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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블북]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소담 소담 2010.11.01

    카테고리

    유럽, 기타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산엔 백두대간, 섬엔 올레길, 저 넓은 바다엔 무슨 길이 없을까?

     

    사실 길은 어디나 있잖아?

     

    땅을 벗어나서 이번엔 바람으로 가는 배를 타고 바다의 백두대간을 가는 거 어때?

     

    서해에서 남해를 돌아 국토의 막내, 독도까지."



    막걸리에 빈대떡을 안주 삼아 먹다 나온 한 마디. 그 말에 맞장구를 치고 살이 붙어서 한 편의 요트 여행 계획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열 네 명의 남자는 우리나라 해안선 일주를 시작합니다. 10개월 동안 12차에 걸쳐 계속된 이 여행. 흔히 요트 여행이라고 하면 눈부신 햇살과 잔잔한 파도,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와인 한 잔을 음미하는 장면이 떠오르지만, 15년 된 낡은 무동력 요트와 함께 떠난 그들의 항해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모기의 살인적인 습격에 시달리고, 풍속이 나지 않을 때에는 땡볕 아래에서 계속 머물러있어야 했고, 풍랑이 일 때에는 멀미와 파도와 사투를 벌입니다. 요트는 두께가 얇기 때문에 어선이나 암초에 부딪치지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는군요. 그들이 여정을 보면 어느 하나 쉽게 간 적이 없이 고난의 관문이 하나 이상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항해를 계속 했던 것은 '낭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아름다운 풍경, 얼굴을 스치는 바닷바람, 바다 사나이들의 끈끈한 우정은 그 무엇보다도 강한 흡입력이 있지요. 오합지졸이었던 열 네 남자는 어느새 호흡이 척척 맞는 동료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이들의 따뜻한 정과 도움은 여행을 이끌어주는 또 하나의 힘이 되어 줍니다.


    대원들은 퀭한 눈으로 새 아침을 맞았다. 간밤에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갑판 여기저기 옷가지를 널어놓아 집단가출호는 보트피플을 태운 난민선의 모습으로 변했다. 삼척에 도착한 것은 해가 뜬 뒤로도 10시간이나 지난 오후 4시. 울릉도를 떠난 이후 장장 27시간 동안 논스톱 세일링 끝에 땅을 밟았다. 발밑으로 전해지는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육지의 느낌이 감격스러워 대원들은 서로를 얼싸안았다.
    - p. 297, 12차 항해 <서로의 시린 옆구리를 보듬어주며>



    마지막까지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항해가 끝나자 저 역시 같이 여행을 끝낸 듯 뿌듯함과 깊은 감동이 밀려옵니다.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맛깔나는 글, 그리고 허영만 화백 특유의 재치있는 그림이 있어 더욱 빛났던 여행기였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도 많아서 혼자 읽으면서도 낄낄거리곤 했던 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마다 가까운 어느 곳이라고 가고 싶은 마음이 물씬 들었고요. 아름답고 즐겁고 재미있고 사람 내음이 진득하고 생고생도 가득한 그들의 해안선 일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언젠가 저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소담

    책과 문화 & 외국 드라마, 아이폰, 다양한 리뷰 http://bookan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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