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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육사의 자취를 찾아서, 흑백필름 속 서대문형무소

    리즈 리즈 2011.08.30

    카테고리

    한국, 서울, 역사/종교

     

     

    흑백필름에 담아온 서대문 독립공원

     

     

    8.15 광복절이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광화문으로 외출했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다음 정류장이 서대문 독립문이란 안내 방송이 귓가를 울렸습니다.

     

    늦은 오후였지만, 저도 모르게 버스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광복절에 우연히 보게 된 MBC  <절정>이란 드라마의 영향도 있었겠지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이육사의 삶을 그린 광복절 특집극이었는데,

    일제의 핍박 속에서도 강렬히 저항했던 그의 일대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날 우연이었지만, 서대문 독립공원에 잠시 들러

    당시 독립투사들의 자취를 따라가보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 서대문 독립 공원

     

     

    서대문 독립공원은 서대문 형무소를 기점으로 주변경관을 정리해 공원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예전에 독립문을 지날 때만 해도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단장한 모습이네요.

    1992년 광복절에 공원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곳은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잃은 곳인데요,

    붉은 색의 높고 낡은 담벼락을 스치며 걷다보니 그 분들이 겪었을 고초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그 낡은 벽을 따라 걸으니,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나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옥사 7동과 사형장 1동, 보안과청사 등이 보존돼 있죠.

     

     

     

     

     

     

    입구에 들어서자 정면에 마주 보이는 태극기가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합니다.

    일제 치하에 세워진 서대문 형무소에는 4만 명이 넘는 이들이 투옥되었고,

    독립투사 400여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굳게 닫힌 철문에는 우리의 아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보안과 청사 건물에도 가보았는데,

    이곳은 당시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서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더군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았는데, 오히려 외국인 관람객이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어느 미국인 부부는 아이와 함께 열심히 설명문을 읽고 있더라고요.

     

    각 설명문이 4개의 언어(한국어/영어/중어/일어)로 번역되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외국인들도 당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우리 독립투사들의 강한 의지를 알게될 수 있으니 말이죠.

     

     

     

     

     

     

     

     

     

    이층을 올려다보니 그 모습 또한 전혀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존을 위해 올라가는 길은 막혀 있더군요.

     

    가끔 보이는 일본 순사의 밀랍인형들은 마음을 스산하게 합니다.

    역사관에서는 어두운 지하 고문실과 잔혹한 고문 기구들도 볼 수 있는데,

     

    첨단 기술을 이용한 고문 체험(영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시의 끔찍했던 역사를 떠올려 볼 수 있게끔 설계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에 가장 아프게 와 닿는 것은

    과거의 모습, 그 자체겠지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한 평도 안 되는 어두운 독방과

    독립 투사들이 손톱으로 벽에 적어놓았던 암호의 기록들.

     

     

     

     

     

    우리의 평안한 오늘은 그분들의 쓰라린 과거가 있었기에 존재하는 것이겠죠.

    참으로 힘들고 고된 삶을 보내셨을 그분들의 이야기가 서대문 형무소를 돌아보는 내내 떠올랐습니다.

     

    "쇠고랑을 차고 용수는 썼을망정 난생 처음으로 자동차에다가 보호 순사까지 앉히고 거들먹거리며

    남산 밑에서 무악재 밑까지 내려 긁는 맛이란 바로 개선문으로 들어가는 듯 하였습니다.

     

    어머니!  날이 몹시도 더워서 풀 한 포기 없는 감옥 마당에 뙤약볕에 내리쪼이고

    주황빛의 벽돌담은 화로 속처럼 달고 방 속에는 똥통이 끓습니다.

    밤이면 다리도 뻗어보지 못하는데, 빈대 벼룩이 다투어 가며 진물을 살살 뜯습니다.

     

    그래서 한달 동안이나 쪼그리고 앉은 채 날밤을 새웠습니다.

    그렇건만 대단히 이상한 일이지 않습니까?

    생지옥 속에 있으면서 하나도 괴로워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의 눈초리에나 뉘우침과 슬픈 빛이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 눈들은 샛별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

     

     

    심훈 선생께서 쓰신 '옥중에서 어머니께 올리는 글월' 입니다.

    저의 조악한 표현보다는 이곳에서 독립만을 꿈꾸며 모진 고문을 이겨내던

    심훈 선생의 단단한 글귀가 더욱 마음 속 깊이 다가오지 않나요.

     

     

     

     

     

     

    | 독립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바라본 독립문은 이런 모습입니다.

    뒤로 펼쳐진 오늘날 서울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독립문은 원래 종로구 교북동에 있었다는데, 1797년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독립문은 갑오개혁 이후 자주독립의 의지를 굳건히 다지고자 세워졌는데요,

    성산대로 공사에 의해 지금의 자리로 70m 가량 옮겨졌습니다.

     

    이제는 서대문 형무소 앞에 있으니,

    본래 독립문이 지닌 의미에, 또 다른 의미가 하나 더 얹어진 듯 싶네요.

     

     

     

     

     

     

    독립문을 나서며 우리네 평범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을지 모를 많은 분들이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희생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론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을 충실히 사는 우리 세대 사람들은 얼마나 될 지 생각해보니

    또 한번 마음이 아프고 죄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육사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새로 태어날 조선의 백성들은 내 입에 들어올 쌀을 기름지게 먹겠다 하여

    다른 이의 고혈이 빨리는 것을 못 본 척 해서도 아니 되네. 대답해 보게.

    자네가 꿈꾸는 조선은 어떤 모습인가?”

     

    그가 꿈꾸었던 해방된 조국에서 지금,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모습인가요?

     

     

     

     

    | 서대문 독립공원 정보

     

    위치  :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주요 볼거리 : 독립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순국선열 추념탑 등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관람시간 :  03월 ~ 10월  (09:30~18:00)

                       11월 ~ 02월  (09:30~17:00)

                       정기 휴관일 (매주 월요일 /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1월 1일, 설 / 추석 연휴

    관람료 :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노인 및 유아 (무료)

    홈페이지 : 서울의 공원 중 독립공원 페이지

     

     

     

    | KBS 다큐멘터리 '서대문 형무소' 보러가기

     

    => http://www.kbs.co.kr/special/vod_new/index.html (2011년 3월 1일자 방송)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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