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사진작가 정정호의 법흥사 템플스테이 포토에세이

    dreamciel dreamciel 2011.02.20

    카테고리

    한국, 강원

     

     

     

     

    참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바쁜 일상의 도심을 떠나, 마음이 숙연해 지는 장소로의 여행.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 질때 가까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

     

     

     

     

     

    템플 스테이(temple stay)란,

    일반인이 절로 들어가 불교의 문화를 배우고,

    스님의 생활 방식을 경험하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템플 스테이를 할 때만큼은

    우리의 현실을 괴롭히는 휴대폰, 전자기기 등을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세속의 '빠름'과 '편리함'을 버리고, 조금의 '불편'과 '느림'을 경험해 보자.

     

     

     

     

     

     

    내가 찾아 간 곳은 강원도 영월,

    사자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법흥사라는 절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중국 종남산 운제사에 모셔져 있는 문수보살의 석상 앞에서 7일간의 정진기도 끝에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발우 등을 전수 받아 세운 곳이다.

     

    사자산(연화봉)에 불사리를 봉안하고 흥녕사라 개창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의 하나인 불보 사찰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사자산.

     

    사자의 형상을 한 산세의 모양은 법흥사를 아름답게 하며,

    마치 부처님의 사리를 수호하는 사자 형상의 산은 더욱 더 신비롭게 보인다.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사자산을 바라보며 스님들은 홀로 수행을 하셨다고 한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를 들으며, 스님은 더욱 더 깊은 명상에 빠졌을 것이다.

     

     

    '풍경'은 처마 끝에 다는 종으로, 속에는 물고기 모양의 쇳조각이 달려있다.

    처마 끝에 매달려 바람 부는대로 흔들리면서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는 풍경은,

    바람에 몸을 맡긴 물고기의 자유자재한 ‘무애’와,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경책’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일까.  고즈넉한 산사에서 풍경 소리를 들으면

    우리의 마음은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해진다.

     

    물고기는 깨어있을 때나 잘 때나 눈을 감지 않을뿐더러,

    죽어서 까지도 눈을 감지 않는다.

     

    수행자도 물고기처럼 자지 않고 항상 부지런하게 도를 닦으라는 뜻에서

    풍경에 물고기를 매달에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어머니도 ‘항상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라’는 뜻으로

    우리집 처마 끝에 풍경을 매달아 놓았나보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풍경이 내는 단아한 소리는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다.

     

     

     

     

     

     

     

    하얗게 덮힌 법흥사의 고요함 때문일까.

    일상의 사물들도 새롭게 보인다.

    이때 문득 세계적인 모험가, 라인홀스 매스너의 글귀가 생각이 났다.

     

     

    사막은 어디를 보나 똑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쉬는 숨처럼 몹시도 단조로웠다.

    너무나 고요하여, 물을 마시거나 귀를 기울이기 위해 멈출 때 마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곤 했다.

     

    이 사막의 정적과 광활함이 모든 시간을 없애는 것 같았다.

    그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들을 수만 있는 움직임이 도처에 있었다.

    모래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들 사이에서 산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문득 라인홀스 매스너의 글귀가 생각났던 이유는

    산사의 적막함과 고요함 때문이었다.

     

    소복히 쌓인 눈은 바로 모래로 뒤덮힌 사막처럼 느껴졌고,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자리에 항상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당연한 존재’ 말이다.

      

    그것은 바로 돌멩이었다.

     

     

     

     

     

     

    바람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흔적.

    그리고 눈이 녹아내리며 그린 점, 선, 그리고 면.

    그 위로 사뿐히 밟고 지나간 동물의 흔적.

    다시 그 위를 덮은 사뿐한 눈의 포근함.

     

     

    매번 자연이  만든 '작품'을 발견할 때마다

    그 경이로움에 놀라곤 한다.

     

     

     

     

     

     

     

     

    스님이 조심스레 묻는다.

     

     

    “여러분은 꿈이 무엇입니까?

    그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자기 꿈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꿈이 현실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매일 매일 그 꿈을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나의 선배가 항상 말하던 그 말.

     

    "안 될 게 없다"

     

    진정으로 바라고, 염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란 없다.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몰려와 그 꿈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된다.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 속에는 다도, 명상의 길 걷기, 108배, 묵언 수행 등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을 꼽으라고 하면, 난 주저없이 ‘발우 공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발우'는 승려의 밥그릇을 뜻하며,

     옛날 부처가 가섭이 모시던 용을 밥그릇에 가둬 항복을 받아낸 일이 있는데,

     그 밥그릇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생의 뜻에 따라 양대로 채우므로 응량기(應量器)라고도 하며 모두 4개로 구성된다.

    작은 그릇이 큰 그릇 속에 차례로 들어간다.

     

     

     

    *****

     

    목탁이나 종으로 공양을 알리면 모두 대중방으로 와서

    조실이나 주지가 중앙문에 앉고 좌우로 순서대로 가부좌한다.

     

    발우를 펼 때는 전발게를 읊고 죽비 소리에 따라 편다.

    이어 《소심경》을 외우고 봉발게를 읊는다.

     

    행자가 청수물을 돌리면 큰 그릇에 물을 받아

    국그릇 찬그릇을 헹구고 청수물 그릇에 다시 담는다.

    밥과 국은 각각 먹을 만큼만 담아, 남거나 모자라지 않게 한다.

    공양이 끝나면 밥그릇과 국그릇, 찬그릇을 깨끗이 닦아 원래대로 쌓아놓는다.

     

    발우공양은 쉽게 말해 평상시 승려들이 식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그 형식이 꽤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식사를 할 때 그 분위기가 너무도 고요하여

    입안에서 오물오물 거리는 소리도 너무도 시끄럽게 들린다.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을 동시에 집을 수 없고,

    항상 그릇은 밥 따로, 국 따로, 반찬 따로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밥을 먹는 것인지 수행을 하는 것인지, 

    꽤 번거롭지만 식사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불교는 고리타분하고, 옛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발우 공양을 하며 우리의 불교문화가 얼마나 젠(zen)하며 멋스러운지 알게 되었다.

    종교를 떠나,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파악할 때 관찰자의 입장으로 보듯,

    나 자신도 내가 아닌 잠시 '타자'가 되어 내 자신을 성찰하면 나를 파악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명상이며 수행이다.

     

    인생이 외부의 힘때문에 잠시 옆으로 비껴날지라도,

    꿋꿋이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아 오르는 금강송처럼

    내 자신도 큰 꿈을 향해 더 높이 성장해야 겠다.

    그 꿈은 내가 진정으로 염원하고, 또 염원하면 못이룰게 없다.

     

     

     

     

     

     

     

    우주의 기운은 내 안에 있으니 말이다.

     

     

     

    dreamciel

    대학원에서 'fine art-photography'를 전공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 공모전 우수상,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대상 등 20여회가 넘는 수상 경력이 있다. EBS 다큐멘터리 ‘커피로드’ 제작진으로 참여, 포토에세이 ‘히말라야의 선물'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dreamciel

    같이 보기 좋은 글

    강원의 인기글

    dreamciel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