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쿠스코 숙소에서 이곳 비니쿤카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 페루 현지인 가이드의 상담을 통해 건강 상태 확인 및 미팅 후 비니쿤카에 오를 수 있다는 확답을 받고서 출발할 수 있었던 곳이다. 쿠스코 시내에서 차로 무려 3시간이나 이동한 후에 도착할 수 있는데 비포장길의 진동과 피곤함이 겹쳐져 원래 있었던 고산병 증상이 더욱 심해진 상태로 비니쿤카 주차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곳 세상은 나 몸과는 정 반대로 평화롭고 아름다울 뿐이었다. 푸르른 하늘과 그 아래 초록색 풀을 뜯고 노는 수많은 야생 라마들 맘의 힐링이 절로 된다.
비니쿤카 주차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페루 사람이 끄는 말을 타고 산을 오를 수 있는데 말을 타고서도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만약 고산병이 있다면 무조건 타야 하는 수단이었다.
나는 이때 말을 처음 타 봤는데 고산병 증상이 있어서 뭔가 무섭다는 느낌도 전혀 없이 말에 올라탔다. 처음 탄 말은 생각보다 높았고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꽤 추웠지만 말의 온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말의 털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어찌나 따뜻하던지 이동식 난로나 다름없었다.
고산병 때문에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지만 확실히 걷는 것보단 숨이 덜 차서 견딜만했다. 마부의 능숙한 지휘에 따라 말은 부지런히 산을 올랐다. 아마 말 녀석도 마부 등에 있는 먹이 때문에 그토록이나 열심히 올랐던 게 아닐까 싶다. 이 녀석도 먹고살기 위한 길이었을 테니까.
덕분에 말위에서 해발 5,000m 산봉우리의 다채로운 모습을 감상하며 올랐다. 어찌나 멋지던지! 천국으로 올라가는 듯했다.
그렇게 말을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했을까? 어느덧 중간지점에 다다라서 여기서부터는 말도 올라갈 수 없는 구간이다. 난 정말 걷기 힘들었지만 산에 올라가서 멋진 풍경을 보고 싶었기에 꾹 참으며 발 걸음을 뗐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말이 이제껏 걸어온 길에 10분의 1도 안되는 거리 하지만 시간은 몇 배는 더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한 걸음 걷다가 한 걸음 쉬고 해야 겨우 정상에 다가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중간중간 기절할 것 같이 어지럽고 숨은 크게 헐떡거리며 올라간 비니쿤카 어느덧 정상과 가까워진다.
이곳 돌무더기에서 해발 5,200m 완전한 정상까지는 60도 경사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올라가 보기로 한다.
완전한 정상에 가까워지기 전 돌무더기, 그리고 비니쿤카의 무지갯빛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특이한 빛의 흙이 보인다.
몇 년 전 비니쿤카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호주 사람이 길을 잃어버려서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발견됐다는 비니쿤카. 그 호주 사람은 '무슨 강철 체력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난 너무 힘들게 올라왔는데 정처없이 걷다보니 발견한 곳이 여기라고 하니 말이다.
60도의 경사를 오를 때는 한 걸음 움직이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또다시 한 걸음 움직였는지 모른다. 그만큼 여기서는 완전 마의 구간인데. 이곳에 고생하며 올라왔는데 이것도 못 보면 평생 후회할 거란 생각에 끝까지 올라갔다.
그러곤 뒤를 돌아봤는데 와. 비니쿤카는 정말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워낙 변화무쌍한 날씨를 가진 곳이기 때문에 안개가 끼면 이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떠날 때가 많다고 하는데 난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기까지 기다려서 더 이쁜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높은 산 속이라 너무 춥고 고산병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는데, 더 멋진 사진을 건지지 못한 게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려올 때는 천천히 걸어오며 이곳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말을 타고 내려왔다. 다음에 비니쿤카는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이 있길 기대해 본다.
여행을 좋아하며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여행 크리에이터이자 인물스냅작가로 활동하는 최욱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