 여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낮에는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야 하며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포트 바튼으로 가는 길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조만간 전기가 상시로 들어오도록 배선을 끌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포트 바튼엔 변화가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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