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정주에서 마주한 중국의 첫인상

    발없는새 발없는새 2011.03.23

    카테고리

    중국, 기타


     

     

    - 들어가기에 앞서 -

     

    본 글에서는 인명과 지명 등을

     가급적 한글식 한자음으로 통일해 표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毛澤東'은 모택동, '鄭州'는 정주)

    중국어를 몰라서 일일이 원어로 적기 힘들어 그러니 양해해주세요.

      

     

    IMG_4730       

     

     

    미국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대륙의 땅을 밟을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번에 저의 발길이 향한 곳은 우리가 흔히 '대륙'이라고 칭하는 나라인 중국입니다. 본토의 면적만 놓고 본다면 그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던 미국보다 더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있으니 명실상부한 '대륙의 국가'로 손색이 없습니다.

     

    한편으론 방대한 규모에 걸맞은 세계 1위의 인구를 자랑하기도 해서, 중국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기이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은 부정적인 의견이나 비아냥의 대상이라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지만 말이죠.

     

    저는 중국에서 조금은 덜 알려진 도시인 '정주'에 흔적을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3박 4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중국이란 나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국내에서 흔히 여행을 가는 지역이 아니란 점에서 선구자가 된 듯한 기분마저 느꼈습니다. ^^ 그럼 지금부터 저와 함께 가실까요!? 싫어도 일단 따라오세요!

     

    꽃 피는 춘삼월을 앞둔 2월의 마지막 날인 28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와 일곱 시에 출발한 인천공항행 버스에 몸을 뉘었습니다. 또 한번 지방민의 설움을 톡톡히 체감하는 순간이었죠. 그나마 가까운 중국이라 오후 세 시발 비행기였기에 망정이지, 오전에 출발했다면 꼭두새벽부터 국내선 비행기를 먼저 타야 했을 겁니다.

     

     

    IMG_4707

     

     

    인천공항에서는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될 일행들과 조우했습니다. 정주여행은 일종의 여행상품 체험의 형식으로 주어진 기회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하나투어의 여행미디어 '겟어바웃' 필진, 하나투어의 객원 마케터 '스티커', 그리고 하나투어의 서포터즈인 '하나패밀리'까지...총 스무 명 가량이 한데 뭉쳤습니다.

     

    인원이 많고 다들 유쾌하신 분들이라 시끌벅적한 덕에 여행에 대한 설렘이 한층 더해졌습니다. 인솔하신 분이야 정신이 사나우셨겠지만, 즐거운 여행을 앞두고 시무룩한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

     

     

    IMG_4708

     

     

    탑승까지 남은 시간 동안에는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쇼핑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저야 뭐 면세점에서 살 거라고 해봐야 담배가 고작이었습니다...만! 견물생심이라고 막상 돌아다니다 보니 눈에 밟히는 게 왜 이리도 많은 건지... 결국 예정에 없던 녀석을 하나 구입하면서 이게 다 여행에 뒤따르는 부산물이라며 정당화했습니다.

     

     

    IMG_4713

     

     

    중국을 여행하시려는 분들이 필히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 중국은 우리나라와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여행을 하시려는 분들은 반드시 비자를 준비해야 합니다. 예전의 미국 비자처럼 까다롭진 않지만, 개인이 직접 신청할 수가 없어 여행사를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패키지로 여행을 갈 경우에는 보통 여행사에서 알아서 처리해줍니다. 물론 비자 발급에 필요한 수수료가 패키지 가격에 불포함일 경우에는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발급받으신 후에는 여권과 비자에 기재된 영문명이 동일한지 꼭 확인하세요! 어인 영문인지 일행 중 한 분의 성함이 다르게 기재된 바람에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인천에서는 읍소를 거쳐 통과했지만 하마터면 중국에 당도하자마자 곧장 귀국해야 할 위기에 놓였었습니다.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는데 다행히 중국에서도 무사히 빠져나오긴 했습니다.

     

     

    IMG_4718

     

     

    오후 세 시에 출발했고 비행시간도 짧아 기대하지 않았던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아침부터 먹은 게 없어서 배가 고프던 참에 쾌재를 불렀네요. 어찌나 굶주렸던지 옆에 앉았던 분의 것까지 제가 다 먹어치웠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일단 속이 든든해야 뭐라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 법이죠. 그런데 정주에 다다르자 뜻하지 않았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IMG_4711

     

     

    분명 인천공항에서 떠나올 때는 이렇게 온화했던 날씨가

     

     

    IMG_4734

     

     

    정주의 신정공항에 도착하니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였지 뭡니까.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안개까지 자욱해 활주로에 착륙을 한 것조차도 놀라웠습니다. 아니, 현지 가이드분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착륙허가가 떨어진 것도 놀랍습니다.

     

     

    IMG_4738

     

     

    정주는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거니와 최근에 이만큼 많은 내린 적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필 저희가 여행을 떠났을 때 이리도 눈발을 흩날려주니, 누군가에게는 저주였고 다른 누군가에는 축복이었습니다. 저처럼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방에 사는 사람에게는 후자였죠.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일행을 통틀어서 지방민이라곤 저 혼자였다는 사실!? ^^;

     

     

    IMG_4740

     

     

    공항이 시야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옷을 좀 두텁게 입고 온 건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그 정도로 날씨가 좋았거든요. 하지만 이게 웬걸요!? 막상 눈이 수북하게 쌓인 정주를 보자 천만 다행이라며 안도했습니다. 오히려 다들 더 두텁게 입고 오지 않은 걸 후회했습니다. 전 집에 두고 온 장갑이 어찌나 그립던지 모릅니다. 역시 유비무환이에요!

     

     

    IMG_4735

     

     

    그동안에 몇 차례 공항을 다니면서도 눈이 내리는 건 처음 봤지만,

    비행기를 목욕(?)시키는 것도 처음 봤습니다.

     

     

    IMG_4739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대로 가는 길은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희한할 만큼 전혀 낯설지가 않더군요. 숫제 그냥 우리나라의 여느 공항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최근에 지었는지 시설도 아주 깨끗해 평소 갖고 있던 중국의 이미지 - 다분히 선입견에서 비롯된 - 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어요.

     

     

    IMG_4742

     

     

    입국심사대에 다다르자 "아, 여긴 중국이었지?"라는 생각이 퍼뜩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제복을 차려입고 무전기를 손에 든 채로 여행객을 맞이하는 사람을 보니 괜스레 긴장이 되더군요. 어느 나라나 제복을 입기는 마찬가지지만 중국처럼 엄격한 통제와 규율을 상징하는 듯한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흡사 독재군부의 군인을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저래 보여도 제복을 입으신 분들이 꽤 친절하십니다. 보통 입국심사대에서는 촬영을 금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제가 이 사진을 찍었는데, 그걸 보시곤 조심스레 오시더니 순박한 표정으로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No"라고 딱 한 마디만 하셨어요. 저는 제 쪽으로 오는 걸 보면서 엄청 긴장했었는데 말입니다. ^^;

     

     

    IMG_4747

     

     

    입국심사를 해주는 분들도 친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유럽쪽보다 덜 권위적이고 상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입국심사를 받는 데스크에 보면 세 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는데, 이 버튼의 용도는 무려 심사를 해주신 분의 친절도를 여행자가 평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전 깜짝 놀랐습니다. 여지껏 방문했던 국가에서는 이런 걸 한번도 보질 못했거든요.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해서 중국은 여행자에게도 고압적인 국가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정반대였던 것이죠. 이걸로 제가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선입견이 산산조각났습니다.

     

     

    IMG_4748

     

     

    심사를 받고 나가시면서 버튼을 한번 눌러보세요. 제 기억이 맞다면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이 최고점입니다. 직원의 눈앞에 버튼이 위치하고 있어서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대놓고 저조한 점수를 주는 분이 나오기도 힘들 것 같긴 하네요. 아예 안 누르고 나가면 모를까... 아무튼 좋은 점수를 주시면 겉으로 크게 내색하진 않아도 감사를 전하면서 좋아합니다. 다들 겉으로는 딱딱하게만 보였는데 의외로 또 이런 면이 있더군요.

     

    저희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몇 일행들에게 장난을 쳤습니다. 반드시 가장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만 한다고. 다행히(?) 아무도 속아 넘어가지 않더군요. ㅎㅎㅎ 만약에 정말 왼쪽 버튼을 눌렀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요? ^^;

     

    입국심사를 무사히 빠져나온 후에는 하필 제게 예상치 못한 흑운이 드리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얘기는 다음 편으로 넘기겠습니다~

     

     

    getaboutbanner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제발~

     

     

     

     

    BONUS - Cinephile & Traveller 1

     

     

    새 이미지 1

     

     

    천안문 사건과 <태평천국의 문 - The Gate Of Heavenly Peace, 1995>

     

    중국의 역사는 잘 몰라도 '천안문 사건'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흔히 천안문 사건이라 함은 1989년 6월 4일에 북경의 천안문 광장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을 정부가 폭압한 사건을 가리킵니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 내에서 개혁주의자로 꼽혔으나 등소평이 중심이었던 보수주의자들에게 축출됐던 호요방의 사망이 도화선으로 작용했습니다.

     

    당시 시위자들은 호요방을 기리던 수많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등소평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개방정책의 폐해를 서민층이 고스란히 안게 된 것도 한 원인이었습니다.

     

    시위는 곧 단식농성으로 이어졌고 총원이 200만 명에 이르자 중국 공산당은 이를 반란으로 규정합니다. 급기야 계염령을 선포하고 무력으로 시위를 제압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그리하여 6월 4일에 천안문 광장으로 투입된 군대는 사람들을 향하여 무차별 발포를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최소 수백 명에서 최대 1만 명을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중국정부에서 발표한 사망자의 숫자와 해외의 여러 매체에서 발표한 그것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초유의 사건은 당시 중국과 소련의 회담을 취재하고자 체류하던 유수의 국제언론에 의해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그들 중에서 리차드 고든과 카르마 힌튼은 수 년에 걸쳐 자료를 취합하고 직접 취재도 하였으니, 그 결과물이 천안문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옮긴 <태평천국의 문>입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되고 미국에서 상영을 앞두자 중국정부가 유감을 표명하고 압력을 가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는데 원래 1997년에 상영될 예정이었으나, 행사를 주최한 삼성영상사업단이 중국의 불만을 우려해 상영을 취소하는 역사적 촌극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이듬해인 1998년에 소규모로 국내에 소개가 되긴 했습니다. 세 시간에 달하는 <태평천국의 문>은 국제적으로도 굉장한 호평을 얻은 작품이나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이집트와 리비아 등지에서 민주화 운동이 격하게 일어났고, 중국 또한 예전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나라입니다. 이번 여행에선 그러한 중국의 복잡한 정체성이 더욱 혼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발없는새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꿈꾸는 어느 블로거의 세계입니다. http://blog.naver.com/nofeetbird/

    같이 보기 좋은 글

    기타의 인기글

    발없는새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