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을 찾아서!
뉴질랜드 남섬 롭로이(Rob Roy) 트레킹
드넓은 초원과 깨끗한 자연 속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동물들. 뉴질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뉴질랜드 남섬에서는 조금 더 많은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빙하와 만년설을 눈앞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소개합니다.
남섬에서 가장 쉽고 아름답게 만년설과 빙하를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어스파이어링산의 롭로이 트레킹입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테카포, 푸카키 호수를 만끽하고 퀸즈타운으로 향하는 길에 와나카(Wanaka)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가게 됩니다. 이곳 와나카에서 태어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숙소 주인을 만난 덕에, 잊을 수 없는 롭로이 트레킹을 접하게 됩니다.
해발 고도는 730m 정도로 우리나라 북한산, 지리산 등을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높이입니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아 초등학생 이상의 어린이, 청소년들도 함께 동반할 수 있습니다. 꼭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준비하지 않아도 등반이 가능하지만, 정상 부근의 가파른 산세는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3~4시간의 트레킹 소요시간을 고려하여 충분한 물과 간식을 준비하면 더욱 좋습니다.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을 향하여!
구글 맵 또는 네비게이션에 Mt. Aspiring National Park 주차장을 찍고 가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와나카에서 마투키투키 계곡을 따라 1시간가량 운전하며 꽤 오랜 시간 거친 비포장도로를 달리게 됩니다. 세단 차량들도 큰 무리가 되진 않지만, 깊은 물웅덩이나 거친 비포장도로에는 SUV 차량이 조금 더 수월합니다. 트레킹 자체도 아름답지만, 트랙이 있는 국립공원까지 찾아가는 길도 매우 아름다우니 충분히 시간 여유를 두고 다녀오시길 추천합니다.
흔히 뉴질랜드 여행에서는 구글 맵에 찍히는 이동시간보다 1시간~1시간 반 정도 더 걸릴 것으로 계산하라고 합니다. 틈틈이 차를 세우게 만드는 아름다운 풍경들 때문에 자꾸 일정이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트레킹의 시작!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국립공원과 롭로이 트레킹에 대한 안내 표지판을 만나게 됩니다. 소요 시간, 계절별 주의사항과 같은 필수 사항과 더불어, 공원 내에서 마주치게 되는 동식물 정보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으니 꼭 숙지하고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롭로이 트레킹은 왕복 3~4시간 소요되는 10km 거리의 트레킹입니다. 짧은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변하는 풍경들을 목격할 수 있는 알파인 트레킹이며, 정상 부근에서는 뉴질랜드 앵무새 케아(Kea) 새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간혹 산악용 자전거로 산행을 즐기는 뉴질랜드 가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평범한 일상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어린 시절의 좋은 경험들이 쌓여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자산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입출구가 같은 형태의 트레킹이다 보니 3~4시간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현지인들과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그저 무심히 지나치기보다는 가볍게 인사말을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10월의 뉴질랜드는 꽁꽁 얼었던 겨울의 한기가 녹는 시기입니다.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계곡을 가득 채우고, 산을 오르는 트레킹 구간에도 곳곳에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해빙기에는 특히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초봄의 문을 두드리는 계절이라도 한낮에 산을 오르다보면 꽤 강한 햇볕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를 대비해 선글라스, 선크림, 넉넉한 생수, 가벼운 보충용 간식 등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만년설을 만날 수 있는 Upper Lookout
줄곧 들리는 케아 새소리에 무념무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Lookout)에 도착합니다. 간혹 Lower Lookout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하는 분들이 계신데, 조금 더 가파른 경사지만 30분 정도 더 오르면 Upper Lookout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꼭 조금만 더 힘내셔서 만년설과 빙하가 선사하는 장관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Lookout 표지판을 지나면, 먼 시야에 반짝이는 만년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닿을 듯하면서도 30분가량 더 발걸음을 옮겨야 하며, 전보다 더 가파른 경사에 미끄러지는 일이 종종 있으니 끝까지 주의를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마침내 도착한 정상에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할 일만 남아 있습니다. 롭로이 트레킹에서 볼 수 있는 빙하들은 20,000년 전 빙하기 시절부터 이어져온 얼음들입니다.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전보다 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뉴질랜드 내에서 손꼽히는 빙하 면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몇 시간 푸르른 숲길을 걷고 나서 눈 앞에 펼쳐진 만년설을 마주하면, 광대한 규모와 비현실적인 풍경에 한동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이 뉴질랜드에서만 겪을 수 있는 귀중한 경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도착한 정상에서 빙하를 앞에 두고, 한숨 돌리며 여유롭게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먹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수분 보충할 수 있는 과일, 샌드위치를 많이 준비해옵니다. 쓰레기통이 비치되어 있지 않으니 먹은 후 껍질, 쓰레기는 꼭 챙겨 가시길 바랍니다. 정상에 도착했으니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기보단, 잠시 느긋히 누워 풍경을 오롯이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만년설과 빙하를 만끽하고 나서는 올라갔던 길과 같은 길을 통해 돌아오게 됩니다. 같은 길이지만 오를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르는 길보다 내려오는 길에 부상당하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다소 지친 몸을 고려하여 충분히 여유를 갖고, 돌아오는 길도 즐기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액티비티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퀸즈타운에 이어 험준한 산들과 호수를 마주한 와나카 Wanaka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와나카 마을에 1박 일정을 넣으신다면 꼭 근처 롭로이 트레킹도 함께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볼 것이 많아 생각보다 마음이 급해지는 남섬 일정 중에서도 뉴질랜드가 갖고 있는 진정한 대자연의 모습이 바쁜 마음을 달래줄 것입니다. 한 자리에서 2만년 동안 당신을 기다려온 자연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들을 의미있게 담아두고 싶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