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일부터 1년 간 미얀마 무비자가 시행되었다. 사진은 양곤 '쉐다곤 파고다'.

지금 가야 더 좋은 곳이 있다. 10월 1일부터 미얀마 무비자. 단, 1년 동안 시범 운행이란다. 원래 관광비자 비용은 50달러. 이럴 줄 알았으면 올해 가는 건데. 그러고 보니 딱 작년 이맘때 나는 미얀마에 있었다.

왜 미얀마였냐고? 그것도 혼자?
배낭여행이 하고 싶었다. 수수한 옷차림으로 낯선 골목길을 타박타박 걷는 나. 그런 건 한국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에서 가능했다.

1. 미얀마 배낭여행 준비

v 생각보다 비싼 미얀마 항공권

막상 미얀마 배낭여행을 준비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항공권이 비쌌다. 미얀마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11월에서 2월 사이. 이때가 건기이자 성수기였다. 대한항공 직항이 있긴 했지만, 배낭여행자가 직항을 선택할 배짱은 없었다. 타이항공과 베트남항공이 가격 대비 괜찮아 보였다. 항공권 찾기 귀신인 나는 서울-방콕-치앙마이-만달레이-방콕-서울 항공권을 42만원에 찾아냈다.

▲ 미얀마는 일몰, 일출 때가 가장 아름답다. 위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긴 목조형 다리 '우베인'

v 혼자 자야 하는 숙소

미얀마 숙소는 아직 관광을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아, 대도시 관광지가 아닌 이상 도미토리가 많지 않은 편이다. 혼자 여행자는 더블룸 가격에 혼자 자야 하니 가격도 좀 더 드는 편. 간혹 인기 많은 호스텔에 가면 서양인들이 가득 파티하는 분위기라. 나처럼 조용하게 서로 거리를 지켜주며 깔끔한 곳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가끔 소외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보물 같은 숙소를 찾았다. 트래킹으로 유명한 마을 껄로(Kalow) 'Thitaw 2'라는 곳. 1박에 2-3만원 정도 하는 곳인데 조식으로 3단 도시락이 나왔다. 아, 물론. 미얀마 숙소 대부분은 와이파이가 무척 느리다.

[여자 혼자 미얀마 배낭여행 숙소]

- 양곤 : BaoBed Yangon Hostel
- 바간 : Ostello Bello Hostel
- 껄로 : Thitaw 2
- 인레 호수 : Song of Travel Hostel
- 만달레이 : Diamond Inn Hostel

2. 미얀마 2주 여행 루트 짜기

미얀마는 수직으로 긴 나라다. 대부분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며 여행을 한다. 다른 루트로 여행하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아직 여행 제한 지역도 많고, 교통편도 어렵기 때문. 국내선을 타도 경유를 해서 가는 등 여행 인프라가 좋은 곳은 아니다. 처음엔 국내선 경유가 무슨 말인가 했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데 대구를 경유해서 가는 식이다. 

▲ 미얀마 껄로 트레킹에서 만난 사람들. 트래킹이라고 하지만 평지라 걷기엔 수월하다.

그래서 한정된 일정에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계획된 여행 루트는 양곤(4) - 바간(3) - 껄로 (3) - 인레 호수 (3) - 만달레이 (2) 일정으로 13박 14일 동안 다녀왔다. 지역마다 이동시간이 꽤 되는 편이라 야간 버스를 타면 부지런히 다닐 수 있다. 처음엔 한정된 일정이라 껄로 트래킹을 하러 갈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결과는 미얀마 여행 통틀어 나는 껄로가 가장 좋았다. 바간은 경주 같은 느낌이라면, 껄로는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느낌이다. 트래킹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이 평지고, 걸어보면서 미얀마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출처 : 구글맵

[13박 14일 미얀마 배낭여행 일정]

1일차 : 양곤 (도착 - 시내 구경 - 지하철 타보기)
2일차 : 양곤 (쉐다곤 파고다)
3일차 : 양곤 (지하철 타보기 + 맛집 + 루프탑)
4일차 : 양곤 (시내 탐방 + 바간 야간 버스)
5일차 : 바간 (사원 일몰)
6일차 : 바간 (사원 일출)
7일차 : 바간 - 껄로 버스 이동
8일차 : 껄로 (트래킹 1일차)
9일차 : 껄로 (트래킹 2일차)
10일차 : 인레 호수 도착
11일차 : 인레 호수 (일몰 투어)
12일차 : 인레 호수 (우베인 브릿지)
13일차 : 만달레이 (시내 구경 + 쇼핑)
14일차 : 만달레이 (출국)

3. 혼자 미얀마 배낭여행 경비

미얀마 2주 동안 여행하면서 든 비용은 100만원 가량 된다. 역시 항공권이 42만원으로 가장 많이 들었고. 숙박비는 대부분 호스텔에서 자거나 야간 버스로 이동했다. 생활비는 하루 3-5만원 사이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끼니는 2-5천원 내외로 사 먹을 수 있고. 쇼핑 비용은 거의 들지 않았다. 태국과 베트남에 비교했을 때 물가는 비슷하지만, 더 투박한 느낌이 있다.

▲ 메뉴판에 '그린 토마토 샐러드'가 있다면 꼭 맛보자. 정말 맛있다. 간혹 시장에서 사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미얀마 천연 선크림 '타나카'를 얼굴에 바른 아이.

그 외에 여행 팁이라면 '바간'이라는 지역에서는 전기 스쿠터 'E-Bike'를 꼭 렌트하면 좋다. 운전은 스쿠터보다 쉽고, 길도 한산해서 이동이 수월하다. 한편, 인터넷의 경우 숙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노트북으로 사진을 업로드 하는 작업은 속도가 매우 느려서 거의 불가한 수준이었다. 대신 핸드폰 유심칩은 좀 더 빠른 편이어서 검색, 카톡, 구글 맵 보는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

[미얀마 13박 14일 배낭여행 경비]

- 항공권 : 420,700원 (타이항공)
- 숙박비 : 195,000원 (1만 5천원 X 13박)
- 생활비 : 420,000원 (하루 3만원 X 14일)
>> 총합계 : 1,035,700원 (13박 14일)

4. 나에게 미얀마는

동남아 여행을 많이 하다 보면 어디를 가든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때 남은 곳이 미얀마. 첫 해외여행으로 미얀마를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여행도 2주 이상 오는 사람도 많지 않다 보니 여행 고수들의 여행지 같은 느낌이 있었다. 단, 기대하는 것보다 낭만적이진 않았다. 미얀마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수하다지만, 당연히 상업적인 사람도 있고. 관광객을 귀찮아하는 스님, 소수민족도 있었다. 어디나 양면적인 모습은 있다.

▲ 바간 사원 일출 사진(위)과, 길에서 만난 아이들(아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배낭여행이 좋았던 이유를 뽑으라면. 혼자 잘 놀 수 있어서 좋았다. 바간에서 E-Bike를 타며 나만의 아지트 사원을 찾아다니며 일몰 보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껄로 트래킹을 하며 꽃길만 걷던 순간, 야간 버스 타며 노트북으로 좋아하는 영화 보는 순간까지. 그런 순간이 모여서 좋은 여행지였다.

또다시 동남아가 그리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