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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관성 무기력증 치료제, 규슈 여행 처방전

    서키씨 서키씨 2019.07.02

    신없던 한 학기를 마친 대학생에게, 또는 과중 업무에 시달리는 사회 초년생에게, 그것도 아니면 그저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비행기로 고작 1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해외여행지이자 스위스 뺨치는 자연경관에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갖춘 곳, 바로 일본 규슈다. 

    부담 없는 경비에 최고의 힐링을 누릴 수 있는 규슈가 있는데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 규슈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힐링 방법을 공유한다. 단, 여기서만큼은 모든 걱정과 짐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며 즐길 것을 약속하자.


    #1 . 유후다케 등산로
    초록 들판에서 피크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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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 여행 중 가장 감명받은 곳은 단연 유후다케 등산로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 들판과 우뚝 솟은 산, 몽글한 구름이 뜬 파란 하늘은 마치 내가 윈도우 화면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광활한 자연 속에 들어가 나만의 자리를 골라 돗자리를 펼쳐보자. 그리고 그 위에 드러누워 독서를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면 이 세상 행복이 아닐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침대가 생긴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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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필자는 새하얀 롱 드레스를 입고 초원 위를 뛰어다녔다. 아무도 없는 초원 위를 홀로 뛰어다니니 왠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치맛자락이 마음을 간지럽히는 듯,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린다. 

    사랑하는 이와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나만 바라보는 반려견과 같이 이 넓은 들판을 뛰어다녀도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있다면 공 하나를 들고 와서 공을 뻥뻥 차고, 들판 위를 뒹굴며 이곳을 만끽해도 좋을 것 같다. 

     

    #2. 가구라 호수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산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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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보랏빛 라벤더 소프트콘을 음미하며 대나무 숲길을 걷는다. 달콤한 맛에 취해 휘적휘적 걷다 보면 어느새 화사하게 핀 수국들이 날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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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얗고 파랗고, 연하고. 아무튼 푸르고 예쁜 수국 밭이다. 푸른 수국 밭 너머로 나무 빽빽한 동산이 걸쳐 있다. 마치 수채화 작품을 보는 듯 이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었다가, 나도 모르게 꽃밭으로 들어가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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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 밭을 지나면 호수 위 좁은 다리가 나온다. 현장학습 나온 초등학생 아이들이 줄지어 지나가며 외치는 “곤니치와" 인사에 활짝 핀 수국처럼 내 입가에도 미소가 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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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국을 구경하고 나무를 바라보며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정자로 향한다. 그냥 걸어도 좋지만 좋아하는 이어폰을 꺼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걸어보자. 바람에 살랑이는 풀들과 호수의 파장들, 통통 거리며 걷는 발걸음이 음악과 함께 리드미컬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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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을 쭉 따라 가다보면 기품있는 자태의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에 마련된 나무 밴치에는 서로의 손을 꼭 쥔 노부부가 앉아있었다.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광경에 마음이 따듯해졌다. 

    유후다케에서 마주 했던 자연의 웅장함과는 달리 가구라 호수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설레임이 참 좋다. 아무 생각없이 거닐다 보면 금새 많은 곡이 지나가 있음에 놀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과 세상의 소리에 스트레스 받는 요즘이라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내 발길이 닿는데로 가루라 호수를 거닐어보자.

     

    #3. 오호리 공원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의 여유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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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리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여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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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호수 주위를 둘러싼 정돈된 길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나무와 벤치. 이곳에서 열심히 조깅을 하는 사람들,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할아버지,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까지 오호리 공원을 즐기는 법은 모두 제각기였다.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과 산책하는 아저씨도 있었다. 5년간 이곳에 살았는데 모터가 달린 물건을 공원에 반입했다는 이유로 방금 경찰에 잡혀갈뻔했다며 투덜거리는 모습이 실소를 자아냈다. 공원을 거닐며 주민들과 한두 마디 나누는 것도 소소한 재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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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리 공원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가운데 좁은 길 하나를 두고 호수를 마주 보고 있다. 카페 안 좌석들은 밖의 호수를 감상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끝내주는 전망을 노트북 뒤의 배경으로 업무에 집중한 사람도 있었고 여느 카페와 다름없이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카페에 자리를 잡으면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봤다. 그런데 오호리 공원의 스타벅스에서는 왜 인지 휴대폰이 보기 싫었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바깥 풍경이 있어서일까.

     

    #4. 이토시마 소금공방
    바다 감상하며 푸딩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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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 공방 돗탄의 첫인상은 딱 한적한 제주도였다. 적당한 크기의 나무 건축물과 소금 공방 그리고 크게 가공되지 않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이곳에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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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허전함과 한적함이 좋았다. 그리고 전부인 것들은 그들만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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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명물이라는 소금 푸딩과 캐러멜 푸딩을 하나씩 구매해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았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웠고 제염소에서 나는 물소리는 내 귀를 하염없이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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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딩을 한 입 맛봤을 때, 내가 지금까지 먹은 푸딩은 대체 뭐였을까 싶을 정도로 맛에 놀라 멍해졌었다. 소금 푸딩 한 입과 캐러멜 푸딩 한 입을 반복하며 달고 짭짤함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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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딩을 다 먹었을 때쯤 나무 건축물 2층에 올라가 바람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오르내릴 때 계단이 무척 가파르니 조심 또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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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토시마 해변
    길이 남을 인생사진을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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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서 인생 사진이 빠질 수 없지 않나? 포토존으로 유명한 부부바위를 지나 이토시마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독특한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그네를 비롯해 바다를 향해 뻗은 나무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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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향해 뻗었다고 해야 할까, 누웠다고 해야 할까? 묘하게 생긴 이 나무 구조물은 좋은 인증 사진 포인트가 된다. 중심을 잘 잡고 나무 위에 올라앉아 찍으면 독특한 인증 사진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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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즐겼던 순간보다 일상에 돌아와 사진으로 마주 했을 때에 여행의 좋았던 기억이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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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중 힘들었던 것들은 잊어버린 채 사진 속의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전부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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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서의 추억, 그때의 감정을 불러일으켜주는 사진을 이곳에서 담아 가자. 해변과 어울리는 색상의 롱 드레스를 입고 가길 추천한다.

     

    #6. 런던버스 카페
    독특한 카페에서 젤라또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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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시마 해변 근처에는 빨간색 런던 버스를 닮은 '런던 버스 카페'가 있다. 눈에 띄는 색상이기 때문에 차를 타고 지나가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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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타치오 맛과 딸기맛 젤라또를 주문했다. 버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을 때쯤 주문한 젤라또가 나왔다.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아이스크림에 반해  맛은 또 어떨까 궁금해하며 런던버스 2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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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안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전망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파스텔 색감의 바다가 현실인지 그림인지 헷갈려 한참을 쳐다봤다. 정신을 차렸을 때쯤 젤라또 표면이 녹아 흘러내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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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바다에 감동받으며 젤라또를 입안에 넣는 순간, 너무나도 황홀했다. 다행히 우리 말고 다른 손님이 없어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놀 수 있었는데 마치 외국에 내 아지트가 생긴 기분이었다.


    Epilogue

    요즘 일상에 치이며 정작 '나'라는 사람에게는 집중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규슈로 떠나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 감정에 신경을 쏟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니깐."

    서키씨

    낯선 도시 속에 스며들어 자유로움을 풍기는 인물 여행 사진으로 사람들의 여행 감성을 자극시키고 싶은 에디터 '서키씨'입니다. 개성있는 사진과 숨김없고 솔직한 이야기로 매력있는 여행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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