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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이 느려지는 곳, 교토를 걷다

    JUNE JUNE 2011.01.26

     

      

     

    REAL  KYOTO

     

     

     

    Rosinha

     

      

     

     



    오래된 것들이 늘어선 교토 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면, 보물찾기를 하듯 조우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골목 골목의 작은 골동품 가게, 몰캉몰캉한 떡을 파는 전통 찻집, 전통혼례 옷차림의 신혼부부, 예쁘게 손질된 소박한 정원, 기모노의 옷자락으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인형들-



    뿌리 큰 나무 아래 나뭇잎 사이로 잘게 부숴져 내리는 햇볕을 올려다보면서 서성이듯 걷다보면, 시간도 거기에서 서성이듯 흘러가는 것처럼 고요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몇 번의 계절이 지나더라도, 쉽게 변하지 않는 곳. 교토.

     

     

     

     

     

     

     

    누군가는 교토를,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한다. 북해도, 도쿄, 오키나와라도 상관없다.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는가와는 별개로 누구든 교토에 다다르면 마음이 온화해지고, 근심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하고 정갈하지만 결코 변형되거나 겉도는 일 없이 소중히 지켜져 온 교토의 낡은 거리를 보면, 아- 이들은 이 곳을 참 아끼는구나, 하고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교토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오사카에서 출발한다. 오사카에서 가장 큰 환승역이 있는 우메다로 가면, 각 종 다양한 노선의 전철을 이용할 수 있다. 각각 역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므로 사전에 무슨 전철을 타고 갈 것인지 정해두는 것이 좋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교토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JR을 타는 것이 편리하지만, 간사이 스루패스는 JR을 이용할 수 없고, 다른 노선에 비해 150엔 정도 비싼 편이다.

     

    가장 저렴하게 이동하는 방법은 우메다 한큐역으로 가서 한큐선을 타고 '카와라마치역'에서 내리는 것. 한큐선은 간사이 스루패스로도 이용할 수 있고, 패스가 없다 하더라도 가장 저렴하다. 편도 390엔. 약 40분 정도 작은 전철에 올라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편의점표 오니기리를 베어물다보면 어느새 작고 아담한 '카와라마치역'에 도착하게 된다.

     

    교토에 도착하면, 지하철보다 버스를 탈 것을 추천하고 싶다. 지하철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겠지만 흔들리는 버스 창 밖으로 교토의 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상당히 운치있는 일이니까. 교토는 생각보다 넓고, 넓고, 또 넓은 곳이라서 교통수단 없이 유명 관광지를 돌아본다는 것은 조금 어렵다. 버스 원데이 패스를 500엔에 구입하면 하루종일 버스를 마음껏 탈 수 있는데, 보통 교토의 버스가 편도에 200엔이라고 생각했을 때 3번만 타도 이득이라는 계산이 된다.

     

     

     

     

     

      

     

     

    교토에 들어서면, 고즈넉하면서도 다정한 거리에 특유의 기품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리 높여 말하지 않는 사람들은 조용히- 느리게 걷고, 살풋 웃으며 손을 흔든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 바로 긴카쿠지(은각사)


    은각사는 정갈하며 뽐내지 않는 매력이 있어 몇 시간을 둘러봐도 질리지 않았다.  하얀 돌과 모래만으로 자연을 축소해서 담아내는 일본 전통의 카레산스이(枯れ山水) 방식으로 만들어진  모래 정원이, '은각사(銀閣寺)'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는 느낌이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소박한 멋이 있어 마음이 잔잔해지는.


    은각사로 향하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철학의 길' 역시, 그 이름에 어울리는 운치가 있다. 작은 개울가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벚나무의 행렬이 이어진다. 가득 만개한 벚꽃을 상상하며 봄에 왔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움을 달래본다. 이름난 학자들의 마을이었고 그들이 사색할 때 자주 걷는 길이었다하여 '철학의 길' 이라는 멋드러진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나는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세 번 교토에 다녀왔다. 교토의 정취를 좇아 여러번 찾은 것이었지만, 교토는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기품을 간직한 교토를, 화려한 단풍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는 교토를, 찬바람이 깃들어 쓸쓸하면서도 조용히 눈 내리던 고즈넉한 교토를 보았다. 분명, 봄에 간다면 또 다른 화사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교토는 분지라서 여름에 다른 지역보다 더운 편이다. 그러나 강렬한 햇빛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 시원하고, 곳곳에 극명한 대비로 만들어진 그늘이 있어 그 아래로 숨어들자면, 교토의 여름은 청량하기까지 하다.











    교토의 가을은 화려하다. 산을 뒤덮는 붉은 융단을 보고자 찾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상가도 활기가 넘치고, 고요하던 교토의 거리에도 생기가 감돈다. 그러나 결코 소란스럽거나, 경박하지 않은 설렘이다. 교토의 단풍은 12월 중순까지 이어지지만, 절정을 보고 싶다면 11월 중순에 오는 것이 가장 좋다. 10월도 교토에서는 가을의 초입이기 때문이다.






     

    * 사진출처 : Flickr ⓒ blackmelon





    교토에 간다면- 커피도 좋지만 말차를 꼭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눈 오는 날, 작은 전통 찻집에 앉아 창 밖으로 눈을 바라보며 마시던 쌉쌀한 말차.

    양갱이나 모찌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좋을.






     

    * 사진출처 : Flickr ⓒ yuichi.sakuraba

     

     

     

    또 교토는 두부로 유명한 곳이니, 두부 요리를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유토-후(湯豆腐)' 라는 이름의 두부 요리는, 부드러운 두부를 뜨거운 물에 데쳐 먹는 요리로,  소박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알려져있다.  느긋한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두부요리와 교토라니.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야트막한 돌계단을 오르다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흘러간 시간의 더께가 얌전히 가라앉은 조용한 골목길 어귀에서 흡, 하고 숨을 잠시 들이쉬었다 멈춘다. 일본인도 아닌 나에게도 짙은 향수와 함께 밀려오는 그리움. 골목이 주는 정감어린 풍경은 다정한 일상을 실감하게 되는 소중한 순간이다. 얼굴을 맞댄 창문과 대문들 너머로 행복의 냄새가 나는 것만 같은. 누군가의 인생이, 한 가족의 이야기가 저 문 너머에 존재하고 있겠구나- 하는 새삼스런 실감이.


    어서 빨리 한국의 집으로 마구 달려가 가족의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과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있다는 즐거운 자극이 기분 좋게 뒤섞이는 등 뒤의 풍경.






     

    * 덧붙이는 말

     

    이 사진은 2007년에 찍은 것이지만

    지금 2011년이 되어 다시 교토를 찾는다 하더라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어쩌면 그 변함없는 모습을 보고자, 사람들은 오늘도, 교토를 다시 찾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관련 하나투어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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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






    JUNE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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