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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해서 더 매력적인 길, 규슈올레 지쿠호-가와라 코스

    김노을 김노을 2018.12.26

    2018년 봄. 규슈 후쿠오카에 스물한 번째 올레 코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규슈올레 21코스, 지쿠호-가와라 코스입니다. 제가 올해 수없이 걸었던 길들 중에서 단연 최고로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고즈넉한 마을 풍경과 친절한 사람들, 길 따라 이어지는 평온한 분위기는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후쿠오카현, 가와라(香春)가 오늘의 여행지입니다.


    DSC01748-편집_98582201.jpg규슈올레 지쿠호-가와라 코스 시작점, 사이도쇼역

    규슈올레 21코스 지쿠호-가와라 코스는 사이도쇼역(採銅所)에서 시작합니다. JR의 히타히코산선이 지나는 역인데요. 기타큐슈의 고쿠라역(小倉駅)에서 방문하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역사는 문화재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고 있는 건물입니다. 1915년에 문을 연 역사로, 현재까지도 당시의 건물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DSC01764-편집_92566681.jpg올레를 걸을 때는 리본만 잘 따라가면 됩니다.

     

    DSC01822-편집_97085658.jpg야트막한 오르막을 따라 아야마로 들어섭니다.

     

    DSC01992-편집_28137450.jpg아야마로 들어서는 등산로

    사이도쇼역을 출발해 마을을 지나면 논밭 사이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길은 점점 높아지고, 등 뒤로는 소소하게 마을 풍경이 펼쳐지기도 해요. 오르막길이 내내 계속되는가 싶더니, 본격적으로 산속으로 들어섭니다. 초장부터 힘을 쏙 빼놓겠다는 의도인가 싶지만, 이후에는 평탄한 길이 펼쳐질 겁니다. 미리 겁먹지 말자고요.

     

    DSC01988-편집_90873003.jpg삼나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았습니다.

     

    DSC01874-편집_26547032.jpg대나무 숲도 엄청납니다.

    지쿠호-가와라 코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고비, 아야마의 언덕에서는 삼나무 숲과 대나무 숲이 연달아 나타납니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이 꽤 따사로워요. 마을 뒤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게 신비롭기만 합니다.

     

    DSC02114-편집_72706225.jpg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터널도 있고요.

     

    DSC02118-편집_92603532.jpg너른 들판도 눈에 띕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속으로 들어온 듯해요.

    아야마가 품은 원시림을 통과한 뒤, 비탈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마을입니다. 너른 들판도 곁을 내어줍니다. 인적이 드물기는 하지만, 탁 트인 풍경 덕에 길을 걷는 게 마냥 힘들지만은 않습니다. 이따금 마주치는 마을 주민들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옵니다.

     

    DSC02126-편집_19047214.jpg횡단보도도 그저 정겹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시골 마을 특유의 감성 가득한 횡단보도도 만나게 됩니다. 특별할 것이 없어도 그저 정겹습니다. 봄에는 동백과 벚꽃, 매화, 여러 들꽃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어요. 다음 봄이 다가올 때 즈음이면, 또다시 이곳이 생각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DSC02271-편집_42304959.jpg길을 걷다가 기차를 만나면 괜히 반가워요.

    길은 때때로 철로를 건넙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기차를 만날 수 있어요. 규슈올레 21코스의 시작점인 사이도쇼 역과 종점인 가와라 역을 오가는 JR 히타히코산선 소속 기차입니다. 기차 시각을 미리 알고 있다면 이곳에서 감성 가득한 풍경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DSC02359-편집_47842465.jpg소소한 일본 소도시의 풍경을 벗 삼아 거닐어보세요.

    다시 마을로, 그리고 마을 뒤쪽에 자리한 숲으로 이어집니다. 마을을 거닐고 있을 때도, 숲을 거닐고 있을 때도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 횡단보도를 지납니다. 네, 그렇게 소소한 풍경이 계속됩니다. 그래도 좋아요. 주변으로 펼쳐지는 소소한 풍경이 마음마저 포근하게 만드니까요.

     

    DSC02459-편집_89435418.jpg언덕 위에서 만난 가와라 마을

    그렇게 쭉 걷다 보면 마을 사람들이 아끼는, 수백 년쯤은 된 듯한 나무가 그늘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계단에 앉아 조금 쉬어 가세요. 계단 끝에서는 가와라 마을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도 있습니다.

     

    DSC02498-편집_50596695.jpg신라 사람을 모시는 가와라신사

    마지막 지점이 가까워졌을 때, 마지막으로 만나는 신사는 '가와라신사'라 불리는 곳이에요. 이 신사의 역사는 무려 우리의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요. 신라 사람이 이곳까지 건너와 제련 기술을 전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신사에서 그 사람을 모시기도 했다네요. 한국의 제주올레와 일본의 규슈올레는 이렇듯 연결고리가 곳곳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DSC02590-편집_40425939.jpg

    규슈올레 지쿠호-가와라 코스의 종점은 가와라역. 아까 길에서 봤던, 낡은 열차가 때마침 들어옵니다. 이곳에서 기타큐슈, 후쿠오카로 갈 수 있어서 올레를 마무리하기에도 좋습니다. 물론 가와라에서 하룻밤 머무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고요.

     

    DSC02485-편집_11953960.jpg고요한 마을길을 따라 거닌다면, 마음마저 평온해질 겁니다.

    규슈올레 지쿠호-가와라 코스는 분명 매력적인 길입니다. 걷는 내내 서정적인 풍경이 가득하고, 고요하며, 청명한 하늘과 탁 트인 들판이 맞아주거든요. 이번에 맛볼 수는 없었지만 라멘 맛집도 있다고 해서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 다시 걷고 싶은 길이기도 해요. 다음에는 가방에 맥주 한 캔 넣고, 조금 더 천천히 걸어볼 생각입니다. 꽃이 필 때 즈음이라면 더 좋겠지요.

     

    INFO. 규슈올레 지쿠호-가와라 코스

    - 시작점 : JR사이도쇼역
    - 종점 : JR가와라역
    - 주요 지점 : JR사이도쇼역 → 야야마언덕(1.8km) → 가미마부(2.9km) → 60척철교(8.2km) → 모토코간지의 큰 녹나무(9.5km) → 가와라신사(10.6km) → JR가와라역(11.8km)
    - 길이 : 11.8km
    - 예상 소요 시간 : 4~5시간
    - 난이도 : 중급
    - 찾아가는 법 : 기타큐슈 고쿠라역에서 JR히타히코산선(다가와고토지역 방면)을 이용해 사이도쇼역으로 이동
    - 문의 : 가와라마치사무소 산업진흥과(0947-32-8406) / 가와라마치관광협회(0947-85-8035)

     

    김노을

    21세기형 한량 DNA 보유자. 여행하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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