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낭만 베니스] 제12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관람기

    상아 상아 2011.06.15

     

     

    미술 비엔날레 얘기는 들어봤지만 건축 비엔날레와

    해를 번갈아가며 열리는 줄은 베니스에 가서야 알았다.

     

     

     

     

     

     

    주저했다.

     

    '건축'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20유로나 하는 만만치 않은 입장료를 내야할까? 

     

    그러나 직접 가보니 본전 생각은 전혀 안 들고

    이 구경을 다 하는 것이 황송할 따름.

     

    10시부터 6시까지, 앉아서 잠깐 쉬는 것도 아까울만큼

    시간을 빼곡히 보내면서 구경했다.

     

     

     

     

    2010년 제12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의 제목은,

     

    사람들이 건축에서 만나다

    People Meet in Architecture

     

     

     


     

     

     

    56개국에서 참여하고 주제관에 43개 작이 전시되었다.

    비엔날레 총 감독 세지마 카즈오가 생각하는 건축은

    사람과 공간, 행위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도구라고 했다.

     





     

     

     

     

    구름 속 경치

    Cloudscapes, Transsolar & Tetsuo Kondo Architects

     

     

    주제관의 전시는 미술 비엔날레로 잘못 알고 들어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주제를 색다르게 표현한 것이 많았다.

     

    이런 것도 건축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지만

    그만큼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여러 곳에서 목격한 셈이다. 

     

    ‘구름’조차 건축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4.3m 높이의 구조물을 오르면서 구름의 아래위를 두루 경험하게 해 주었다.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한 건축가들의 영상 인터뷰만으로 채워진 공간도 있었다.

    관람객들은 각각의 인터뷰가 담긴 모니터들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다가,

    관심을 끌었던 전시의 주인공과 마주치면 자리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귀를 기울였다.

      

    전시의 일부로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말 그대로 People Meet in Architecture.

     

     


    주제관이 있는 아르세날레에서 자르디니로 자리를 옮기면

    국가관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비어있는 네덜란드, 건축이 아이디어를 만나는 곳

    Vacant NL, Where Architecture Meets Ideas

     

     

    상상력이 단연 돋보인 네덜란드 관은 모든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954년에 지어진 베니스비엔날레 네덜란드 국가관은

    매 해 3개월의 전시기간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39년 이상 방치되었다고 한다.

     

    전시는 이처럼 비어있는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저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 시점이 달라지는 순간,

    좀 전까지 아무 것도 아니었던 빈 공간이 놀라운 모습을 감추고 있었음을 알아채게 된다.

    발랄한 반전을 통해, 숨겨진 가치를 활용하자는 제안을 누구나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전공자가 아닌 내 눈은

    일본관의 스파이 홀 Spy hall처럼

    메시지 전달방법이 독특한 것들을 주목했다.

     

    공중에 뜬 건물 아래 구멍을 뚫어 두어서

    내용이 궁금하면 그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수고가 필요했다.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기기엔 효과 만점.

     

     

     

     


     


    사실 일반 관람객에게 아무리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건축’이라는 말의 무게를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입장을 망설이고 있을 때

    한 건축학도가  조언했던 내용이 큰 힘이 되었다.

     

    “의미를 너무 되새긴다기 보다

    ‘공간을 체험한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건축의 예술성을 부각시키고 복잡한 철학을 끌어와서 머리 아프게 하는 전시가 아니라,

     

    건축. 도시 전반에 대해서 나라별로 큰 주제 아래

     전공/비전공자를 모두 대상으로 진행되는 전시니까요.”

     

      

     

    실제로 내가 느낀 것이 꼭 그렇다.

    가벼운 마음으로 거닐며 세계 곳곳에서 보내온

    독특한 시선을 마주본 하루는 더없이 즐거웠다.

     


    2년마다 한 번씩 미술전과 건축전을 번갈아 여는

    베니스 비엔날레 정보는 www.labiennale.org에서 한꺼번에 찾아볼 수 있고

     올해는 지난 6월 4일에 미술전이 개막되었다.

     

     

    2012년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관람을 목표로

    당장 적금이라도 들어두면 어떨까.



    상아

    다국적 영화를 홍보하면서 스크린을 통해 사막의 유목민부터 얼음땅 이누잇의 삶까지 들여다 보았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프로모션 파트너로 만났던 캐나다 알버타 관광청으로 자리를 옮겨 일했고, 지난해 여행 권하는 사람에서 여행자로 변신했다. 한 달 간 베니스에 머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베니스 한 달 살기' 를 출간했다.

    같이 보기 좋은 글

    서유럽의 인기글

    상아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