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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향이를 만나러 남원으로 떠난 봄맞이 여행

    리즈 리즈 2011.03.30

    카테고리

    한국, 전라

     

     

     

     

    적성의 아침날의 늦인 안개는 띄어 있고 녹수의 저문 봄은 화류동풍 둘렀는디

    요헌기구(瑤軒綺構) 하최외(何崔嵬)난 임고대(臨高臺)로 일러있고

    자각단루(紫閣丹褸) 분조요(紛照耀)난 광한루를 이름이로구나.

     

     

    춘향가의 한 대목입니다.

    이몽룡과 춘향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남원의 광한루.

     

    따사로운 봄의 초입에 광한루를 다녀왔습니다.

    그네를 뛰다 백년가약을 맺을 이몽룡과 같은 상대를 만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저와 함께 광한루원를 거닐어 보시겠어요?

     

     

     

     

    봄, 봄입니다.  

     

    산수유가 피는 계절이 왔네요.

    작년엔 산수유가 피는 구례에 가서 봄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남원이군요.

    남원의 어딜 돌아 볼까 잠깐 고민도 했지만, 어딜가나 춘향이 떠올랐습니다.

      

    광한루원도 그러하고, 춘향묘, 춘향테마파크까지..

    조용하고도 단정한 남원은 어딘지 모르게 춘향이와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했네요.

    그만큼 이 동네엔 미인도 많으려나요..?

     

    광한루원에서는 광한루를 중심으로 춘향사당, 춘향관 그리고 오작교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깊은 물 속을 노니는 잉어를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춘향가도 귓가에 울리는 듯 합니다.

     

     

     

      

     

     

    광한루도 좋거니와 오작교가 더욱 좋다.

    오작교가 분명허면, 견우직녀(牽牛織女) 없을소냐

    견우성은 내가 되려니와 직녀성은 게 뉘랴 될고,

    오날 이곳 화림중(花林中)에 삼생연분(三生緣分)을 만나를 볼까

     

     

    서문으로 들어서면 오작교를 건널 수 있습니다.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 그 다리지요. 저 멀리 광한루도 보입니다.

    이 기나긴 길을 지나 춘향과 몽룡이 만났겠지요.

     

    푸르게 빛나는 물은 그 위를 가로지르는 오작교를 더욱 환상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푸른 물에 떠있는 듯한 방장정과 봉래섬 그리고 영주각이 그러한 것처럼요.

     

    그런데 여러분은 '광한루'란 이름의 의미를 아시나요?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사는 월궁 속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라 하여 광한루랍니다.

    그만큼 그 안에는 신선의 세계관과 천상의 우주관이 녹아있지요.

     

     

     

     

     

     

    요천의 맑은 물로 이곳의 호수를 채웠는데, 마치 흐르는 은하수 같습니다.

    그 은하수 안으로 세 개의 섬이 떠있고,

    각각의 섬에는 대나무와 백일홍 그리고 연정(蓮亭)이 있죠.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러아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마도 내 사랑아

     

     

    이 곳이 바로 춘향 사당입니다.

    화려한 단청이 인상적인 이 건물의 현판에는 '열녀춘향사'라 써있고,

    1961년에 기증받은 이당 김은호 화백의 춘향 영정이 있습니다.

    단아하고 맵시 있는 자태의 춘향을 만날 수 있지요.

     

    그 춘향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런 사랑가가 어디서 나왔는지도 절로 알겠습니다.

    앞태를 보아도 뒷태를 보아도 그 미색이 어딘들 가겠습니까. 

    들어보니 이 사당에서 축원을 빌면 백년가약도 이루어진다고 하니

    싱글인 분들은 한번 쯤 가볼 만 하겠지요.

     

     

     

     

     

    사모친 정 달밝은 데 무산천봉(巫山天峯) 완월(玩月) 사랑

    생전 사랑이 이리커니 사후기약이 없을소냐!

    너는 죽어 꽃이 되돼 벽도 홍삼춘화가 되고 나도 죽어 범나비 되야 춘삼월 호시절의 네 꽃송이를

    내가 담쑥 안고 너울너울 춤추거든 늬가 나인 줄만 알려무나

     

     

    이 곳은 완월정입니다.

    지상의 사람들이 천상의 세계를 꿈꾸며 달나라를 즐기기 위해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몽룡도 춘향에게 사랑의 언사를 전하면서 '완월사랑'이라 했다지요.

     

    물 위에 선 완월정은 왠지 밤에 보면 환상 속의 정자처럼 빛날 듯 합니다.

    다음 날이면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저는 다시 아쉽게 집으로 와야하지만 말입니다.

     

     

     

     

     

    박석 튀를 올라서서 좌우산천을 둘러보니 산도 보던 옛산이요

    물도 보든 물이다마는 흐르난 것이니 그 물이야 있겄느냐

    광한루야 잘 있드냐 오작교도 무사턴가

    객사청청 유색신(客舍靑靑柳色新)은 나귀를 매고 모든 데요

    농림숲을 바라보니 춘향과 나와 꼭붙들고 가느니 못가느니 이별허든 곳이로구나.

     

     

    광한루원에서 이곳을 안 볼 수 없지요.

    광한루는 과거 황희정승이 광통루로 세웠다고 합니다.

    들어가서 찬찬히 볼 수는 없지만 밖에서도 세세히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판도 여럿 걸려있고, 그 자태 만으로도 품격이 느껴집니다.

    모든 문이 열려 있어 봄 햇살이 그 속을 환하게 비추기도 하는데

    현란한 단청과 높은 지붕 안으로 보이는 내면의 맵시 또한 아주 그만입니다.

    이몽룡이 한 걸음에 다녀와 광한루와 오작교에 인사를 건넨 이유를 알 것 같지 않나요. 

     

     

     

     

     

    본관사또 주인이라 동헌에 포진을 헌다 분합문 (分闔門)을 높이달고 백포장으로 해를 막고

    육간대청 너른 마루 화문석 호피도듬 안석(案席) 타구(唾具) 재떨이 좌촉롱(坐燭籠) 청사입혀

    불킬 듯이 달어놓고 녹의 홍상 기생들 채색단장 착전립(着氈笠) 오락가락의 노는 양

    내하의 몸이 들고 음식이 풍부헌디 풍악이 낭자헌다.

     

     

    이제는 춘향가도 절정이라 사또를 처단하러 이몽룡이 들이치기 직전입니다.

    녹의홍상 기생들이 남원의 명물이었을지 모르지만,  남원의 음식 또한 명물 중의 명물이지요.

     

    남원까지 와서 한정식을 안 먹어 보면 그도 꽤나 서운할 일입니다.

    남원의 한정식 중에 한상을 받는 것이 있는데, 처음 봤을 때는 그 푸짐함이 어찌나 놀랍던지요.

     

    너른 방 가운에 아무것도 없이 우리 가락이 울려퍼지는데,

    꽤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으면 양문이 열리고, 그득 차려진 한 상이 들어옵니다.

    간은 삼삼한데도 그 풍미에 깊이가 있는 듯 합니다.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씨구.

      

    춘향가의 마지막 가락입니다.

    봄이 이제 시작이라 꽃샘추위도 이번 주면 물러선다고 하네요.

     

    햇살 가득 봄도 맞을 겸 남원 여행은 어떠신가요?

    기왕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오작교도 건너고,

    춘향사원에서 축원을 비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광한루 여행정보

     

    개장 시간 : 오전 8시 ~ 오후 8시 (오후 7시 ~8시에는 무료개장)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700원)

    주차요금 : 승용차 기준 (2000원) / 최대 15인승 이상 차량 (4000원)

    음악분수대 : 4월 1일 ~ 10월 31일까지 가동

    남원 축제 : 5월 1일 - 5월 10일

                       춘향제향, 전국 춘향선발대회, 춘향국악대전, 씨름대회,

                       그네뛰기, 전국궁도대회, 시조경창대회 등 개최 

    홈페이지 : http://www.gwanghallu.or.kr/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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