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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슬립, 사가 시 역사민속관 지구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9.06.06

    카테고리

    예술/문화, 큐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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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 타임슬립을 하러 간다. 사가시 역사민속관 지구 과거를 찾으러 가는 길이다. 1백여 년 전으로 갈 수는 없지만 1백여 년 전 태어난 무엇들이 남아 있는 곳으로는 갈수 있다. 사가 현 사가 시 근대 건축물 골목으로 향했다.


    사가 시 역사민속관 지구
    佐賀市歴史民俗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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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가 시는 사가 현 남동부에 있으며 에도 시대 말기 서양식 대포를 만들던 곳이다 1889년 시가 되었으며, 상공업이 크게 발달했던 도시다. 나가사키가 가까웠기에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좋았고 덕분에 일본 과학기술 근대화에 큰 역할을 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런 사가이기에 당시 번듯한 서양풍 근대 건축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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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도 대구, 인천 개항지, 군산 등에 서양풍 근대 건축물이 남아있다. 19세기 서구풍 건축물들이 과거 번화가에 들어섰다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경우,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해 보호하면서 관광자원화된 것이다.

    이곳 사가 시 역시 역사 민속관 지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과거 은행, 저택 등은 일본 문화를 알리는 전시실과 공연관, 그리고 기념품 숍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인근 사가신사 옆 사가 현 최초 박물관인 조코칸과 더불어 통합 입장권을 발행하고 있어 저렴하게 이용하기 편하다.

     

    사가 시 역사 민속관 지구
    구 모리나가 가(旧森永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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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가 시 역사 민속관은 구 코가은행, 구 코가 가, 구 우시지마 가, 구 산쇼은행, 구 후쿠다 가, 구 모리나가 가, 구 히사도미 가의 7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7채다.

    골목에 '늘어선' 민속관인 셈이다. 각 건물 앞에는 과거 이름과 건립, 쓰임에 대해 일어, 영문으로 기재되어 있다. 가장 입구에는 구 모리나가 가옥(旧森永家)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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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깊은 사업가와 엮인 곳이다. 1790년 쿠자에몬 모리나가(Chuzaemon Morinaga)가 키자미 온타바코(Kizami Ontabako)라는 이름으로 사가 명물이 된 담배를 만들기 시작해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담배 전매화가 시행되면서 사업을 바꾸어 1934년까지 기모노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나가사키 가도에 면한 복창에는 모리나가 기모노 가게의 간판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현재에는 보통의 선물가게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고운 정원 위로는 올해 꽃들이 담담하게 피어 있다.

     

    사가 시 역사 민속관 지구
    구 코가 가(旧古賀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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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근대 건축물 골목에서 가장 우아하고 규모 있던 곳, 놓치기 아까운 구 코가 가옥(旧古賀家; 구 고가 가)이다. 나뭇결이 고동색으로 깊게 가라앉은 담장과 기왓장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정갈한 정원도 참으로 아름답다. 이 가옥은 코가은행 창립자 코가 젠베이(古賀善平)의 주택으로, 1884년에 지어졌다. 근 130여 년 넘게 잘 지켜진 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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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서 조용히 놀랐다. 일본 전통음악이 먼저 맞아 주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어느 하루에 이 지역 분들이 모여 담소하고 차 마시고 이 악기들을 함께 연습하였을까.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담담하게 과거 음악을 여기에 풀어놓고 있다. 표정은 진지하고 자태는 단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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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선율 맞은편으로 방이 드넓다. 코가은행 창립자 코가 젠베이가 살던 이 주택에는 15개의 일본식 방이 있다. 올해의 히나마쓰리를 맞아 히나 인형 전시도 함께 하고 있어 은근하게 볼 거리가 많다.

    인형들은 왕과 왕비, 시녀, 악사, 대신 등 구성은 같아도 제각각 특성과 생김이 달라서 하나하나 보는 즐거움이 있다. 정교하고 고운 인형은 꼬마 아이들은 물론 어른까지도 무척이나 갖고 싶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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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은 복도를 따라 이어진다. 미닫이문으로 구획할 수도 열어 둘 수도 있다. 삐걱대는 나무 바닥을 밟으며 방을 들여다보면 란마와 후쓰마 등의 그림으로 장식된 일본식 방의 정취를 직접 느껴 볼 수 있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 머물다 갈 수도 있다. 봄비가 툼벙툼벙 떨어지는 안뜰 정경을 조용한 눈빛으로 오래 쳐다본다. 키키 키린의 영화 <일일시호일>이 또 한 번 여기에서 바라다보이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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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다미방에서 보이는 정원은 문을 나설 때 다시 볼 수 있다. 기암괴석과 나이 지긋해 보이는 석등, 아직 꽃망울을 머금지 않은 모란이나 작약, 휜 가지가 세월감을 지휘하는 듯해 보이는 소나무- 정원은 오밀조밀 풍성하게 꾸며져 있다.

    한마디로 구 코가 가(旧古賀家)는 근대 들어 상업 활동으로 큰 부를 쥔 은행가의 삶을 보여 준다. 일본식 가옥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알고 싶다면, 젠(Zen) 스타일을 느껴보고 싶다면 여기를 들를 만하다.

     

    사가시 역사민속관 지구
    우시지마 가(旧牛島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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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우시지마가(旧牛島家)는 사가 성 근처에 있던 옛 전포(町屋, 마치야)로 원래 이마슈쿠(今宿)에 있던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상업 가옥으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 가옥,  1993년에 도로 확장으로 지금의 야나기마치(柳町)에 재건되었다.

    이 가옥은 소유 가족이었던 우시지마 가에서 1993년 사가 시에 기부하면서 사가시 역사민속관 지구 일원이 되었고 현재 기념품 숍으로 쓰인다.

     

    사가시 역사민속관 지구
    구 산쇼은행(旧三省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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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건물로 향한다. 하얀 2층 건물이다. 뒤편까지 규모가 꽤 크다. 구 산쇼은행(旧三省銀行)은 메이지 15년(1882년) 2월 산쇼샤가 설립했다. 산쇼사는 여기서 유사 은행 업무를 보다가 메이지 18년 정식은행이 되었다.

    그러나 메이지 26년 파산했다. 은행은 사라지고 건물은 남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이 참 넓다. 좋은 재료로 여유롭게 공간을 활용하여 메이지 전기 은행 건축물 중 당대 특성을 잘 드러낸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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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이 지역의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베틀을 이용해 거대한 카펫을 짜내리고 있다. 이 직물은 공간마다 바닥 카펫으로 깔려 있다.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방문자들을 위해 따뜻한 차와 사탕 등도 준비해 두고 있다. 일본 가옥답게 안뜰이 잘 손질되어 있어 차 한잔 마시며 시간을 놓아두기 참으로 좋다.

     

    사가시 역사민속관 지구
    구 코가 은행(旧古賀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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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골목에서 가장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는 건물, 구 코가 은행(旧古賀銀行; 구 고가 은행)이다. 1906년 당시 환전소를 운영했던 코가 젠베이(古賀善平)가 세운 은행이다. 지금 모습은 타이쇼 5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한 상태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과 화강암 석재로 지어 단단하면서도 견고하게 느껴진다. 당시 1916년 규슈의 5대 은행으로 꼽힐 만큼 큰 은행이었단다. 이후 상공회의소가 되었고 지금은 역사 민족관으로 쓰이며 때때로 특별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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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골목 저 끝에서 이 끝까지 담백한 건물들이 이어진다. 느슨하게 걸어 천천히 돌아 보았다. 골목은 길지 않으나 정갈하게 잘 다듬고 신경 쓰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네들의 1백여 년 전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가 나온 기분이 든다.

    과거를 잘 간직하고 기억하려는 오늘의 노력이 잘 보이는 골목이다. 오래된 것들에 대한 향수- 스러져가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노스탤지어. 과거 유물과 유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현재의 뿌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오늘을 위한 일이다.

     

     INFO. 사가 시 역사 민속관(佐賀市歴史民俗館)
    |주        소| 사가시 야나기 마치 2-9 (佐賀市柳町 2-9)
    |전화번호| 0952-22-6849
    운영시간 9:00-17:00
    휴        일월, 공휴일, 공휴일 익일(다음날), 연말연시, 정비 기간
    |홈페이지|https://sagarekimin.jimdo.com/한국어/
    | 입 장 료 통합 입장권 600엔 (사가 신사 옆 조코칸 입장 포함)


    사가 현 최초 박물관 
    사가 근대건축물, 조코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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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가 현은 사가 성터 주변으로 해자가 있다. 그 주변으로 사가 신사가 있어 발걸음 하다가 세월감 어린 건물이 보여 멈췄다. 또 하나의 근대건축물이다.

    조코칸(Chōkokan ; 徴古館)이라 부른다. 박물관이다. 이곳 단일 입장료는 300엔, 근처 근대건축물 통합 입장권 600엔으로 구매했으면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으니 함께 둘러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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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는 작다. 의미는 각별하다. 1927년에 개관한 사가 현 최초 박물관이다. 전쟁 때 문 닫았다가 1998년 다시 개장했다. 매년 다양한 기획전을 연다. 올해 봄 조코칸 전시는 히나마쓰리 인형 전시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정교한, 당시 귀족 여인들의 히나 인형과 장식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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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나마쓰리(雛祭り, ひなまつり)는 일본의 큰 봄 행사다. 여자아이들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행사로 매월 3월 3일에 열린다. 영어 번역명 Doll's Day or Girls' Day에서 알 수 있듯 히나 인형(雛人形 ; 히나 닌교)이라는 인형 관련 소품을 붉은 단 위에 장식하는 풍습이 있다. 히나마쓰리 때 부유한 가정에서는 규모 있는 인형 단을 만든다.

    인형들은 당시 복식과 문화 풍습은 물론 미의 기준도 일러준다. 1층 전시를 보고 2층으로 올라가니 다도 이벤트가 열린다. 지역 주민들이 다도를 알린다. 1백여 년 넘는 역사를 지닌 건물에서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알리려는 애씀이 각별해 보였다.

     

     INFO. 조코칸(Chōkokan ; 徴古館)
    |주        소| 2-5-22, Matsubara Saga Ciity, Saga (佐賀県佐賀市松原2丁目5-22)
    운영시간 9:30~16:00, 일 휴무, 경축일 휴무
    |홈페이지|http://www.nabeshima.or.jp/, http://saga-travelsupport.com/kr/spot/detail.html?id=43
    | 입 장 료 
    300엔 / 근대건축물 통합입장권 600엔, 주차무료(10대)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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