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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스타(Siesta) - 남미가 잠드는 시간

    juan park juan park 2011.05.31



     

    시에스타 (Siesta), 남미가 잠드는 시간

     




     

    사진 출처 : Flickr  © Jose Luis Alcala2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우루과이,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베네주엘라...

     

    여러분은 위에 열거한 나라들의 공통점을 알고 계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모두 남미에 위치해 있으면서,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지금도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래 전에 독립했고, 한때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는 동일한 역사적 배경 외엔, 서로 그리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들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들 국가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된 풍습이 있으니, 그건 바로 시에스타(Siesta)입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낮에 모든  일을 멈추고 '달콤한 낮잠'을 자는 풍습이 아직 이들 국가에 공통적으로 잔존하고 있는 것이죠.




    '근데 뭐, 시에스타가 그렇게 중요한가?'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네요. 하지만 남미를 여행하면서 시에스타 때문에 할 일 없이 거리를 배회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들의 풍습을 '그까짓거~!'로 치부할 수 없다는 데 100% 동의하실 겁니다.


    대개 정오부터 오후 4시~5시까지 낮잠을 즐기는 시에스타 풍습을 모르고 남미 여행을 떠났다가는, 하루를 아예 버리고마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시에스타로 인해 대부분 가게가 두세 시간 씩 문을 닫는데, 특히 점심 식사 직후인 오후 1~2시 사이엔 전국민이 낮잠을 잡니다. 이때문에 이들 국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오후엔 상점이나 은행을 이용하는 것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지경이죠.


    자~ 그러니 오늘은 저와 함께, 남미의 '시에스타' 풍습에 대해 알아보시죠! 하루를 망치는 낭패도 피하고,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사는 이들의 모습도 엿보고,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네요! 특히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른 문화를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





     


     

    사진 출처 : Flickr  © Time Share




    먼저 '시에스타'란 말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학계에선 '제6시'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라틴어 ‘섹스타’에서 유래한 이 말은 '해가 뜨고 부터 여섯번째 시간'을 뜻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고대 국가의 시간 개념 가운데 '제6시'는 정오에서부터 오후 3시까지가 해당됩니다.


    지금도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에서는 '제6시'를 가리켜 'Sexta hora (섹스타 오라)' 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그 섹스타에서 스페인어 '시에스타(Siesta)'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에스타를 즐기고 있는 스페인 시민 from Google Image




    그 유래야 어찌됐든, 시에스타 때문에 낭패를 본 관광객들은 남미 사람들의 낮잠 자는 풍습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곤 합니다. "쓸 데 없는 시간 낭비"라는 혹평에서부터 "게으르고 가난한 민족의 습관"이라는 격한 비하 발언까지 들어봤네요.


    하지만 과연 이들이 게으르고 무지하기 때문에 낮잠을 즐기는 것일까요? 글쎄요, 저는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봅니다. 남미 대륙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나게 덥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그들의 시에스타 문화는 그저 환경에 적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풍요로웠던 스페인의 귀족문화도 영향을 미쳤겠죠. 경제적으로 크게 번성했던 스페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기를 즐기는 편인데, 그 때문인지 스페인은 밤 문화가 꽤 발달한 편입니다. 새벽까지 파티를 즐기는 귀족들도 많았고, 점심 직전에 일어나 식사를 한 후 전날 밤 파티로 인한 피로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낮잠을 잤던 이들도 많았는데, 바로 이런 생활 패턴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이죠.


    그러나 같은 남미 국가라고 해서 모두 시에스타 문화를 공유하는 건 아닙니다. 브라질의 경우 시에스타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런 걸 보면 꼭 남미의 민족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시에스타를 버리지 못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억측'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Flickr © German Gatica





    오히려 시에스타는 건강한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데에도 굉장히 좋다고 합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른해지는 시간대에 잠시 눈을 붙이면, 더욱 생기 넘치는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된다고 하네요. 의학계에서도 바로 그 점에 주목하면서, 식후 15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요.


    다만 낮잠 자는 시간을 두고는 말들이 많은데요, 어떤 사람들은 시에스타가 '12시부터 5시까지'라고 하니까, 남미 사람들이 무려 4~5시간을 내리 잔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보통 이들의 실제 수면 시간은 30분 안 쪽이고, 나머지 시간은 점심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데 쓰게 됩니다. 물론, 중간에 오래 쉬는 만큼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는 고달픈 상황도 벌어지게 되겠죠?







     

    사진 출처 : Flickr  © cosmovision




    또한 스페인 학자들은 시에스타를 크게 4가지로 구분하는데, 5분짜리/ 15분짜리/ 30분짜리/ 그리고 1시간 이상 수면으로 나누곤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개 5분 짜리나 1시간 이상의 시에스타는 권하지 않습니다. 너무 적게 자거나 너무 오래 자도, 결국 문제가 된다는 얘기겠죠.


    이는 곧 15분~30분이 가장 적당한 수면 길이란 이야긴데, 덧붙여 의사들은 침대보다는 소파, 혹은 해먹에서 시에스타를 취하라고 권합니다. 침대처럼 너무 편안한 곳에 오래 누워 있으면, 몸이 축축 늘어질 수 있기 때문이겠죠~


    물론 시에스타의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남미 국가에서 시에스타 풍습을 없애고 있거든요. 24시간 영업을 계속하는 편의점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요.


     

     

     



    하지만 '남미의 중심'이라는 이곳 아르헨티나 이과수 지역에서는 아직도 시에스타를 즐깁니다. 저 또한 남미가 잠드는 시간에 맞춰 여유롭게 시에스타를 즐기고 있고요.


    여러분도 혹시나 이 지역으로 여행을 오시게 된다면, 꼭 시에스타를 염두에 두고 스케줄을 짜보시길 바랍니다. 아니, 꼭 스케줄대로 움직일 필요도 없겠죠! 계획 따윈 잠시 잊고, 삶의 풍요와 여유로움이 가득한 이곳 남미에서, 로컬 피플과 함께 시에스타의 자유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요? ^^


    덧붙여, 여행 중간에 시에스타를 취하는 남미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면, '게으르고 가난한 민족의 풍습'이라고 너무 흉보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그저 그네들의 문화를, 너그러운 여행자의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오픈 마인드 겟어바웃 독자 분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



    juan park

    남미의 심장부, 이과수 폭포가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이과수를 둘러싼 삼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에 관한 문화와 여행 및 풍습에 대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말하는 http://latinamericastory.com 을 운영하고 있구요. 따로 이과수 지역 여행과 상업 업소들을 소개하는 http://www.infoiguassu.com 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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