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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피아졸라의 음악과 함께 선자령 풍차길을 걷다

    리즈 리즈 2010.12.28

    카테고리

    한국, 강원




    새하얀 눈이 옵니다.

    음악을 들으며 소복히 눈이 쌓인 겨울 길을 걷는 일...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저는 올해 마지막 겨울여행을 피아졸라의 음악과 함께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강원도 바우길...그중에서도 제 1코스 '선자령 풍차길' 입니다.



     

     

    피아졸라와 함께 걷는 '선자령 풍차길'



     

    강원도 바우길은 올해 인기였던 '트래킹'을 위해 만들어진 강원도의 길입니다.

    기존에 걷기 좋은 구간들을 길로 다듬고 사람들이 다니기 쉽게 만든 것이죠.


    강릉 출신의 소설가 이순원씨와 산악인 이기호 대장이 이 길을 개척했다고 합니다.

    11개 코스에 이르는 길들은 하나 하나 참 매력적입니다. 


    산의 등줄기를 밟으며 대자연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코스도 있고,

    산길을 따라 바다로 나서는 길도 있습니다.

    그러다 숲으로 향하는 길도 있고요...

    어쨌든 그런 길을 걷다보면 절로 건강해질 것만 같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 할 길은 강원도 바우길 중에서도 선자령 풍차길 입니다.

    총 길이 11km로,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상행휴게소에서 출발해 다시 돌아오는 길입니다.


    풍해조림지를 지날 때 백두대간의 등길을 걷게 되지요.

    눈이 녹지 않은 요즘 같은 시즌엔 아이젠과 같은 장비가 꼭 필요합니다.


    편하게 걷기를 원하신다면,

    지금보다는 여름이나 가을 쯤이 훨씬 여행하기 수월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2010년의 마지막을 이 곳에서 마무리하고 싶어졌습니다.

    눈 쌓인 선자령 풍차길의 운치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졌거든요.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피아졸라의 음악과 함께...


     



     

    Invierno Portena : 겨울, 길과 만나다



     




    길은,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끊임 없이 사색하게 하고, 끊임 없이 말을 걸어 오죠...


    그래선지 강원도 바우길을 혼자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급격한 경사가 없는 평탄한 이 길을 2-3시간에 걸쳐 슬슬 걸으며,

    한 해 동안 인상 깊었던 일들을 하나 둘 떠올려봅니다.

    이틀이고 삼일이 지나면 외롭겠지만,

    하루 쯤이야.. 혼자여도 나쁘지 않아요.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피아졸라의 'Invierno Portena'...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중 겨울을 이야기하는 이 노래와 겨울 산책은 퍽 잘 어울립니다.


    그럼 이쯤에서 잠시, 피아졸라와 그의 음악 이야기를 꺼내 볼까요?





     

    피아졸라, 그의 음악에 대해서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

    작년의 인기 드라마였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리베라탱고'란 곡을 기억하시나요?

    뉴에이지를 하는 많은 뮤지션들이 연주해서 유명한 곡이기도 한데요,

    그 '리베라탱고'가 바로 피아졸라의 명곡입니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뮤지션으로,

    전통적인 탱고를 뛰어넘어 아르헨티나의 독특한 '탱고 문화'를 만든 주인공입니다.

    저는 피아졸라의 곡 중에서도 'Invierno Portena'를 특히 사랑하는데요,

    겨울에 들으면 정말 좋답니다.






    사실 '탱고'하면 리드미컬하고 화려한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피아졸라의 곡은 슬프고 치열한 느낌입니다.


    그의 탱고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그 치명적인 탱고의 매력을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여러분도 그 치명적 매력이 귓가에 울리던, 강원도 바우길로 돌아가 보실까요?





     

     Oblivion : 망각한 것들을 찾아 가는 길



    피아졸라의 곡 중에 유난히 아픈 곡이 바로 '망각'입니다.

    사람들은 '이별 후의 망각' 처럼... 

    인생을 살아가며 참 많은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그리고 1년의 끝자락에 떠난 겨울 여행지에서

    그 망각했던 것들을 다시금 되새겨보곤 하죠.






    표지판이 흔치 않은 눈 내린 바우길을 걸으며...

    몇 번이고 길을 걷다 길을 잃으며...

    혼자만의 발자욱을 눈에 새기며, 그렇게 잊고 지내던 무언가를 다시 들춰보게 됩니다.






    Milonga Del Angel : 한 해의 고단함을 위로 받으며



    '밀롱가'는 아르헨티나에서 파생된 민속음악인데 '탱고의 전신'이라 합니다.

    탱고보다는 서정적이고 부드러워서 19세기에 도시 빈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피아졸라가 1962년에 발표한 '천사의 밀롱가'라는 무대음악은...

    그 음악이 흐르던 희곡의 내용처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빈민들을 위로하는 듯 무척이나 따뜻합니다.






    선자령 풍차길의 겨울 풍경은 피아졸라의 위로 만큼이나 따뜻하고 목가적이었습니다. 

    양떼목장을 따라 걸으며, 그 서정적인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었지요.


    '밀롱가의 천사'란 곡과 함께 여유로이 산책하며,

    지난 한 해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충분히 따스한 위로가 되더군요.






    Concierto Para Quinteto : 아쉬움에 대해서



    '퀸텟을 위한 콘체르토'란 곡은 피아졸라도 몹시 아꼈던 곡이라고 하네요.

    혹자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 곡을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도 하더군요.

    아찔하게 올라가는 현의 높이와 까마득한 감성의 깊이가 

    아마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선자령 풍차길을 걸으며 이 곡을 떠올렸던 이유는,

    이 길의 끝에서 느꼈던 어떤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그 아쉬움은 이미 흘러가 버린 지난 1년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마땅한 장비가 없어 완주하지 못한 이번 여행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너무나 막연할 수 있는... 지난 1년 속 저 자신에 대한 아쉬움일 수도 있고요...


    이 곡에서 흘러나오는 날카로운 현의 음이 저를 베어내 듯...

    올 한 해에도 아픈 추억과 더불어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겨울의 눈을 사박사박 밟으며, 

    그렇게 선자령 풍차길을 돌아 나오며,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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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졸라의 음악과 함께 한 이번 겨울 여행 리뷰를 마무리하며... 

    보너스로 여러분께 추천 앨범 몇 장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즐감해주세요!



     

    Bonus Track

     

      

    CD 1 : Eight Seasons

     

     



    기돈크레머는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피가니니의 환생'이라고 불릴만큼 어마어마한 기교를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지요.


    숨겨진 작곡가를 재발견하기도 하고,

    피아졸라와 같은 음악을 연주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최근 그는 새로운 형식의 연주회를 통해

    대중이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앨범 또한 그의 행보와 무척 잘 어울리는데,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엮어 만들었습니다.



    앨범을 살짝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발디의 '사계 중 봄'으로 시작해, 피아졸라의 '봄'으로 마무리 합니다.

    이 앨범과 함께라면, 미묘하게 매력적인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처음에 Invierno Portena를 듣기 위해 이 음반을 구입했는데...

    지금은 여러모로 즐겨듣고 있네요.



     

     

    CD2 : Piazzolla Project

     




    앨범 이름에 나와있듯, 피아졸라의 음악을 담은 앨범입니다.

    아르테미스 사중주단과 쟈크 아몬이 참여했고요.


    아르테미스는 독일의 신성 현악 사중주단입니다.

    치열하고 하드코어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죠.


    쟈크 아몬은 칠레의 피아니스트인데,

    아르테미스의 엑카르트 룽게와 함께 꽤 오래 전부터 피아졸라의 음악을 연주해왔다고 하니

    이 음반은 보증된 앨범이라 생각하셔도 좋을 듯 싶은데요,


    제가 이번 여행 중 들었던 Concierto Para Quinteto,  Inverno Portena, Milonga Del Angel 모두

    이 앨범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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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리베라탱고'를

    엑카르트 룽게와 쟈크 아몬이 연주한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요요마 식 해석이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속 첼로의 리베라 탱고에만 익숙하시다면...

    피아노와 첼로가 주고받는 이 치명적인 리베라 탱고의 매력에 빠지실 수도 있습니다!




    [youtube lW5hTPC7grk]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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