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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매물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백패킹

    민양 민양 2019.07.05

    백패킹? 그게 뭔데?
    캠핑을 하고 싶었지만 지인들 중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없어서 늘 미뤘던 '나의 관심사'. 오랜 시간 생각만 하다가 우연히 백패킹이라는 걸 알게 됐다. 캠핑의 사전적 의미는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캠핑은 오토캠핑, 미니멀 캠핑, 백패킹, 비박 등 즐기는 방식이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나는 백패킹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달팽이처럼 등에 집의 역할을 하는 짐들을 메고선 산과 바다 할 것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백패킹에 어울리는 여행지 어디 없을까?'라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알게 된 곳이 바로 통영 매물도의 본섬인 대매물도다.

    걷기 여행에 푹 빠진 관광객들이 여름부터 가을까지 섬 바닥이 닳도록 방문한다는 곳, 통영 대매물도로 백패킹을 떠나봤다.


    99777571_(1)_27299438.jpg:: 거제항에서 매물도로 가는 여객선

    거제항에서 매물도로 이동
    통영 매물도는 외해에 속한 청정해역으로 바다낚시의 명소이다

    통영항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30여 분, 거제시 저구항에서 30여 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 시기에 따라 운항 시간이나 횟수가 달라지며 날씨라는 변수를 만나 여객선 운항이 중단될 수 있으니 미리 체크하는 것은 필수!

    대매물도는 일반적으로 매물도라고 불리며 대항 마을과 당금 마을로 나뉜다. 소매물도에 가려져 외면당했던 매물도에 예술 작품 전시, 해품길(탐방로)을 만든 이후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한다. 당금 마을에 있는 분교에는 여름부터 많은 캠퍼들이 방문해 텐트를 치고 1박 이상의 야영을 즐기고 가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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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물도로 가기 위해서 거제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선택, 여객선은 매물도(당금, 대항)을 거쳐 소매물도까지 향한다. 현재 하루에 4차례 운행되는 여객선은 대매물도까지 편도로 30분 정도, 소매물도까지는 50여 분 정도 소요된다. 매물도에서 거제항으로 돌아올 때는 편도로 60여 분 정도 소요된다. 

     ■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  ■ 

    • 거제 저구항에서 매물도/소매물도 여객선 시간ㅣ08:30, 11:00, 13:30, 15:30
    • 매물도까지 편도 30분, 소매물도까지 편도 50분, 주말/공휴일 직항 증편시 편도 40분
    • 15:30분 배편은 숙박자만 이용 가능. 단 성수기 제외
    • 주말 증편 운항시간은 매주 월요일 인터넷으로 확인가능
    • 매물도(대항, 당금) 평일 운임ㅣ편도 12,450원 / 왕복 24,000원(성인 기준)
    • 매물도(대항, 당금) 주말 및 공휴일 운임ㅣ편도 11,400원 / 왕복 10,500원(터미널 이용료 추가 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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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섬으로 향하는 동안 갈매기들이 먹이를 찾아 배로 몰려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멋진 장면을 상상하며 손에 과자를 들고 갈매기에게 살며시 내밀었는데 어머나, 수줍게 과자를 잡고 내밀었던 내 두 손가락을 순식간에 쪼며 과자를 먹고 냉큼 날아갔다.

    냉정한 갈매기 같으니라고. 나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내 손가락만 훑고 지나가다니. 그리고 생각보다 아프게 쪼았다. 그래서 그 과자는 나의 입에 양보하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99777571_(4)_70417146.jpg:: 당금마을 안내소

    피부에 닿는 바람결이 기분 좋았던 여객선에서의 시간은 단 30분. 당금 마을로 도착한 여객선을 바로 소매물도를 향했고 큰 배낭을 메고 있었던 나는 하선과 동시에 분교를 찾아 걸었다. 캠퍼들에게 잘 알려진 캠핑 명소이기도 한 매물도의 당금 마을에는 작은 분교가 있으며, 항구에서 분교까지는 5분 정도 오르막을 따라 걸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99777571_(6)_40566948.jpg:: 한산초등학교 매물도 분교 폐교 야영장.

    본래 초등학교였던 당금 마을의 작은 분교는 폐교된 지 오래됐다. 현재 야영장으로 운영 중이다. 야영장에서 캠핑하기 위해서는 1인당 1만 원의 이용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관리인을 따로 찾지 않아도 텐트를 치고 있으면 나중에 알아서 요금을 받으러 온다. 

    폐교 안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지만 협소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을 경우 이용이 불편할 수 있다. 캠핑을 다니다 보면 샤워를 할 수 있는 곳과 화장실이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해진다. 하지만 캠퍼들이 많을 경우 포기하는 편이 낫다. 온수가 나오는 건 좋지만 시설이 좋지 않고 때로는 상황에 따라 문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1박 정도는 씻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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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영장이라 모든 것이 갖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음식을 할 수 있는 취사장이나 설거지할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음식은 최소로, 설거지는 물티슈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잔디 사이트가 아니라서 텐트를 치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돌덩이처럼 딱딱하지도 않아서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했다. 이왕이면 작은 망치 등을 준비해 텐트 펙을 박으면 더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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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물도(대매물도)는 두 개의 마을로 이뤄져 있다. 당금 마을과 대항 마을로 나눠져 있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출발을 하든 길이 연결되어 있으니 섬 안에서 길을 잃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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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로 알려지고 있는 섬이니만큼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많다. 해품길이라는 탐방로를 따라 섬 한 바퀴를 도는데 약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해품길이라는 말이 참 예쁘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의미다. 해를 품은 길이라는 뜻도 될 것 같고 아무튼, 따뜻함이 풍기는 이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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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주변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카약 등 체험을 즐기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물과 관련된 레포츠이기에 추운 겨울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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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고, 너무 오랜 시간 이동을 했던 터라 몸이 지쳤다. 그래서 트레킹은 포기. 10여 분 정도 산책 후 야영장으로 돌아와 폐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서 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가 있는 곳은 신선한 여행지가 아니다. 하지만 캠핑으로 찾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이 장면, 정돈되지 않은 지붕들 너머의 바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능선. 새롭고 새롭고 또 새롭다. 제주도는 바다 너머로 능선이 보이는 장면을 마주할 수 없다. 그래서 새로웠고 국내여행의 묘미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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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부터 초가을까지 많은 캠퍼들이 찾는 폐교 야영장. 이날만큼은 고급 펜션 부럽지 않은 나만의 집이 오색찬란하게 빛내며 야영장을 지키고 있었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늦봄임에도 많은 캠퍼들이 찾는 이유는 어느 곳에 견줘도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해품길이 있고, 마음속 답답함을 잊게 해 줄 시원한 바람이 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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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쩜 날도 이렇게 잘 맞춰서 떠났는지. 환상적인 노을이 능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빠졌다. 전선을 앞에 두고 오선지를 상상하며 담아내는 노을은 감동이었고, 지나가는 배 한 척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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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가가 생각나는 이 사진 속 풍경. 많은 이들이 제주도 바다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에게 한국에서 최고로 멋진 바다는 이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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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캠핑을 하는 재미는 즐거운 대화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크게 작용하는데, 처음 만난 이들과도 *쉘터안에서 음식을 나눠 먹다 보면 금세 가까워진다.

    * 쉘터 - 비, 바람 등을 막고 볕을 가리기 위해 포장천으로 천막처럼 지어 놓은 것. 겨울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방수가 잘 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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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났는데도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한곳에 모아 만들어 먹고, 술 한잔 나누다 보면 어느새 10년 지기 부럽지 않은 사이가 된다. 물론 그 순간의 즐거움과 대화들로 분위기가 좋았던 것이라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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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날씨가 아니었다면 *타프를 치고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을 테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모두 쉘터 안으로 들어갔다. 오픈 된 공간에서 만나는 '처음 보는 캠퍼'들과 나누는 대화도 재미있는데, 날씨가 추우면 밖에 있는 것이 어려워 다른 캠퍼들과의 교류는 다음 계절로 미뤄야 한다. 

    *타프 - 천막 대신 햇빛을 가려주는 덮개. 여름에 특히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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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타고 이동하며 즐기는 오토캠핑은 많은 짐을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백패킹은 큰 배낭에 필요한 것들을 최소한으로 챙겨 떠나 산이나 계곡 등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무게의 감당은 본인이 하는 것. 캠퍼들 사이에서도 백패킹의 정의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 모두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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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 이야기꽃, 웃음꽃을 환하게 피우고 짧은 잠을 청하고 일어나니 보이는 풍경. 밤새 텐트를 괴롭히던 강한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아침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니 온 세상 평온함이 나를 감싸는 느낌. 귀찮다고 일어나서 텐트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장면이다.

    텐트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조금 불편한 일이지만, 텐트 안에서 듣는 바람 소리, 때로는 떨어지는 빗소리의 낭만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단단하게 지어진 집 혹은 숙소에서 잠을 청하는 것이 당연히 편하고 좋겠지만, 조금 고생하더라도 특별한 하루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매력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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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욕심을 내다가 19kg의 배낭을 메고 가야 했던 나의 어깨는 고생을 했지만 그만큼 값진 보상이 있었던 날이다. 선착장에서 폐교 야영장까지 오르막을 따라 걷기는 했지만 5분~10분이면 갈 수 있으니 그다지 고생스럽지도 않았고, 아침저녁으로 멋진 노을까지 볼 수 있으니 시각적인 즐거움은 덤.

    해품길을 따라 트래킹까지 했다면 매물도에서의 하루는 완벽하지 않았을까. 새로운 여행이 필요하다면 조금 불편하지만 그만큼 값진 낭만을 선사하는 캠핑의 세계로 빠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민양

    여행의 순간엔 예쁘지 않은 시간도, 기억의 순간엔 예쁜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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