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문명의 성지,
이집트 룩소르를 찾다
이집트는 눈부신 홍해와 끝없이 펼쳐진 사하라,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을 품은 나라다. 일찍이 이집트는 인류 문명의 요람이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심장은 카이로 남부에 자리한 룩소르였다. 고대 웨세트(Weset)와 테베(Teve)라고 불리던 지역. 평소 고고학을 좋아한다면, 최고의 여행지가 된다.
룩소르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서안과 동안으로 구분한다. 동안에는 웅장한 신전이 있고, 서안에는 이집트를 통치한 파라오들이 잠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집트는 두 차례 다녀왔다. 가장 최근에 방문했던 룩소르 여행기를 풀어본다.
룩소르 서안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하트셉수트 장제전이다.
이집트 18 왕조의 다섯 번째 왕의 무덤이다. 하트셉수트는 여성 파라오로 잘 알려져 있는데, '가장 고귀한 숙녀'라는 뜻을 지닌다. '이집트 최초의 여성 파라오'라는 여행자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사실 그전에도 두 명의 여성 파라오가 있었다.
하트셉수트 여왕이 통치한 시기는 이집트 문명의 황금기였다. 신전은 왕가의 계곡과 돌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하며, 완벽한 대칭을 선보인다. 총 3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마다 웅장한 예배당과 다양한 신을 형상화한 부조와 조각이 있다. 직원에게 약간의 팁을 주면, 깊숙한 곳을 보여주기도 한다. 참고하자.
7세기 무렵 콥트교 신자들이 이곳을 수도원으로 사용하면서 일부 파괴되기도 했다. 현재는 복원 과정을 거쳐 대부분 당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동절기인 1~2월을 제외하고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을 피해 아침 일찍 이곳을 찾는다. 매표소에서 미니기차에 오르면, 유적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4EGP만 내면 된다.
하트셉수트 장제전을 둘러본 뒤, 돌산 너머에 자리한 왕가의 계곡으로 향한다.
이집트 나일강 중류, 룩소르 서안에 자리한 계곡을 가리킨다. 좁은 계곡을 따라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왕릉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룩소르를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왕가의 계곡은 고대 파라오들이 잠든 장소다.
2019년 기준 160EGP의 입장료 외에 사진 촬영을 할 경우 300EGP를 추가로 내야 한다. 기본 입장료로 총 세 군데의 무덤을 엿볼 수 있으며, 더 볼 경우 하나당 80EGP가 든다. 또한 투탕카멘의 무덤은 별도로 200EGP를 별도로 내야 한다.
고고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왕가의 계곡은 기원전 1500년에서 1000년 사이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집트 신왕조 18 왕조의 투트메스 1세가 이곳에 최초로 묻혔다. 이후 위대한 파라오로 칭송받는 세티 1세, 람세스 2세를 포함, 람세스 11세까지 이곳에 잠들어 있다.
가이드는 이러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며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참고로 룩소르 방문 전,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역사의 고증을 떠나서 일단 재밌고 술술 읽힌다. 람세스 2세와 네페르타리 왕비를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유적 대부분은 도굴됐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도굴을 막기 위해 함정까지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1922년 발굴된 투탕카멘의 무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왕릉이 도굴됐지만, 미라와 벽화는 보존됐다.
그리고 아직 발굴이 진행 중인 무덤도 있고, 발견되지 않은 무덤도 많다. 무더위를 피해 동절기에만 발굴 작업이 진행되기에 상당히 더딘 편이다.
왕가의 계곡을 방문했다면, 마음에 드는 무덤 세 군데에 입장할 수 있다. 내키는 대로 들어가면 된다. 투탕카멘의 무덤을 제외한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 대부분 비슷한 구조의 무덤이다. 화려한 벽화가 있고, 내부에는 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역시 무덤을 관리하는 이들이 팁을 요구하면서 무덤 내부 깊숙한 곳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좋은 사진을 원한다면 약간의 팁을 주면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진을 찍으려면 300EGP를 내야 한다.
탑승료 4EGP의 미니기차가 입구까지 운행하며, 출구 주변에는 기념품 전문점이 있다.
이집트의 유적에서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흥정은 필수다. 그들이 부르는 가격의 절반을 깎고 시작하면 된다. 보통 여행자가 이곳에서 구매하는 것은 각종 액세서리, '갈라 예바'로 불리는 전통 의상이다.
인근에 왕비들이 묻힌 '왕비의 계곡'도 있으니 참고할 것. 네페르타리 왕비가 잠들어 있다. 대부분 여행자는 무더위와 비슷한 볼거리 때문에 왕비의 계곡은 건너 뛴다.
룩소르 왕가 계곡 입구에 자리한 멤논의 거상도 눈길을 끈다.
파라오를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멤논'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트로이 전쟁 당시 트로이 왕을 도우러 갔다가 그리스 장군, 아킬레스에 죽는다. 예전 석상 주변에서 신비한 소리가 들렸는데, 그리스인들은 멤논이 그의 어머니에게 하는 인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름이 붙은 것. 믿거나 말거나다.
룩소르 서안과 동안 사이를 흐르는 나일강은 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보트는 수시로 여행자를 태우니 금세 타고 건널 수 있다. 에어컨 시설 따위는 없다. '나일강 크루즈' 승객이라면, 이 보트를 무료로 탈 수 있다. 크루즈 요금에 포함된 것. 참고로 나일강 크루즈는 아스완에서 시작, 콤옴보와 에드푸 등을 거쳐 룩소르까지 온다. 약 4박 5일 일정 동안 나일강을 따라 다양한 유적을 탐방하고 여러 액티비티를 체험한다.
카르나크 신전은 룩소르 동안에 자리한 이집트 최고 규모의 유적이다.
카르나크(Karnak)는 룩소르의 옛 지명이던 '테베'의 북쪽 절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전 1990년경부터 처음 지어졌고, 이후 왕들에 의해 계속 증축됐다.
중왕국 시대 당시, 이곳은 태양신 아몬 라(Amon-Ra)를 모시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몬 라는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으로 대부분 이집트 유적에서 그것과 관련된 벽화를 볼 수 있다.
온종일 수많은 여행자가 기둥에 기대어 기념사진을 찍는다. 또한 밤에는 빛과 소리의 쇼가 펼쳐진다. 기자 피라미드에서 매일 밤마다 펼쳐지는 것과 같은 콘셉트다.
:: 카르나크 신전은 10개의 탑문과 오벨리스크, 람세스 2세의 거상, 스핑크스의 길 등이 있다.
입구에 있는 오벨리스크 하나는 오스만 제국 시절 당시 약탈하여 지금의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에 있다.
23m 높이의 거대 기둥 134개가 늘어선 대열주실은 카르나크 신전 관광의 백미다.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기둥을 마주하면 위압감과 동시에 경외감이 든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룩소르 신전이다.
룩소르 시내에 중심에 자리한 거대 신전이다. 이곳 역시 태양신 아몬 라를 모시고 있다. 위대한 왕이던 람세스 2세에 의해 지어졌다. 이후 군인 출신, 호렘헵이 스스로 파라오가 되면서 왕권 강화를 위해 이곳을 증축했다.
총 여섯 개의 람세스 2세 거상을 비롯해 그의 아내 네페르타리 왕비의 거상이 있다. 또 이곳에 있던 오벨리스크 중 하나는 프랑스에 약탈당해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 자리한다. 또한 곳곳에 크고 작은 스핑크스도 볼거리다. 룩소르 도심에 있기에 굳이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 토막상식 >> 위대한 이집트 문명
이집트 문명은 중국의 황하 문명, 인도의 인더스 문명,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함께 ‘세계 4대 문명’에 거론된다. 이들 지역의 특징은 큰 강을 끼고 있고, 교통이 편리했으며 농업에 매우 유리했다. BC 3200년에서 BC 332년까지 무려 3천 년 가까이 지속한 이집트 문명 역시 마찬가지다.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 유역에서 시작됐으며, 고대 이집트 왕조 수립 이후부터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당하던 때까지 이어진다. 하늘 아래 최고의 군주였던 파라오가 통치했으며, 태양신을 비롯해 다양한 신을 섬겼다. 피라미드를 비롯한 각종 신전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파피루스와 상형문자, 태양력 등은 후세에도 큰 영향을 줬을 정도로 이집트 문명의 위대한 유산이다.
14년차 여행전문 기자.
온라인에서 ‘기곰천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여행작가.
계획 없는 여행을 선호한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길 위에서의 불확실성을 즐긴다
- 국내여행잡지 KTX매거진 기자
- 해외여행잡지 <에이비로드> 기자
- 대한항공 VIP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