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의 첫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특별한 걸 하고 싶어.", "여름엔 코트 다쥐르, 겨울엔 알자스지!" 우리에게 특별함이란 결국 여행인가 보다. 사실 겨울은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거리의 풍경이 쓸쓸하기만 하다. 으슬으슬 춥고 회색빛 하늘의 우중충한 프랑스 겨울 날씨. 여행을 떠나기에 적기는 아니다. 하지만 딱 11월과 12월, 어쩌면 여름보다 더 생기 넘치는 프랑스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다.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특히 프랑스 알자스 지방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겨울 여행지다. 11월부터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스트라스부르를 비롯해 콜마르와 같은 소도시들에는 화려함이 번진다. 우리가 먼저 방문을 한 곳은 콜마르(Colmar)라는 작지만 사랑스러운 도시.
콜마르는 프랑스의 북동부 알자스 지역의 도시로 독일과 지리적, 문화적으로 근접해 있다. 프랑스령이었다 독일령이었다를 반복한 오랜 역사 때문이겠지. 세계 2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전국이 되면서 알자스 지방은 완전히 프랑스령이 되었다. 알자스 지방의 대표 도시이자 TV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소개된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차로 26분이면 갈 수 있어 많은 여행자가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방문한다. 파리에서는 기차로 약 3시간, 차로 5시간 정도 걸린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활기. 처음 콜마르를 방문하더라도 헤매지 않을 수 있도록 여기저기 마련된 친절한 안내판. 콜마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꽤 큰 규모라 구역별로 다른 콘셉트로 준비되어 있다. 지도 안에 각 마켓 위치 안내가 되어 여행하기 훨씬 수월했다.
콜마르를 방문한 사람들
분위기를 한층 더 흥겹게 해주신 산타 아저씨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캐롤 소리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들. 콜마르는 완벽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덕분에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경쾌했다.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며.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릴 적 동화를 보면서 이런 장면들을 보면 '여기에 나도 살고 싶어!' 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동화 속에만 존재할 거라고 믿었던 마을이 눈 앞에 펼쳐지니 동심으로 돌아가게 길을 터주는 마을 골목의 분위기. 색색의 목조 건물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콜롬바주 양식이라 불리는 전통 가옥 양식이 마을 구석구석 잘 보존되어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중세 시대의 마을의 모습을 지켜낸 마을이 손에 꼽히는데 다행히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콜마르는 전쟁을 피해 도시의 모습을 잘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콜마르에서 여긴 꼭! 메종 데 떼뜨(Maison Des Tetes)
메종 데 떼뜨는 '얼굴의 집'이란 뜻으로 1609년에 세워진 이 건물의 외부 장식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표정의 얼굴들이 무려 105개나 있다. 알자스 지방의 전통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어 콜마르를 가는 사람이라면 꼭 보고 오는 건축물. 현재는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소 19 Rue des Têtes, 68000 Colmar, 프랑스
콜마르 명물 2, 사람들의 발걸음 붙잡고 있는 메종 피스테르
콜마르에서 여긴 꼭! 메종 피스테르(Maison Pfister)
1537년에 세워진 녹색 첨탑과 튀어나온 창문과 테라스가 인상적인 메종 피스테르.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지가 되었다. 주소 11 Rue des Marchands, 68000 Colmar, 프랑스
콜마르에서 여긴 꼭! 생마르탱 성당(Collegiale St. Martin)
콜마르 구시가지 중심에 있는 웅장한 고딕 양식의 생마르탱 성당. 1235년에 건축하기 시작해 완공하기까지 10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수많은 첨탑이 인상적.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에 시선을 빼앗긴다. 또 이 성당이 특별한 이유는 성당 외벽을 보쥬 산맥에서 채석한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주소 Place de la Cathédrale, 68000 Colmar, 프랑스
콜마르에서 여긴 꼭! 쁘띠 베니스(Petite Venice)
유유히 흐르는 로슈 강 사이로 오밀조밀 세워진 색색의 전통가옥들. 날이 좋은 날이면 보트를 타고 운하를 따라 여행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쁘띠 베니스만큼은 따뜻한 봄과 여름에 더 예쁠 거란 생각. 겨울은 생각보다 쓸쓸해 아쉬웠다.
주소 Quai de la Poissonnerie, 68000 Colmar, 프랑스
매년 11월 말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콜마르의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고. 어른에게는 사라진 동심을 찾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장소로, 아이들에겐 꿈을 실현해주는 장소랄까. 유독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도 가고 싶은 도시지만, 프랑스인에게도 주말 여행지로 인기라고 한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콜마르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하나둘 조명이 켜지고 더욱더 화려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콜마르 안을 감쌌다. 콜마르 곳곳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안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과 알자스 지방의 특산품, 맛있는 겨울 별미들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저녁 무렵이라 우리도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맛있는 냄새로 가득. 하나하나 다 맛깔나 보이던 음식들. 뭐부터 먹어볼까, 행복한 고민하기.
담백한 브레첼 빵 안에 슈크르트와 소시지가 올려진 샌드위치, 탁월했던 선택!
뱅쇼 한 잔에 든든한 슈크르트 샌드위치를 먹고 나니 몸이 따뜻해졌다. 분위기 탓이었을까, 마켓에서 파는 장식품들 하나하나 다 꼭 사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념품은 통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늘 마지막 초이스는 마그넷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푹 빠져 한참을 둘러보고 나니 콜마르에 밤이 찾아왔다. 조명이 켜지고 반짝거리던 마을 곳곳의 풍경. 와- 짧지만 굵직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영화 <컬러풀 웨딩즈>에서 감수성 풍부한 둘째 딸 세고렌이 크리스마스 날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내리던 눈을 보며 "크리스마스의 마법이야"라고 하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콜마르에도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펼쳐지는구나.
2018년 콜마르 크리스마스 마켓
기간 11월 23일~12월 30일
오픈 시간 월요일~목요일 :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 금요일~일요일 :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 12월 24일 :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 12월 25일 :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
바게트, 크루아상, 몽블랑, 브라우니, 퐁듀, 와플, 츄러스, 젤라또, 티라미수, 뜨레들로, 데니쉬, 자허 토르테 ... 그 다음은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