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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고즈넉한 창경궁의 밤

    리즈 리즈 2011.05.20

     

     

     

     

     

    4월의 창경궁, 야간 개방 풍경

     

     

     

    지난 4월, 창경궁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답니다.

    바로 창경궁 야간 개방!

     

    놀이공원에나 있을 법한 '야간 개방'. 

    궁에선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이벤트인가요.

     

    5월까지 우리는 '봄'이라고 하지만, 눈 깜짝할 새에 더위가 올테고

    우리는 어느새 봄과 여름의 경계에 서게 되겠죠.

     

    고궁의 풍경은 그 어느 때도 아름답지만

    걷기 좋고 행복한 시간은 아마도 봄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봄의 경계에 선 창경궁 나들이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해질녘 창경궁 풍경을 그려봅니다.

       

     

     

     

     

     

     

     

     


     

    | PM 06:07   창경궁에 한 발을 디디고

     

     

    창경궁은 한 때 궁이라는 위엄을 잃고 '창경원'이란 굴욕적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는 궁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사진이 바로 명정전 사진인데요,

    국보로 지정된 이 건물은 조선의 궁 중에서도 '가장 오래 된 궁'이라고 합니다.

     

    처음 명정전에 발을 디딜 때만해도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았고,

    아스라이 석양이 지면서 삼각대를 세우고 대기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 처음엔 의아했는데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창경궁 야경의 백미는 바로 이곳이었던 거죠.

    안의 못이며 식물원을 다 돌고 왔을 때는 이미 늦었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어도 예쁜 사진 찍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만난 창경궁은 참 아기자기 살기 좋은 궁이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성종이 왕위에 있을 때 세 왕후의 거처를 위해 새로 지은 궁이기 때문이죠.

     

    명정전을 지나며 봄날의 하늘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처마 끝에 잠시 시선을 두었습니다.

    단정하면서도 높게 오른 함인정까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이 곳 '빈양문'이었습니다.

    좌우 대칭이 뚜렷한 이 문은 그 조화미도 으뜸이었지만 단단하고 우직한 느낌을 주었다고 할까요?

     

    외전과 내전을 연결하는 이 문을 나서면 북쪽으로 함인정과 경춘전, 환경전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죠.

    다른 이들에게도 이 곳이 몹시 특별해 보였던 것인지, 사람이 끊이지 않고 서있더군요.

    저도 한참을 이곳에 머물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 PM 06:59   창경궁에 땅거미가 질 무렵

     

     

     

     

     

    청사초롱에 불이 들어오고, 점점 날씨가 어둑어둑해집니다.

    특별한 곳만 개방이 되기 때문에 청사초롱으로 만들어진 길 외에는 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청사초롱이 원래는 궁중에서 왕세손이 사용하던 것이라더니 귀한 손님 오신다고 달려있는 듯 합니다.

    창경궁을 찾은 특별한 손님들은 거대한 카메라 하나씩 지고요, 삼각대도 필수로 챙기고...

    여기저기 창경궁의 모습을 담아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기사, 이 날이 창경궁의 밤과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을 감안하면 그럴만도 했지요.

    외국인도 할아버지도 어린 꼬마도 모두 최선을 다해 이 순간을 담아갔을 겁니다.

     

     

     

     

     

    왼쪽은 유리로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을 찍은 사진입니다.

    건축 당시 동양 최대의 규모였던데다 각종 희귀한 식물들로 가득해서 사랑 받았다고 하네요.

    이 때 온실 뿐만 아니라 동물원도 생기면서 '창경원'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로 인해 창경궁은 궁으로서의 권위를 상실하며 참담한 세월을 보내고,

    1980년에 서울대공원으로 관련 시설이 모두 이전되면서 겨우 지위를 되찾게 되죠.

    (아름다운 유리로 만들어진 대온실만 그대로 남겨 두었다 하네요.)

     

    오른쪽 사진은 춘당지의 야경인데요,

    춘당지는 본래 이렇게 큰 연못은 아니었답니다.

     

    원래는 백성들의 농사를 미리 보는 논이 있었는데요,

    그 논까지 모두 파고 큰 연못으로 만들어 일본식 정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남은 춘당지는 1980년에 우리 전통 기법으로 다듬은 연못)

     

     

     

     

     

    | PM 08:30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창경궁

     

     

     

     

    춘당지의 야경이 창경궁 야경 중에는 백미인지라, 사진을 한 장 더 보여드립니다.

    사실 위의 카메라는 '다이아나 미니'라는 작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 선명함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필름카메라가 주는 서정이 분명 있지 않나요? ^^

     

    어디로 여행을 가든 디카를 꼭 들고 가긴 하지만 여전히 필카를 놓을 수 없는 건,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도 많지만 의외의 풍경을 담아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풍경을 사랑할수록, 그 사람을 사랑할수록, 다정한 풍경을 잡아주거든요.

    마치 제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황사에 흐린 날씨, 그리고 일요일이었지만,

    4월의 봄날, 이곳 창경궁을 찾으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답니다.

    삼각대며 장비를 챙겨온 많은 이들이 다양한 각에서 창경궁을 온전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더군요.

     

     

     

     

     

    독특한 정방형의 포맷은 제가 가진 필카 '다이아나 미니'의 특징입니다.

    삼각대가 없었다면 이런 사진도 찍지 못했을 텐데,

    다행히 연녹색의 신비한 빛을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황사를 핑계로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사진 이야기를 했는데,

    제 필카가 이런 컷을 잡아줄 걸 진작 알았더라면, 더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일 걸 그랬나봅니다.

    디카 배터리가 금세 닳아버려 끝까지 멋진 컷을 담아내지 못했다며 마냥 아쉬워했거든요.

     

     

     

     

    | PM 10:00   돌아가는 길에서

      

     

    오랜만에 친구 녀석과의 나들이도 즐거웠고...마음을 터놓던 수다도 좋았습니다.

    오래된 공간을 걷다보면 지금까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훌훌 나오게 되더라고요.

     

     

     

     

    단단한 워커를 신은 저와 소담하게 검은 꽃이 핀 플랫을 신은 친구.

    오랜만에 궁에서 친구와 정말 즐거운 나들이를 하고 돌아왔네요.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면서

    서울에는 다닐 곳도 나들이 할 곳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설렘과 기대를 가득 담아 오늘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 할까 합니다.

     

     

     

     

    | 창경궁 정보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와룡동 2-1

    문의 : 02-762-4668

    입장권 : 4대궁 및 종묘 통합 관람권 (전체 10,000원 - 1개월 이내)

    공식 웹페이지 : http://cgg.cha.go.kr

    야간 개장 기간 : 2011. 4. 26 ~ 2011. 5. 1

     

    리즈

    보고, 듣고, 마시고, 먹고, 읽고, 느끼는 수동적인 즐거움을 몹시도 즐깁니다. 수동적인 즐거움을 만나기 위한 능동적인 그 어떤 행위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여행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만난 그 수동적인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시죠..ㅎㅎ--------------------개인 Blog : http://blog.naver.com/godfk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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