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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겨진 도자기 천국, 이마리 오카와치야마 도자기마을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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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 예술/문화, 큐슈

    숨겨진 도자기 천국,
    이마리 오카와치야마 도자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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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남쪽 섬 규슈에 자리한 사가 현은 도자기로 이름 높다. 1616년 조선 도공 이삼평이 일본 최초 자기를 굽기 시작한 곳이다. 사가 현에서는 아리타 도자기와 이마리 도자기가 이름 높다. 그중에서 산속에 콕 숨어있다는 이마리 시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로 향했다.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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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가 현 이마리 시에 들어서서 시골길을 내처 달린다. 이마리(伊万里) 시에 숨은 오카와치야마 이마리 도자기 마을 (大川内山 伊万里 秘窯の 里)이 목적지다. 나베시마한 가마하시라는 다리를 지난다. 하얀 바탕에 푸른 안료로 그림 그려 구운 타일 위에 도자기가 서 있다. 제대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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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리 나베시마 도자기 회관 앞에 멈춘다. 도자기 타일로 만든 마을 지도를 바라본다. 마을 이름 그대로 큰 내가 흐르는 산 안쪽에 있는 마을이다. 다리 한쪽에는 도자기 *요장이 모인 마을이 시작되는 골목, 건너편에는 880여 기의 무연고 *도공의 묘가 기다리고 있다.

    *요장: 도자기를 만들고 구워내는 시설
    *도공: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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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뒤 거대한 산이  오카와치(大川內) 산이다. 그 기슭에 서서 둘러본다. 도자기 굽는 각 요장마다 쇼룸이랄까, 도자기 가게를 열고 그 앞에 저렴하고 앙증한 도자기로 조용히 유혹한다. 올라간다. 마을 어귀 입구에 아즈치가마 요장과 란잔가마 요장, 그리고 이치로가마 요장이 보인다.

    둘러보니 소문대로다. 나베시마번의 철저한 관리 아래 이로나베시마(色鍋島), 나베시마소메츠케(鍋島染付), 나베시마청자(鍋島青磁) 등의 걸작을 빚은 도자기 명가, 번요(藩窯)가 있었다. 지금도 그 도자기들이 골목마다 각 요장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아하게 늙은 골목길로 걷기 시작한다.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
    산골에 숨어있던 400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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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산골짜기 마을이 도자기 성지가 된 연유가 뭘까. 규슈 섬 작은 현인 사가 현 하면 도자기다. 이마리 도자기(伊万里 焼) & 아리타 도자기(有田 焼)가 이름 높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도공을 일본에 잡아들여 올 때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도 사가 번으로 조선 도공을 잡아왔다. 그 이후 사가 현 일대는 약 400여 년간, 지금까지 일본 도자기 성지로 꼽힌다.

    다른 무엇보다 사가는 재료 상 도자기 빚기 제격이었다. 흙이 좋았다. 1616년 도공 이삼평(李参平)이 아리타 지역 이즈미야마(泉山)에서 백자 광석(白磁鉱)을 이용해 일본 최초로 자기를 구웠다.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가 합해진 말로, 자기는 더 높은 기술을 요한다. 당시 조선 도공들은 높은 기술력으로 중국 양식을 더해 다채로운 자기를 빚었다. 그래서 사가는 도자기로 이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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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가 중에서도 이마리 도자기가 유명하다. 사가 현에서 시작한 일본 자기 기술은 점점 자기 특성을 갖게 되었다. 백자와 청자가 이곳 특색을 담기 시작했다. 형형색색 고운 채색 자기인 고 이마리(古 伊万里)는 유럽까지 건너가 인기 끌었다. 당시 아리타 사라야마(有田皿山)에서 제작한 도자기를 이마리 항구에서 수출하면서 아리타야키는 '이마리'야키(伊万里 燒), 즉 이마리 도자기로 불렸다.

    에도시대 히젠 지역 도자기는 모두 고이마리라고 부르다가 이후 철도로 도자기를 옮기면서 아리타-이마리 도자기를 지역 구분하여 따로 명명했다. 이마리 도자기(伊万里 焼) & 아리타 도자기(有田 焼) 각각 마을에 뿌리내린 유서 깊은 도자기 요장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마리 시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은 유독 산골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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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5년 당시 일본 최초로 도자기 기술을 완성한 나베시마 번은 기술력 유출 방지를 위해 나베시마 번 어용 가마를 산골짜기 깊숙한 오카와치야마 마을로 옮겼던 것이다. 그래서 '숨겨진 도자기 마을'이 되었다. 마을 어귀에 있는 수백 개의 이름 없는 도공 묘 주인들은 번 가마에서 영주, 쇼군 등을 위한 고급 도자기를 근 200여 년간 구웠다. 이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도자기를 나베시마라고 한다.

    나베시마 번의 가마가 있던 오카와치야마 마을은 근대에 접어들어 1871년 가마 해산을 겪는다. 그래도 도자기 마을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며 고급 도자기 기술을 개발하고 현대 감각을 담은 도자기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이에 나베시마 번요 유적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일본 문화재청도 2016년 <일본 도자기의 고향 비젠-백화 요란의 도자기 산책>으로 인정한 바 있다.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
    도자기 예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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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빛 흐르는 골짜기 골목 좌우로 도자기 요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우아한 음악 소리가 먼저 맞아 준다. 고급스럽고 정갈하게 진열한 도자기들이 매끄러운 빛을 낸다. 반듯하게 열을 맞춰 한 세트 한 세트 정갈하게 놓은 솜씨가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각 요장 선반 위 도자기들은 그 자체로 작은 미술관 속 작품이 된다. 사도 사지 않아도 괜찮다. 이네들은 어떤 미감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형과 색을 '아름답다'라고 여기는지 둘러본다.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식탁 위에서 사용하고 선반 위를 장식하는지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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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자 바탕에 빨강, 노랑, 녹색으로 그림 그려 다시 구운 최고급 색 나베시마를 비롯해 단순한 청색으로 그린 나베시마도 있다. 오카와치야마 산에서 생산되는 청자 원석으로 파란 유약을 만들어 구운 나베시마 청자도 보인다.

    현대적 필치가 돋보이는 도자기도 보인다. 요장 입구에는 가벼운 지갑이 부끄럽지 않은 앙증한 도자기들도 있다. 한두 개 골라볼 만하다. 귀여운 강아지며 고양이 형상 도자기들, 손에 꼭 쥐여지는 찻잔, 어디에 쓸지 모르겠지만 그저 매끄러운 선과 화려한 색에 끌려 사고 싶은 도자기까지- 정말 도자기 천국이다.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
    골목 예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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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카와치 산아래 마을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도자기 제작 비법을 간직한 관문(関所), 교이시가마(お経石窯), 기요하라가마(清原窯) 등의 가마터는 물론 도공의 집 등을 만든 나베시마번가마공원(鍋島藩窯公園)이 차례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골목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요장 이름과 안내는 도자기 판으로 만들었다. 도자기 굽는 가마가 있어 굴뚝이 높다랗고 프로판 통이 즐비하게 늘어선 것도 인상적이다. 쇼윈도에 히나마쓰리 인형과 꽃을 놓아 더욱 돋보이게 만든 도자기들이 마을 골목 색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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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좁은 골목 좌우로 도자기 요장이 계속 이어진다. 전통 가옥 형태가 골목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든다. 근 백여 년을 거꾸로 시간을 돌린 듯한 골목, 비스듬한 길을 따라 흐르는 봄기운이 사랑스럽다. 골목에 청아하게 울리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옛 가마터와 오늘의 요장 입구에 도자기로 만든 풍경이 챙강 거린다. 이마리 야키로 만든 풍경 소리 위로 봄빛이 투명하게 흘러내린다. 일본 풍경 100선에 지정될만큼 아름다운 음색을 낸다. 둘러보며 걷는 시간, 발걸음이 경쾌해진다.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 
    골목 곳곳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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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뒷길, 깊숙한 곳으로 접어들어볼까. 골목 끝자락 돈바이하시 다리나 덴진바시 다리를 건너면 도자기 공방들 뒷모습이 보인다. 다리 건너 실 개울 너머 멋들어지게 만든, 그러나 조용하고 사람 없는 한적함이 깊이 배인 도공의 집, 화장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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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울 뒤편에는 깨진 도자기 조각들도 숨어 있다. 1660년대 흔적이 여전히 흙 속에 남아 있다. 오쿄이시가마 요장 유적 등이다. 수백 년의 도자기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을인 만큼, 이런 면면은 소중하게 보존해 주었으면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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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입구 이마리 나베시마 도자기 회관에는 이 마을 내로라하는 요장의 도자기가 한자리에 있어 한눈에 도자기 마을의 진수를 살필 수 있다. 마을 입구 버스 정류장 휴게소가 잇는 이마리 전통산업 회관에는 이 마을 주요 도자기를 박물관처럼 전시한다.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
    축제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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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산골이라 해가 짧다. 깊은 산에 숨은 마을 위로 오후 4시 경이 되니 산 그림자가 길어진다. 수풀 사이 지붕 위로 길고 붉어진 햇살이 느슨하게 내려앉는다. 봄 축제 준비가 한창인 골목을 자분자분 지나던 오후. 방문했던 2월~3월 중순은 (도)자기 히나마쓰리 축제를 하여 분홍 꽃등을 내달고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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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는 가마모토장터(窯元市)가 열린다. 이어 여름(6/20~8/31)에는 풍경(風鈴) 축제, 가을(11/1~11/5)에는 나베시마번요 가을축제가 펼쳐진다. 고풍스러운 도자기 찻집도 있으니 축제가 아니더라도 형형색색 도자기들이 놓여 있는, 작은 도자기 미술관 골목이라 여겨도 충분히 찾을만 하다.


    오카와치야마 이마리 도자기마을
    大川内山伊万里秘窯の里

    - 주        소 Osu Oogawauchiyama, Imarisi, Saga-ken = 佐賀県伊万里市大川内山町乙 (사가 공항에서 차량 90분 소요)
    -
    전화번호 0955-23-7293 
    -
    마을회관 주차장 맵코드 104 512 761*66
    -
    상점들 운영시간 9:00-17:30 개방
    -
    정보출처 http://www.imari-ookawachiyama.com/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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