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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를 풍미했던 홍콩영화를 찾아, 홍콩 속 영화산책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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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 영화인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의 배경인 것만으로도 홍콩은 흥미롭다. 1980년대 두기봉 감독 필두의 홍콩 누아르 영화와 1990년대 왕가위 감독 필두의 허무한 감각적 영화들. 그 영화들이 탄생한 나라다. 한참 전 흘러간 영화지만 그 잔상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한때를 풍미한 홍콩 영화를 찾아보는 건 과거 그 영화들에 빠졌던 나를 추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홍콩, 명소 1
    영화 <천장지구>의 가스등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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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거리는 역시나 휘황하다. 불그레한 밤, 빨간 택시가 새빨간 꼬리등을 켜고 줄 서 있다. 번화가 큰길 사이 두델 스트리트로 꺾어 든다. 골목엔 벽돌색 침묵이 흐른다. 드문 인적, 발그레한 등이 아슴한 빛을 흩뿌리고 있다. 불그레한 빛이 번진다. 다가갈수록 색온도는 더 낮아진다. 계단이다. 1875~1889년 조성된 두델 스트리트(Duddell St)의 화강암 계단과 계단 상하 각 2개씩 총 4개 가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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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가스등 4개는 Suggs & Co. 회사의 1922년 생산된 2-라이트 로체스터 모델이며 Towngas사에서 가스 공급을 하여 이 가스등을 밝혔다. 세계 2차대전 후 가스등은 점점 전기등으로 대체되었지만 여기 4개 가스등은 그대로 남아, 1967년 이후 유일하게 남은 가스등이 되었다. 이 계단 가스등은 1979년 8월 15일, 두델 스트리트 계단과 함께 국가기념물(Declared monuments of Hong Kong)이 되었다. 지금은 자동 점등 점멸 시스템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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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지나도 붉은빛을 뿌리는 가스등은 낭만적 분위기가 여전하다. 특유의 불그레함. 따스함 찾는 인간 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여전한 약속 장소, 웨딩촬영지다. 여기서 장국영의 <금지옥엽>과 <희극지왕> 등을 촬영했다. 영화적 사랑 판타지는 어둑하면서도 포근한 붉음을 간직한 가스등 아래였기에 그 낭만성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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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계단, 특히 영화 <천장지구>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다. 두기봉 감독이 20여 년 전 꽃다운 오천련과 유덕화를 이 계단에 세웠다. 영화 내용은 애절하다. 건달 남자 유덕화와 부잣집 아가씨 오천련의 사랑은 '영화처럼' 불타오른다. 유덕화는 예복 집 유리창을 깨고 턱시도를, 오천련은 흰 드레스를 입는다. 둘은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건달은 싸우고 죽는다. 그 둘이 함께 있던 계단이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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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천약유정(天若有情; A moment of Romance)은 노자가 도덕경에서 성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성인을 영원하고 완전한 존재로 비유했다. 그런 천장지구에 백거이의 시 덕분에 사랑의 의미가 스몄다. 백거이는 시에 당나라 현종이 죽은 양귀비 그리는 이야기를 적었는데, 장구한 천지가 다해도 이 한(恨)은 끊기지 않는다는 구절에 '천장지구'를 썼다. 그래서 이 구절은 영원히 사랑이 변치 않음을 뜻하게 된다. 그 사랑을 여기서 다시 상기한다.

    영화 <천장지구>의 가스등 계단(Gas Lamp)
    - 위치 : 홍콩 센트럴 더들 스트리트(Duddle St)
    - 찾아가기 : MRT 센트럴 역 D1 또는 G 번 출구
    - 입장료 없음/제한 시간 없음/ 계단 옆 스타벅스 콘셉트 스토어 옛 홍콩스타일 다방풍 '빙셧' 있음 

     

     


    홍콩, 명소 2
    영화 <영웅본색2>의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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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에 갈 곳이 수백 곳인데 굳이 묘지를 찾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아주 어릴 적 영웅본색을 보았던 기억으로 묘지를 찾았다. 홍콩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려는 15번 버스를 탔다.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270도 선회의 좁은 도로를 올라갔다. 해피밸리 경마장을 빙 돌면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다. 이곳은 1840년대 홍콩이 영국 식민지가 된 초반 무렵. 말라리아 등으로 죽은 자들의 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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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 가톨릭 측에서 묘지 터를 임차했다.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의 시작이다. 그래서 천사가 수문장으로 서서 죽음들을 살피고 있다. 들어온 자와 들어올 자를 바라보며 날갯짓하고 있다. 인적이 드물다. 묘지를 크게 둘러 산기슭을 걷는다. 15번 버스가 휘청이며 핸들 꺾던 길을 말 없이 걷는다. 인적 드문 길을 오른다. 말문 막히게 빼곡한 묘비들이 다가온다. 하얗고 창백한 얼굴들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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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명소다. 영웅본색 1편에서 죽은 주윤발이 묻힌 곳으로 설정된 곳이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다. 속편 <영웅본색 2>에서 장국영이 죽은 주윤발을 찾아왔다가 그의 쌍둥이 동생을 만난다. 장국영은 처음엔 죽은 주윤발의 혼령을 보는가, 하였다. 장국영이 '환생한 듯한' 주윤발 동생을 '다시' 만났던 묘지에서 한때 홍콩 누아르 영화에 푹 빠졌던 지인과 묘한 기분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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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누군가 서 있다면 유령 아닌가, 장국영처럼 눈을 크게 뜨게 될 듯싶다. 참고로 땅 비좁고 물가 비싼 홍콩에서는 묘지 자릿값도 무척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기묘한 장관이랄까, 아주 빽빽하고 층층으로 만든 홍콩스러운 묘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는 고층 빌딩 바로 옆으로 이렇게 묘지가 펼쳐지고 있으니 삶과 죽음이 한 층씩 번갈아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 <영웅본색2>의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 정보
    - 이름 : St. Michael Catholic Cemetery, Hongkong, 2018
    - 오픈 : 8:00~19:00

     

     


    홍콩, 명소 3
    영화 <천장지구>의 성 마가렛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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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영화 <천장지구> 촬영지인 성 마가렛 성당 찾아가는 길, 홍콩치고 넓은 초지에 사뭇 놀란다. 운동장, 경마장이 이어진다. 이 지역은 홍콩 부촌이다. 부촌은 과거 식민지 권력자의 유희 장소이기도 했다. 과거 영국인들이 모여 한담 나누던 사교장 해피밸리 경마장으로 향했다. 여주인공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 있던 성당을 찾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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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도로 너머 성당이 보인다. 홍콩섬에 자리한 성 마가렛 성당(St. Margaret's Church; 聖瑪加利大堂)이다. 성녀 마가렛(St. Margaret Mary Alacoque)을 기리는 아시아 최초 교회다. 1925년에 세워졌다. 그리스 로마를 동경하는 주두가 곧게 버티고 있다. 입구에 성 피터와 성 폴의 동상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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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마가렛 성당도 가스등 계단과 함께 홍콩 영화 <천장지구 : 天長地久> 촬영지였다. 부잣집 아가씨 오천련이 하얀 드레스 입고 성당에서 순수한 사랑의 맹세를 하는 동안 건달 유덕화는 피 흘리며 싸우러 간다. 자신이 순수한지 모르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여자, 자신이 의리 있는지도 모르고 의리를 지킨 남자. 그래서 애틋했다. 그래서 기억되는 몇 장면을 회상한다.

    영화 <천장지구>의 성 마가렛 성당 St. Margaret's Church(聖瑪加利大堂) 정보
    - 주소 : 2A Broadwood Rd, Leighton Hill, Hongkong
    - 전화 : +852 2576 2801
    - 홈페이지 : 
    http://smc.catholic.org.hk/en/

     

     


    홍콩, 명소 4
    영화 <중경삼림>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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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관광객 모두가 꼭 찾는 곳이 여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아찔한 고층 건물 사이를 오르는 에스컬레이터가 홍콩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Mid-Levels Escalator, 中環至半山自動扶梯 )다. 야외 에스컬레이터로 세계 최장 길이인 800m가량으로, 주민 이동 편의를 위해 만들었다. 퀸즈 로드 센트럴에서 고급 주택가인 미드레벨(미들 레벨) 지역까지 올라간다. 항생 은행 근처에서 빅토리아 피크 중턱까지 이어지며 구름다리로 IFC 몰까지 갈 수 있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언덕배기 사는 주민들 출퇴근용이다. 그래서 오전 6:00~10:00는 출근용 하행만, 이후 10:20~24:00까지는 상행만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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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센트럴, 소호를 누비고 싶다면 그리고 여기서 촬영한 영화들에 향수가 있다면 누구든 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면 된다. 고층 건물 좁다란 사이로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간다. 속도는 여느 에스컬레이터와 비슷하며 중간중간 타고 내릴 수 있다. 가장 하단에서 가장 상단까지 약 20분 걸린다. 개방된 난간 너머 홍콩 유명 거리가 차례로 지난다. 그리고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기억 속 과거 영화들을 다시 지나게 한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몸은 2018년에, 마음은 1994년에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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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에스컬레이터 하면 단연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이 떠오른다. 당시는 홍콩이 영국령이었다가 중국으로 반환되던 시기, 세기말적 불안과 혼돈까지 더해져 묘한 무기력감과 아련함이 흐르는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그중 하나인 <중경삼림> 영화 제작 연도 1994년, 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개장 1994년이니 서로 각별할 수밖에 없다. 금성무가 연인을 그리면서 파인애플 통조림 먹으며 '리즈' 시절을 뽐내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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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본 영화 같은데 벌써 24년 지났다.  24년 된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히 잘 움직인다. 24년 전 불안과 혼돈이 아무렇지도 않게 잊히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으며 '만약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이라던 금성무도 늙었다. 금발 가발 쓰고 배신자를 죽이겠다던 임청하도, 잃어버린 사랑에 혼잣말하던 양조위도,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흥얼대던 왕페이도 세월만큼 흐려졌다.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의 아스라한 꿈처럼 모두가 지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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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1990년대 즈음 영화들 명소를 살폈지만, 이 밖에도 <화양연화> 주인공들이 밥을 먹었던 레드페퍼 레스토랑이며 이소룡이 날아다녔던 건물도 있다. 홍콩서 가장 돋보이는 건물, IFC 몰(International Finance Centre Mall)은 영화 <툼 레이더>의 졸리가 꼭대기에 매달렸던 빌딩이며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도 스쳐 지나간 건물이다. 정말 수많은 영화를 찍었고 찍고 있는 홍콩이 아닐 수 없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Mid-Levels Escalator, 中環至半山自動扶梯 ) 정보
    - 위치 찾아가는 길 : MRT 센트럴 역 D2 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이용 시간 : 하행: 06:00~10:00 / 상행: 10:20~24:00 (각각 1방향 운행, 무료) / 중간중간 내리고 탈 수 있음
    - 최하단 ~ 최상단까지 약 20여 분 소요
    - 할리우드 로드와 만나는 지점에 MRT Fare Saver 기계에 옥토퍼스 카드를 찍으면, 당일 MRT HK $2 할인됨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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