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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스한 길을 거닐다,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

    김노을 김노을 2018.12.17

    온천과 바다로 유명한 오이타현. 이번에는 조금 더 멀고도 깊숙한 곳에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조용한 어촌 마을입니다. 옛 마을이 소소하게 보존되어 있고, 푸른 바다와 초록빛 숲이 어우러지는 곳이에요. 오이타에서는 JR을 타고 약 두 시간, 후쿠오카의 중심 하카타에서는 돌고 돌아 네 시간쯤 걸리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도쿄나 후쿠오카, 오사카 등의 대도시 여행에서 벗어나 일본의 소도시나 시골이 품은 매력에 빠질 수 있었던 곳, 사이키 시가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101)_70291016.jpg규슈올레 사이키 오뉴지마 코스를 찾은 올레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찾아가는 여행지에서도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키 시를 찾은 건 순전히 규슈올레 코스를 걷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뉴지마라는 작은 섬에 조성된 규슈올레 제20코스 말입니다.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2018년 봄에 개장한 따끈따끈 신상 올레 코스예요. 그 작은 포구마을, 사이키 항에서 배로 10분을 더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에 올레길이 생긴 겁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110)_22276525.jpg사이키 항과 오뉴지마 섬을 오가는 차도선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규슈올레에서 생겨난 두 번째 섬 올레입니다. 둘레 17km의 아담한 섬에 7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이곳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꽤 넓은 섬의 극히 일부를 즐길 수 있는 길이지만, 오뉴지마의 소소한 매력이 올레길 구석구석 가득한 것이 특징입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2)_37545033.jpg사이키 항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오뉴지마 섬에 도착합니다.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마을의 중심, 공원에서 시작합니다. 한때 학교가 있었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공원이 되었다는 곳입니다. 이곳을 출발해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 두 개의 언덕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것이 큰 맥락. 코스 중간에 솟은 두 개의 산은 마치 제주의 오름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산은 필수, 두 번째 산은 선택입니다. 해안 쪽으로 대체 경로가 만들어져 있거든요(A루트와 B루트).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31)_56677321.jpg안을 따라 이어지는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8자형 코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작점에서 바다를 따라 걷다가 언덕을 넘어 다시 시작점으로, A와 B루트로 나뉘는 후반부를 지나 포구로 가는 길입니다. 일단 사이키 시에서 배를 타고 넘어오면 포구에 도착하지만, 시작점까지는 거리가 꽤 있습니다. 꼭 정방향으로 걸을 게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코스를 추천합니다. 아래 코스대로라면 겹치는 구간 없이 다시 오뉴지마 포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사이키 - 오뉴지마 코스 진행 방향 추천

    오뉴지마 포구

    바닷가를 따라 걷는 B루트

    공원(사이키-오뉴지마 코스 시작점)

    정방향으로 진행(회귀노선)

    공원(시작점) 

    토미산을 넘는 A루트

    오뉴지마 포구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38)_88540215.jpg을 골목길을 따라 올레길이 이어집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36)_55893287.jpg스럽게 열린 귤

    본격적으로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를 걸어볼까요. 포구에서 시작점까지는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조금 수월하게 갈 수 있었어요. 공원을 떠난 후, 바다를 따라 쭉 거닐어보나 싶더니 작은 골목길로 들어섭니다. 섬 자체는 꽤 넓지만 집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바닷바람이나 파도를 막아서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친 것이겠지요. 마침 귤밭까지 눈에 띕니다. 상큼한 귤 향기가 올레길에 깊게 스며들어 있어요. 제주의 전통가옥 앞 골목길들과 비슷한 풍경입니다. 두 섬이 꽤 닮았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39)_90238679.jpg부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신사

    길 중간에는 신사도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바다 일을 떠나는 뱃사공들의 안전을 기원하려는 의미가 가장 큽니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기도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오뉴지마에 자리한 여러 신사들은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어 자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잠시 들러 이번 여행의 안전을 빌어보기도 했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43)_37688988.jpg유가 가득한 해안 산책로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55)_28796694.jpg어촌 마을의 풍경을 곁에 두고 걷는 길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다시 바다를 곁에 두고 걷습니다. 주변으로 여러 섬이 솟아서인지 바다가 더욱더 잔잔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바다를 따라 걷다 보니, 양식장을 관리하는 어부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예쁜 자연과 어우러지는 그 풍경이 그저 아름답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46)_35412666.jpg레길임을 알리는 리본

    제주올레와 마찬가지로 파란색과 빨간색 리본이 올레꾼을 맞아줍니다. 길 어디서든 이 리본만 찾으면 쉽게 코스를 진행할 수 있어요. 파란색 간세 표지, 두 색깔의 화살표도 잊을 만하면 등장해 길을 안내합니다. 올레길을 더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49)_87665837.jpg바다를 가르는 둑길

    얼마나 걸었을까요. 둑길이 나타납니다. 오래전에 지었을 법한 둑 위로 좁은 길이 이어집니다. 올레꾼 여럿이 줄지어 서서 가는 모습이 왠지 귀엽기도 합니다. 여차하면 앉아서 풍경을 즐길 수도 있을 듯해요.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54)_93232994.jpg숲은 다시 바다로 이어집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57)_17062983.jpg슬아슬 걷는 해안길도 있어요.

    동백이 피어난 숲을, 해안으로 빙 둘러가는 길을, 다시 귤밭을 지나 걷다 보면 작은 마을이 하나 더 나타납니다. 산이 가까워지는 걸 보니 첫 번째 고비가 머지않았나 봅니다. 마을을 S자로 굽이굽이 잇는 골목길을 따라 들어갑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64)_79037221.jpg어렵지 않아요.

    곧이어 등장하는 첫 번째 등산로. 숲길은 대개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푹신한 바닥 덕분에 걷는 건 더 수월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좌우로 빼곡히 펼쳐지는 숲이 인상적입니다. 아무도 건들지 않은 숲이 따스하게 감싸니, 매 걸음이 가볍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70)_62099200.jpg사이키 오뉴지마 코스의 첫 번째 전망대

    이래저래 오르다 보면 어느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의 중간 지점, 전망대에 오르게 됩니다. 사이키 시 주변으로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것이 신선놀음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로운 곳이에요. 참고로 두 번째 산을 오를 예정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충분히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풍경 또 찾기 힘들거든요.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75)_40473864.jpg기저기 흩어진 마을에서 하나의 학교로 가는 길이 올레가 되었습니다.

    사실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마을 주민들이 예전에 오갔던 길을 다시 발굴해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의미가 참 남다른데요. 특히 아이들이 학교를 오갔던 길이라고 해요. 지금은 폐교되어 사라진 곳이지만,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나름대로 의미가 깊습니다. 올레는 다시 마을로, 시작점이었던 공원으로 향합니다. 오르막과 마찬가지로 완만한 내리막이 기분 좋게 이어지고 있어요.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82)_78595313.jpg섬에 있는 신호등은 단 하나 뿐이에요.

    그나저나, 길을 걸으면서도 눈치를 채지 못 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섬에 신호등이 단 한 기만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 오뉴지마는 애초에 차량 통행이 적어 신호등이 필요 없는 곳이지만, 교육적인 목적으로 설치했다고 해요.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훗날 섬 밖으로 나갈 때 교통신호 체계를 모르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어른들의 배려가 이 신호등을 만들어 낸 겁니다. 괜스레 신호를 잘 지켜서 건너봅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86)_76414961.jpgB루트는 이렇습니다.

    시작점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길. 슬슬 A루트로 갈 것인지, B루트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해안으로 가는 B루트는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길과 유사한 구간을 쭉 지납니다. B루트는 평탄한 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섬의 여유를 즐기며 거닐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고민해 보세요.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88)_84641633.jpg레 감성 충만한 골목길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90)_98048721.jpg그네에 앉아 엉덩이를 흔들흔들~

    다시 또다른 마을을 지납니다. 집 앞, 밭 한가운데로 길을 낼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길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해요. 천천히,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걸었습니다. 그래도 낡은 그네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잠깐 앉아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흔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91)_55160463.jpgA로 갈 것이야, B로 갈 것이냐.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93)_22434488.jpg교적 더 가파른 산길이 펼쳐집니다. 길지는 않아요.

    저는 A루트로 걸었습니다. 그래도 힘든 코스로 걸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요. 삼나무가 솟아난 산길을 따라 오릅니다. 이 산은 앞서 지났던 구간과는 달리 조금 가파른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함께 걸었던 마을 아이들은 체력이 참 좋은지 금세 올라갔지만, 저는 천천히 올랐어요. 물론 풍경을 즐기기 위함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요.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94)_38907021.jpg미산 오르는 길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95)_44020384.jpg이들이 명당을 차지했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100)_77889914.jpg드디어 마지막 고비, 토미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올랐을까요. 마침내 토미산의 정상.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힘든 구간이 끝났습니다. 바로 앞으로는 사이키 시내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비록 작은 도시이지만 자연 풍경과 어우러지는 마을의 모습이 묘하게 조화롭습니다. 반대쪽으로는 오뉴지마를 비롯해 여러 섬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99)_33592447.jpg미산 정상에서 본 사이키 시 풍경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그저 이 정상의 탁 트인 조망에서 마음의 짐을 한껏 내려놓기도 해봅니다. 바람과 이제는 따스하게 느껴질 햇살도, 파란 하늘을 장식하는 새하얀 구름도 이곳에 오르는 이들에게 소소한 박수를 보냅니다. 거대한 나무에 내걸린 그네를 타고 그 하늘에 조금이나마 다가가는 올레꾼들도 눈에 띕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106)_78244383.jpg내려가는 길은 조금 수월합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107)_28832737.jpg지막 마을에 도착!

    다시 내려가는 길. 완만하거나 혹은 가파른 흙길이 오뉴지마 포구로 이어집니다. 그 길 끝에는 오뉴지마로 들어서는 관문에 자리한 마을이 자리합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마지막 구간 '올레'를 따라 걸으면 이내 바닷가에 닿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108)_96585098.jpg규슈올레 사이키 오뉴지마 코스는 해안을 따라 걷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20180310_KyushuOlle_Saiki_Onyujima_(109)_70400972.jpg마을에 행사가 있어서인지 귀여운 캐릭터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어요.

    총 10.5km에 이르는 규슈올레 제20코스 사이키-오뉴지마 코스가 이시마 마을과 포구 앞에서 끝을 맺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잠시 쉼이라는 걸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마을 주민들은 언제나 웃으며 맞아주었고, 길은 강 약 중강 약을 넘나들며 걷는 내내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화창한 날씨와 잔잔한 바람은 오뉴지마의 봄을 더 감성으로 물들게 했고요.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규슈올레에 한층 더 빠져들 수 있었던 코스였습니다. 

     

    김노을

    21세기형 한량 DNA 보유자. 여행하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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