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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오스 방비엔의 아침, 여행자의 단상

    이교 이교 2011.05.20


     

     

     

     

    # 아침을 여는 딱밧(탁발)행렬

     

     

    라오스(라오)의 하루는 딱밧행렬로 시작합니다.

    경건하게 몸 낮춘 여인네들, 자기 아들뻘 될법한 스님들에게 정성스레 공양을 합니다.

     

    이내 그 손은 눈 비비고 일어난 천진난만한 동자승에게 초콜릿 등 군것질거리도 담아 보냅니다.

    시주하는 이에게는 공덕을 쌓게 해주고, 수행자는 이것 역시 수행의 하나라 인식하는,

    성(聖)과 속(俗)이 어느 하나 우위에 서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딱밧을 보고는 마을을 어슬렁거립니다.

    동네 주민인양 손 흔들어 인사합니다.

     

     "싸바이디~" (안녕하세요)

    빵 터집니다...

    "컵짜이, 폽깐마이~" (고마워요, 또 봐요~)

     

       

     

     

    숙취가 남아 있다면 쌀국수 한 잔(?) 하러 갑니다.

    일명 '프렌즈' 까페들, 하루종일 미드 프렌즈가 상영되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시원한 비어라오 하나 시켜놓고 하루종일 누워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음식이 오래 걸려도 누구하나 채근하는 이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강변 휴게소의 '밥 말리' 노래들과 함께 방비엔(왕위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숙소는 강변이 좋습니다.

    '소(小)계림'으로 불리는 방비엔의 경치를 테라스에서 편히 감상할 수 있고

    해먹에 기대어 낮잠을 청하면 세상이 내것 같습니다.

     

     

     

     

      

     

      

      

     

     

    한숨 낮잠에서 깨어 슬슬 윗마을로 향합니다.

    강 상류로 가는 방법은 가지각색입니다.

     

    튜브를 빌려서 픽업차를 타고 편하게 가도 되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신나게 달려도 됩니다.

    물론 시간이 넉넉하다면 설렁설렁  걸어가도 됩니다.

     

     

     

     

      

     

     

     

     

    강으로 향하는 길에 슬픈 역사를 가졌지만 때묻지 않은 몽족마을을 둘러 보고

    재래시장에 들러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다양한 종들과도 만나봅니다.

     

     

     

     

     

     

     

     

     

     

     

     

     

     

     

     

    해가 중천에 이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강가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목적들도 각양각색입니다.

     

    강변을 따라 흐르는 밥 말리의 노래를 배경음악삼아

    튜브에 몸을 맡겨 책 한권 탐할수도 있고

    일행들과 팀을 짜서 카약경주를 하기도 합니다.

     

    강변휴게소에서 낯선 사람들과 맥주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울려서 버켓에 담긴 술 한통  나눠 마시며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때론 흥에 겨워 어설픈 다이빙실력을 뽐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없이 따사로운 햇살에 그냥 일광욕을 즐겨도 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주어진 시간을 즐기면 그만입니다.

      

     

     

     

      

     

      

      

     

      

     

     

     

     

    석양이 물들어갈 즈음 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사원에 들를 수도 있고 동네 꼬마녀석들과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제이슨 므라즈 풍의 밀짚모자를 쓰고 앞섶을 풀어헤친 서양 녀석들과 어울려

    기타연주에 말도 안되는 가사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얼큰해지면 강 건너 섬의 파티에서 숨겨두었던 인도 춤을 보여 줍니다.

     

    음악도 다양해서 롹, 일렉트로닉, 힙합 중 원하는 곳를 택하면 됩니다.

    가끔은 황송한 비율?의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싫다면 현지 주민들과 어울려 라오라오(전통술) 한잔 걸쳐도

    소박하지만 즐거운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총 33명의 마을청년들

     

     

    방비엔은 이미 유명해진  관광지가 되었지만  마을에 일이 있으면

    이웃끼리 서로 돕는 넉넉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일 마치면  옹기종기 모여서 라오라오 한잔에 흥겨운 춤사위도 펼쳐집니다.

    라오스를 다녀오신 어르신들은 이 나라를 참 좋아하시는데 가장 큰 이유가

     사람들의  기질이 30-40년 전 우리네 모습과 참 많이 닮아서라고 하십니다.

     

     가난하지만 어려운 일 있으면 서로 돕고, 기쁜일은 자기 일처럼 좋아하던

    그 시절의 향수에 아련해지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이

    사람 사는 맛을 잊고 사는 건 아닌가 하고 말씀들을 하십니다.

    사실 라오스의  큰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 '사람들' 입니다.

     

     

     

    ******* 

      

    지금까지 다양한 방비엔의 모습들을 소개했지만

    방비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입니다.

     

    여행을 꿈꾸는 이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고자 하는 것인데,

     

    이걸 즐기지 못한 채 무엇을 봐야하나, 무엇을 먹고 마시나

    새로운 강박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비엔의 사람들은 이러한 시름을 덜어줍니다.

    누구도 뭘 사고 뭘 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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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차이나반도 사람들의 기질을 표현하는 유명한 말 중에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를 심고, 베트남 사람들은 벼를 수확하며

    라오스 사람들은 벼가 자라나는 소리를 듣고 산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부족한게 없다는 그들

    지켜보는 이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해줍니다.

     

    느리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즐기는 라오스사람들과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는 여행자들.

     

    공기마저 자유로운 방비엔에선

    뭘 먹고 뭘 해야하나 고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온전한 자유'를 만끽하면 그만입니다.

     

     

     

     

     

     

     방비엔에 대한 경험과 단상들

     

     

    * 라오스에는 희한한 외식장려정책이 존재합니다. 식당과 상점의 맥주가격엔 차이가 거의 없는데 때론 식당이 더 싸기도 합니다? 상점과 잘 협상하면 빈병을 돌려주기로 약속하고 할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식당에서 메뉴에 있는 'Happy Shake (때론 비슷한 이름으로 존재)'는 주문하면 안 됩니다. 마약왕 쿤사가 다스리던 골든 트라이앵글에 속했던 나라 답게 그 씨앗을 갈아만든 음료가 일반식당 메뉴에 엄연히 존재합니다.증언을 들어보면 구토, 환각, 심하면 유체이탈(?)까지 경험한다 합니다.

     

    * 라오스의 별미 신닷은 현지에서 '신닷 까올리'로 불립니다. 까올리는 '한국'이라는 말로 한국인들에 의한 유래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신닷은 태국의 99밧 뷔페로 불리는 무까따뷔페와도 유사합니다. 그래서 무까따뷔페 역시 한국인에 의한 유래설이 있습니다. 무까따가 더 다양하고 즐길거리가 많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좀 떨어지고 정갈함이라던지 별미소스, 맛에서는 신닷이 우세합니다.

     

    * 라오스에 대한 책들이 출간되면서 흔히 욕망이 멈추는 곳, 느림의 미학을 간직한 곳의 이미지만 생각하며 방비엔에 왔다가 서양여행자들의 자유분방한 행동에 혀를 끌끌차는 여행자들도 있습니다. 한 서양 친구가 방비엔을 '가난한 이들의 이비자' 로 표현 하던데, 2008년 NYT 선정 꼭 가봐야할 나라로 선정된 이후  정말 여행객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예전보다 좀 더 부유해긴 했지만 현지 주민들의 넉넉하고 소박한 인품은 그대로였습니다.

     

     

    이교

    유쾌하고도 진중한 여행을 꿈꾸는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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