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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추억을 살리는 홍대 당고집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1.03.02

    카테고리

    한국, 서울, 음식

     

     

     

     

     

    하카타마치야 후루사토관, 일본 후쿠오카.

     언젠가 저 후루사토관 앞에서 문이 닫혀 한참을 멀거니 보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 길가 어디선가 맛있는 주전부리를 먹고선 아쉬움도 금세 까먹었지요.

     

     

    그러고 보면 여행했던 나라마다 독특한 주전부리들의 추억이 있습니다.

     

     

    독일하면 서늘한 가을 맥주 광장에서 탱탱하고 짭쪼름하며 스모키하게 구운 소세지.

     대만하면 복작대는 시장 거리에서 개구리며 오만 이상한 것들을 숯불에 구워낸 꼬치.

    중국하면 추운겨울 하얼빈에서 상큼한 과일 줄줄 끼워 투명한 물엿을 입힌 삥땅후루.

    일본하면 더운여름 하카타에서 동글동글 찹쌀 새알을 끼워 달콤한 고명을 얹은 당고.

    (일본하면 타코야끼 송 부르면서 먹는 마요네즈 듬뿍 타코야끼도 빼 놓을 수 없긴 하지요. ^^)

     

     

     

     

     

     

    유난히 일본 당고 생각이 나는 날에는 홍대 당고집엘 갑니다.

    작은 가게가 커져서 상수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좀 멀지요.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은 차갑고 마음은 들뜨지만 봄은 더디고.

    하지만 걷기에는 적잖이 좋은 날씨라면-

     

     

     

     

     

     

    해빙기. 얼음이 태양에 녹아내리는 이때 천천히 산책 삼아 걸어가면 참 좋습니다.

     봄바람에 마음이 녹아내릴 즈음이면 걸어도 걸어도 좋더라구요.

     

    구석진 곳에 창살이 햇살을 가르는 탁자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른 점심, 해가 덜 일어났습니다. 눈을 부비며 빛을 일으키는 해.

    해는 빛을 뿌리고 저는 부신 눈을 부비며 휴일 한낮 시간을 내려놓습니다.

     

     

     

     

     

    별 것 없는 실내입니다.

     쏟아지는 빛만 있다면야- 무심한 듯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왠지 이곳은 어두운 밤 보다는 이렇게 낮 햇살이 창 전체로 들어오는 날 오면 좋더라구요.

     

     

     

     

     

    홍대 당고집은 네 가지 당고가 있어요. 간장당고, 단팥당고, 딸기팥당고, 녹차팥당고.

    전 달지 않은 부드러운 팥고물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알알이 살아있지만 보드랍게 으깨지며 살짝 달큰한 정도의 팥을 말이죠.

     

     

     

     

     

     

    단팥당고, 녹차팥당고.

     카레와 오니기리를 시키곤 당고부터 한 꼬치씩 먹습니다.

    밥 먹기 전 달달한 걸 먹냐 싶지만 순서야 정하는 사람마음 ^^.

     

     색깔 곱습니다. 찹쌀떡보다 촉촉, 쫀드윽 하지요. 맛은 달고 향은 연한 팥 내음이 납니다.

    추억과 같은 맛은 아닐지라도 추억을 떠올리기엔 충분한 맛입니다.

     

     

     

     

     

    공간을 채우는 어떠한 물건들보다 공간을 가득 채울 줄 아는 건 빛 아닐까요.

    공간의 벽에 부딪쳐 빛이 뛰넘어 다니는 날입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로 채워지는 공간은 아름답고도 아쉽지요.

     

    여행의 순간도 손에 잡히지 않지요.

    아무리 즐거웠던 여행도 순간이 지나면 말 그대로 기억만 남지요.

    사라지는 것들. 영원하지 않은 것들. 그래서 그리워하고 이렇게 때로 추억을 합니다.

     

    사라지는 것들. 영원하지 않은 것들.

    그것들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 공간에 그 순간에 내가 있는 것.

     그래서 당고를 오물오물 먹으면서 아- 또 여행가야지 하고 마음먹습니다.

      

    사라지는 것들. 영원하지 않은 것들.

     그것들을 기록하는 불확실한 방법이 몇 가지 있다면, 사진과 그림.

     그래서 오늘은 집에 가서 그곳들의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야지 하고 마음먹습니다.

     

     

     

     

     

    딴생각 잠깐 하는 사이 단촐한 소고기 카레가 나왔습니다.

     일본 음식들 하면 아기자기 예쁜 그릇과 단아함 아닐까요.

    작은 쟁반에 담겨온 카레. 햇살 좋은 날 잘 어울리는 하늘색 컵에 미소국.

     

     

     

     

    한입, 담뿍 떠서 오물오물 먹습니다. 간이 배인 밥인데 카레와도 잘 어울립니다.

    큼직한 건더기도 씹는 맛을 더해 주구요 ^^ 

     

     

     

     

     

    오니기리는 주문 받으면 그 때부터 만들어줍니다. 

    일본식 주먹밥은 아기자기, 속 재료에 따라 다양합니다.

     아직 우메보시는 익숙지 않아서 잘 못 먹습니다. 그래서 가쯔오맛 오니기리를 주문 했어요. 

     

     

     

     

     

     

    밥 한공기는 될 만큼 큼직해요. 삼각김밥 두 개 크기.

     가다랭이포의 짭조름한 맛과 찝찔한 향이랑 고소한 깨 맛.

     

    오니기리는 왠지 눈 두개와 입이 앞에 그려지면서 말이라도 걸어올 것 같아요.

     기저귀같이 김 한 장 엉덩이에 찰싹 붙이고 씰룩씰룩 걸어오며 말이지요.

    일본 만화를 많이 봐서 그럴까요. 깨 뚝뚝 흘리며 만담이라도 해줄 것 같아요. ^^

     

     

     

     

     

    배가 불러 창을 봅니다. 그림자는 빛의 뒤 편,

    보통 어둡지만 빛이 투과한 말간 그림자도 있습니다.

     그림자가 회색이 아니라 따뜻한 상아색이나 보드라운 우유크림 색깔이랄까요.

     

     

     

     

     

    인공의 빛은 자연의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인공의 빛은 소심한 가랑비라면 자연의 빛은 퍼붓는 소나기 같아서요.

     

    살곰살곰 적셔가는 가랑비와 달리 홈빡 적셔버리고도

     피부를 따라 줄줄 흘러내릴 것만 같은 소나기 같은 빛.

     

     

     

     

     

    봄빛 샤워와 함께- 당고와 함께- 느긋한 점심- 끝.

     

     

    거리에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걸어서 집으로 가며 빛 쬐기 합니다.

     이어폰 귀에 꽂고. 흥얼흥얼. 추억을 친구삼아 걸으면서- 말입니다.

     

    .

      

     

     

     

    여러분도- 이른 봄날 일본 추억하기. 홍대 당고집에 들러 보세요 :)

     

     

     

     

    더 보기 - 홍대 당고집

     

    - 주소 : 마포구 합정동 356-9

     - 찾아가는 길 : 합정역 7번 출구 직진 > 신호등 건너 마저 직진 > 안경점에서 우회전, 첫골목 좌회전 

    - 전화 : 070-7573-3164

    - 당고 메뉴 : 간장당고 1100, 단팥당고/ 딸기팥당고/ 녹차팥당고 1300, 4개맛 당고세트 5000

    - 오니기리 메뉴 : 야채맛 1200, 가쯔오맛 1300, 김치맛 1500, 오징어채볶음 1600,

                                 우메보시맛 1700, 소고기맛 1900

    - 음료 메뉴 : 미숫가루 3000, 말차 3000, 단팥라떼 4000, 찬 단팥 라떼 5000

    - 주차 : 불가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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