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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대자연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영향 ②

    발없는새 발없는새 2011.04.06

    카테고리

    미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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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 캐년

     

     

    주 : 전편인 '미국의 대자연이 할리우드에 미치는 영향 ①'에서 이어집니다.

     

     

    제가 미국의 대자연을 바라보면서 절로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 장르의 영화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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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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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의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라스베가스를 벗어나기가 무섭게 웅장한 대자연이 눈을 압도했습니다. 북유럽을 여행하면서도 비슷한 규모의 풍경을 경험하긴 했지만 둘의 이미지는 사뭇 다릅니다. 북유럽은 울창한 숲과 호수가 생명력이 넘치는 기운을 전달하는 반면에, 미국의 사막과 캐년은 광활한 대지가 황량하고 싸늘한 인상을 짓고 있습니다.

     

    이를 보며 대자연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부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말 그대로 경외감이죠. 그런데 전자가 '경(敬)'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면 후자는 '외(畏)'의 감정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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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의 쿠오피오

     

     

     

    실제로 북유럽을 여행하면서는 자연에 대한 공경심이 절로 우러나왔습니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을 돌면서 도로에서마저 미려한 풍경을 보고는 자연보호의 필수성에 격하게 공감했었죠. 맘 같아선 당장이라도 숲으로 들어가 하룻밤을 보내며 물아일체의 경지를 맛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당시에 캠핑카를 타고 여행했던 터라 충분히 가능한 여건이기도 했습니다. 희한하게도 그 방대한 숲에 틈틈이 길이 나있던 것도 저의 바람을 부추겼지만, 일행들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 게 여지껏 한으로 남았습니다. 언제고 다시 한번 북유럽으로 가겠노라고 다짐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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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주(州)마다 애칭이 있습니다.

    보다시피 아리조나는 'Grand Canyon State'입니다.

     

     

     

    미국에서 네바다의 사막을 가로질러 유타의 캐년으로 가는 동안에도 동일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비록 황량한 대지더라도 서부영화에서 본 카우보이가 그랬듯이 드넓은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에게 이런 대답을 들려주게 됐습니다.

     

     

    "아... 여기서 그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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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눈에 보이는 거라곤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사막이요, 기암괴석이 즐비한 캐년이 전부입니다. 북유럽과 달리 호수는커녕 작은 웅덩이도 없고, 녹색이라곤 메마른 사막식물이 고작이니 생명력이 거의 느껴지질 않습니다. 도로에서 길동무로 삼을 만한 자동차는 가뭄에 콩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차들도 이런 자연에 겁을 집어먹고는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듯이 갑옷을 두르고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지형은 또 얼마나 험준한지 도로의 굽이굽이가 심산유곡이라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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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밤에 사고가 났는데 설상가상 도로 바깥으로 차가 나뒹굴게 된다면? 눈에 띄질 않으니 제때 치료를 못 받아서 과다출혈이나 쇼크로 사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다시피 가로등 따위에서 비치는 불빛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Cinephile & Traveller

     

     

     

     

    <데블 - Devil, 2010>

     

     

    아닌 게 아니라 작년에 개봉한 영화 <데블>에 비슷한 상황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아내와 아들이 야밤에 외곽의 한적한 도로에서 다른 차에 의해 사고를 당하죠. 그 순간에는 숨이 붙어있었지만 범인은 두 사람을 내버려두고 달아납니다. 주변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고, 지나다니는 차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결국 모두 사망합니다. 하루 아침에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주인공은 세상과 인간을 증오하며 비탄에 빠져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신세가 됩니다.

      

    <데블>은 미국에 가기 직전에 본 영화인데, 자동차로 여행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건 필요에 의해서 삽입된 영화적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는... 이것을 시작으로 숱하게 보았던 할리우드의 공포영화가 어디서 소재를 얻었고, 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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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스 캐년

     

     

    이제부터 소개할 몇몇 공포영화의 주된 모티브는 감히 규모를 짐작할 수 없는 대자연에서 얻은 듯합니다. 혹은 그 대자연의 공간 속에 감춰져 있을지도 모를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필시 미국인들에게 있어 대자연은 신비감 이상으로 공포의 대상임은 분명합니다.

     

    제가 사막지대를 지나오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데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 이유도 다름 아닌 두려움과 공포였습니다. 이런 감정을 품고 있음을 한번 자각하게 되자 수많은 공포영화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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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바다 사막은 그 자체만으로도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워 공포영화의 무대로 잘 어울립니다. 여기에 몇 가지 역사적 사실(?)마저 보태지면서 온갖 상상력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우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네바다 사막은 '51구역(Area51)'으로 유명합니다.

     

    공식적으로는 공군기지로 알려졌으나 상당수의 사람들은 51구역에서 외계인 연구가 행해진다고 믿습니다. 외계인과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인 '로스웰 사건'의 잔해물도 이곳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51구역 인근에 가면 일체의 접근을 금지하며 어길 시에는 발포한다는 안내문이 있기도 합니다. 일종의 음모이론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만 이를 소재로 활용한 영화가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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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펜더스 데이 - Independence Day, 1996>

     

     

    1996년의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블록버스터 무비가 세 편 있습니다. 마이클 베이의 최고작이랄 수 있는 <더 록>, 장 드봉의 마지막 히트작 <트위스터> 그리고 주로 스케일로 승부하는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입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국내 개봉 당시에 평론가들로부터 "전자오락에 불과하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드러낸다"는 등의 혹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에서 엄청난 흥행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사실 특별할 게 없습니다. 최근에 개봉했던 <월드 인베이전>처럼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는 것으로 시작하죠. 순식간에 국토가 초토화가 된 미국의 각료들은 대통령을 비밀기지로 안내합니다. 그곳에는 오래 전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기체가 있었는데, 대통령조차 모르고 있었던 이 장소가 51구역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개봉한 <황당한 외계인 폴>에도 51구역이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영국인 두 명이 미국에 왔다가 51구역으로 향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들은 황당한 외계인 폴과 조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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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지대를 영화에서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포장하는 또 하나의 사실은 핵폭탄 실험입니다. 2차 대전 중에 미국이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하여 일본에 투하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참고로 원자폭탄은 '맨하탄 프로젝트'를 거쳐 완성됐습니다. 영화 <왓치맨>에서 가공할 위력의 캐릭터가 '닥터 맨하탄'으로 불린 것은 이와의 연관성이 큽니다.

     

    일본의 피폭 이후에도 미국은 대규모 살상용 폭탄의 개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냉전을 맞이하게 되면서 구 소련과의 무기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미국은 1950년대부터 네바다 사막에서 핵폭탄 실험을 수도 없이 실시했습니다. 그렇다면 핵폭탄 실험이 이뤄진 곳에는 잠재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지 짐작이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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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장소가 유타에 속한 곳임을 알 수 있는 이정표입니다.

    유타의 애칭이 'Beehive State'거든요. ^^

     

     

    바로 현재 온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방사능 오염 문제입니다. 우린 이웃나라에서 발생한 사태로도 노심초사하고 있으니 미국인들은 오죽할까요.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기형아 등의 비정상적인 현상이 빚어질까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영화들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Cinephile & Traveller

     

     

     

     

    <힐즈 아이즈 - The Hills Have Eyes, 2006>

     

     

    카터 부부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캠핑 트레일러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사막에 고립된 이들은 주변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급기야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게 되면서 가족들은 하나둘씩 죽어나갑니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은 과거에 핵폭탄을 실험하던 곳이었고, 괴물과도 같은 생명체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태어난 돌연변이임이 밝혀집니다.

     

    <힐즈 아이즈>는 공포영화의 대가 웨스 크레이븐이 1977년에 만든 동명작을 알렉산드르 아야가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이 영화가 성공하면서 만들어진 속편은 종종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도 방영이 됩니다만, 관람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 의도와 달리 더 호기심이 생기긴 하겠네요) 특히 여자분들이 보시면 굉장히 역겨울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개봉한 <피라냐>도 알렉산드르 아야가 리메이크한 영화였군요.

     

    이 밖에도 에릭 바나가 주연하고 이안이 연출했던 <헐크>도 핵폭탄 실험과 관계가 있습니다. 주인공 브루스 배너가 어린 시절에 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핵폭탄을 개발하고 실험하던 지역에서 성장한 것으로 묘사가 됩니다. 그가 헐크로 변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도 방사능 물질의 하나인 감마선에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는 사고였습니다.

     

     

     

     

    To be continued...

     

     

     




    발없는새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꿈꾸는 어느 블로거의 세계입니다.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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