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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0톤 짜리 쇠공으로 지탱하는 타이페이 101

    ytzsche ytzsche 2011.03.21

    카테고리

    중국, 대만


     

     

    TAIPEI 101 

     




     

    높이가 무려 508미터.

    버즈 칼리파(버즈 두바이)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인정받던 타이페이101인지라

    타이완 시내 곳곳에서 그 모습이 보인다.

     

    하늘을 찌를 듯 하구나,

    웬만한 빌딩은 아무리 바싹 눈앞에 땡겨놓고

    원근법의 힘을 빌린다 하여도 딱히 상대가 안 된다.

     

    길가를 다니는 타이완 현지인들이야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막느라, 양산을 쓰고 다니느라,

    다른 곳에 시야를 두진 않겠지만,

     

    마냥 모든 게 신기해서 두리번두리번대는 여행자의 마음으로는

    뭔가 계속 낯설고 새롭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내려 눈이 벌개져 있는 거다.

     

     

     

     

    다른 건물들이 그렇게 낮지도 않다.

    우리나라 서울이랑 비슷하게 적당히 오래된 저층 건물들도 많고

    새롭게 올라간 높고 두꺼운 건물들도 적당히 섞여 있지만,

    단연 눈에 띄는 타이페이 101 빌딩의 높이와 외관이다.

    죽순의 형태를 형상화했단 말을 듣기 전에도 슬쩍 예감할 수 있었다.

     

    모양새도 꽤나 정묘하게 만들어진거 같다.

    미끈하고 유려하게 뻗은 라인과 금빛 번쩍이는 외관을 자랑하는 63빌딩이나,

    상승을 거듭하는 그래프 모양처럼 생긴 트레이드타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우선 외관 자체에 돌출된 부분이나 장식물처럼 매달린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거 같고,

    왠지 손으로 만지면 그 오돌토돌한 골격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질 것 같아서 그렇기도 하고.

     

     

     

     

     

     

    각국의 발렌타인데이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타이완의 발렌타인 데이는 8월 16일이라고 했다.

     

    타이페이101의 1층이나 지하에는 쇼핑몰과 레스토랑들이 있는데

    온통 발렌타이데이, 그리고 아버지의 날을 맞는 판촉 행사 중이었다.

    타이완의 아버지의 날...은 언제일까 근데.

     

     

     

     


     

     

     

     

    전망대에 올라가는 티켓을 사려면 5층, 매표소로 가야한다.

    거기에서 바로 89층까지 올라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야 하는 것.

     

    5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화려하게 꾸며진 101빌딩의 외관을 담은 포스터가 그럴 듯 하다.

     

     

     

     

     

     

    곳곳에 붙어있는 전망대 입구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가다보면 금세 도착!

    높다란 몰 천장이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공간이 넓어 보이게 했었는데,

    우리나라 코엑스 몰도 천장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천장이 높으면 좀더 쾌적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인다.

     

     

     

     

     

    도착한 전망대 매표소.

    왠지 매표소 입구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친 사람들끼리

    알 수 없는 경쟁심에 휘말려서 거의 뛰다시피 줄을 섰던 순간.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도 많이 보였고

    드문드문 한국어도 들렸지만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모른 척.

     

     

     

     

     

     

    그리고 드디어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줄에 합류,

    옆에는 왠 전구처럼 똥그란 녀석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길래

    이게 뭐하자는 플레인가 싶어 요모조모 뜯어봤더니,

    아하. 숫자 101을 저렇게 형상화한 것.

     

    그렇게 귀여운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101의 숫자를 갖고 참 솔직하게 이미지화했구나 하는 느낌은 강렬했다.

     

     

     


     

     

     

    89층, 통유리로 된 사면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타이페이 시내의 전경,

    당장 방금 다녀왔던 국부기념관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타이페이101 빌딩의 외관에 달려있던 경첩 같은 장식물들,

    여기서 자세히 보니까 이렇게 생긴 거였다.

     

    이제 막 어두워지려는 찰나,

    점점이 이어지는 불들이 한순간 팟, 하고 일제히 빛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어둑해지는 하늘 아래,

    불룩 돋아난 실핏줄처럼 점점 도드라져 보이는 불빛들과 더불어 떠올라 보이는 타이페이의 야경,

    창문에 거의 코를 박다시피 구경하고 있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경고 표지문.

     

     

     


     

     

     

     

     

     

     

    101빌딩은 외관이 매끈하다기보다는 뭔가 울룩불룩, 재미난 모양새여서 그런지,

    외벽 유리창에 반사되어 빛나는 주홍불빛들을 전망대에서 볼 수 있었다.

     

    아직 완전 거뭇거뭇해지기 전,

    어슴푸레하고 어설픈 분위기의 타이페이 시내를 보자니 마음이 싱숭생숭.

     

     


     

     

     

     

     

    죽순의 모양을 형상화해 타이페이101을 지었다느니,

    세계에서 가장 큰 무게중심추라느니,

    건물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을 소개해둔 자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직접 그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무게중심추를 볼 수 있었는데,

    88층과 89층에 걸쳐 건물 중심에 설치된 거대한 구가 노출되어 있는 것이었다.

    101의 마스코트인 듯한 그 귀엽지 않은 녀석들, 잔뜩 놀라기만 한 녀석들

    옆을 지나 허벅지만한 두께의 쇠줄이 팽팽히 내려뜨려진 공간에 들어섰다.

     

     

     

     

     

     

    벽면에 적힌 수치들에 따르자면 이 무게중심추의 무게는 660톤, 직경은 5.5미터, 

    무식하도록 거대하고 무지하게 무거운 물건이다.

     

    이 무게중심추 덕분에 500여미터에 이르는 건물이

    외풍이나 외부 충격으로 흔들릴 때의 움직임을

    4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하긴 하다.

     

     

     

     

     

     

    그런 정보들이 적혀 있던 우글쭈글한 벽면,

    좀체 한 큐에 찍히지 않는데다가 글자가 깨져보여서 이거 참 난감.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엘리베이터,

    1분에 1010미터를 오르내리는 속도라니.

     

    왠지 '찰리와 초콜렛 공장'에 나오는 그 설탕 연료 엘리베이터처럼

    사방으로 윙윙대며 날아다니다 끝내 하늘까지 펄펄 날아오를 듯.

     

     

     

     

    89층에는 이 타이페이101 빌딩이 준공되고 완공되기까지의 사건들,

    그리고 작년 12월 31일 밤 카운트다운을 헤아리던 그 때

    이 건물에서부터 사방으로 터져나간 폭죽들의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 상영관이 조그맣게 있어서,

    돌아다니다 지친 걸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다시 내려가는 길, 끝내 아쉬움을 못 버린 사람들의 시선은 창밖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을 모른다.

    (88층을 지나 내려가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찾아가는 길에는 구불구불,

    최대한 동선을 늘여놓은 듯한 길을 따라 온갖 매장이 잔뜩 호객행위 중이었다.

    중국인의 상술이란 역시 경탄할 만하다, 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만큼.)

     

     

     

     

    37초만에 5층에서 89층까지 도착했던 엘리베이터,

    이번에 내려갈 때도 그만큼 속도를 내려나,

    어쩜 더 빠르려나 싶어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엘리베이터 내 설치된 그래픽.

     

     

     

     

     

     

    5층에 내려서서 아까 올라갈 때 미처 찍지 못했던

    기네스재단의 공인서부터 찾아 카메라를 들이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객용 엘리베이터임을 인증하는 내용.

     

     

     

     

    다시 1층으로 내려서서 새삼 올려다본 타이페이101의 천장.

    쭉쭉 곧게 뻗은 기둥들도 시원하지만,

    저 천장 너머 500여미터 상공까지 올라 101층을 차곡차곡 쌓아올렸을

    타이페이101를 휘감고 윙윙거리는 거센 바람의 압력과 소음을 떠올리고는 까짓 것, 하고 말았다.

    고개를 한껏 젖혀야 겨우 꼭대기에 시선을 안착시킬 수 있으려나.












    ytzsche

    내 꿈은 한량. 숫자놀이나 감투크기엔 별 관심없고 그냥 내 깊이와 넓이가 궁금할 뿐이다. 무겁지 않게 세련되고 발랄하게, 무엇보다 재미있게 춤추며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 안 되나. 내 꿈은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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