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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빈, 임수정을 코 앞에서 놓친 베를린 영화제 후기

    하슬라 하슬라 2011.02.22

    카테고리

    유럽, 서유럽

     

     

     

    베를린에 간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싶다"는 것.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출품 되었다는 기사를 보자 마자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레드카펫이 예정된 17일 오후 4시 반 상영 티켓은 답답한 그리스의 인터넷 속도 덕분에 "ERROR"라는 문자만 실컷 구경하다 날려버리고,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아침 9시 30분 상영분으로 예매를 했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소식들을 보니 한국에서 부터 날아온 현빈 팬클럽 분들도 있다더군요. 연예인 뿐만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그 어떤 것에도 깊게 빠져본 적이 없는 성격인지라 그 분들의 "열정"이 신기하면서도 부러웠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첫 발을 내딛지마자, "추운 겨울"이 온 몸을 제대로 휘감습니다. 남들은 "집시 겨울 여행(추운 곳에 사는 사람이 따스한 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을 한다는데, 저는 유럽에서 가장 따뜻한 나라에서 사방이 얼어붙은 베를린으로 왔습니다.


     

    일단은 Craigslist.com에서 찾은 숙소로 갔습니다. 아파트 주인은 불가리아 사람이었는데, 마사지사를 하며 베를린에 머문지 3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낡은 아파트였지만 깔끔하게 꾸며놓아 편안하게 머물 수 있었습니다. 부엌도 이용할 수 있었구요. 하루 25유로(두 사람)에 30유로 deposit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흔한 방법이 아니지만 외국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본인의 집을 숙소로 올려놓은 곳에 많이 머물곤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민박'이랄까요. 일단은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구요, 주인이 그 곳 주민이기 때문에 가이드 북에는 없는 고급 정보(이렇게 말하니 무슨 스파이 같네요.^^)를 얻을 수도 있지요. 말 그대로 '현지인 집'에 머물기 때문에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요.


     

    (craigslist 사이트에 가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집들은 물론 각종 정보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지금 아테네에서 살고 있는 집도 이 사이트에서 구했답니다. )

     


     

    짐을 풀고 재빨리 레드카펫이 있을 Potsdamer platz로 갔습니다.

     

     

     

     

     
    예약에 실패했기 때문에 극장엔 못 들어가지만, 레드카펫 위로 걸어가는 주연배우들의 모습은 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요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빈'의 제대로 된 '직찍 사진' 하나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이 더 컸달까요. 저는 '시크릿 가든'을 보지 않아 여전히 예전의 '현빈'으로 보이는데 친구들은 "어서 시크릿 가든을 보도록해! 너도 분명히 현빈을 좋아하게 될거야! "라며 지금도 성화네요. 훗

     

     

     

     

      

    티켓 오피스가 있는 Arkaden 입니다.

    인터넷으로 예매한 티켓도 이 곳에서 찾으면 됩니다.

     

     

     

     

     

     

     


     

    어쨌든 행사 시작 한 시간 전 쯤 도착했는데 극장 앞이 아직 조용합니다. 혹시나 해서 스텝에게 언제쯤 레드카펫이 깔리는지 물어보았더니 "오늘 프리미어 행사는 모두 끝났는데요?" 라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프리미어 상영은 17일 오전 9시 30분이었다고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런! "이것 봐라~ 나 현빈 코 앞에서 봤다~" 라 자랑할 생각에 한 껏 들떠있었는데, 벌써 모두 끝났다니! '스타'가 나오는 행사를 그렇게 이른 아침에 치뤘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스텝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아....

     

     아쉬워하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돌려 걸어나오는데, 그 때까지 레드카펫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제 눈에 그제야 근사한 베를린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같은 유럽인데 제가 살고 있는 아테네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더군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서 미래로 온 것만 같았달까요. 이미 아테네스러움이 몸에 흠뻑 밴 탓인지 드높은 고층 건물들과 번쩍이는 네온사인들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제 모습이 참.....촌스러웠을겁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정말로 근사했는걸요. ^^


     

    게다가 제가 꿈에도 그러워하던 동남아 음식들을 파는 음식점들이 왜 이리 많은 겁니까. 그것도 그냥 "동남아 음식점"은 물론 태국식당, 싱가폴식당, 베트남식당 이렇게 나라별로 세부적으로 나뉜 전문 식당들이 거리 곳곳에 가득합니다. 일식집은 또 어떻구요. 초밥이 이렇게 싸도 되는건가요. 주말엔 10유로 짜리 초밥 뷔페도 있다고 하는데, 아테네와의 비교는 더 이상 의미도 없는 것 같네요.


     

    가만, 혹시...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시! 한국인 슈퍼가 있습니다! 급히 여행 계획 몇 개를 수정하여 아테네로 돌아가기 전 날 저녁, '한국 슈퍼 싹쓸이 하기'라는 가슴 벅찬 새로운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찌에게 희생당한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지금은 '나찌 수용소' 방문보다는 '한국 슈퍼' 방문이 저희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네요. 음음

     

     

     

     

     

     

    붉은 시청사 옆 니콜라이 지구에 있던 어여쁜 레스토랑에서 거대한 돼지 다리 요리와 그 유명한 독일 생맥주를 곁들여 먹고 나니 "베를린, 이 곳이 천국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없는게 없고! 모든게 싸고! 좀 춥....고.........;;;; !


     

    숙소에 돌아와 기분 좋게 콧노래 흥얼거리며 "어쨌든 레드카펫은 잘 했나~" 뉴스를 검색해보았습니다.


     

     

     

     

     

    악~! 오후 4시 반에 레드카펫 했잖아!!! 으헝헝헝헝~! 배우들 뒤에서 환호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간걸까요! 저도 불과 한 시간 전에 저 곳에 있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슬퍼하고 있노라니 "스텝이 잘못 된 정보 줬구나? 걔들 원래 잘 몰라. 레드카펫 하고 있는데도 그 배우 오늘 안온다고 말하는 스텝도 봤는데 뭐" 라며 위로해줬지만 레드카펫과 같은 멋진 이벤트를 바로 코 앞에서 놓친 아쉬움이 너무 크네요. 흑-*


     

    내년 베를린 영화제에 가실 여러분! 배우를 보고 싶으시다면, 스텝에게 묻지 마시고 차라리 그 배우의 팬클럽 사이트를 확인하세요. 그 편이 훨씬 신속, 정확할 겁니다.

     

     

     

     

     



    정작 베를린에 갔던 제가 놓친 현빈의 사진을,

    인천 공항에서 일하는 제 친구가 찍어 보내주었네요.

    어젠가요? 귀국하는 그의 모습 이랍니다.

     

    아~ 내가 찍을 수 있었는데...아쉬워 아쉬워..

    :<


    하슬라

    : 언제나 신혼여행 중 : 아테네, 하노이를 거쳐 2013년 현재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살고 있습니다. 눈으로만 하는 여행이 아닌 현지 문화를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을 추구합니다. ♡ pinkyballoon.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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