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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물관이 살아있다! 뉴욕 박물관, 미술관 3선

    김빅토 김빅토 2019.08.22

    여행자는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존재란다

    22살부터 시작된 역마살 인생 중 8할은 ‘혼여’가 차지한다.  출장, 휴가, 워크숍,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목적 아래 세계 구석구석으로 나 홀로 여행을 떠났다. 지인들은 혼자 여행을 가서 대체 뭘 하냐고 묻는다. 별반 다르지 않다. 똑같이 랜드마크를 훑고 맛집이나 유명 카페를 가고 밤에는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음주 가무를 즐긴다. 여행기자/작가/에디터의 삶에서 여행과 일상의 경계는 희미하지만, 낯섦과 익숙함의 공존은 여전히 즐겁다.


    2016년 9월, 인천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졸업 후 들어간 회사에서 성실히(라고 쓰고 어쩌다 보니) 10년을 근무한 끝에 한 달이라는 꿈같은 휴가가 주어졌다. 10년간 한 우물을 판 결과, 나는 아주 소소한 명성과 제법 쓸만한 카드 한도를 얻었지만(착각하지 말라, 현금이 아니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살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삼 주에 한 번씩 병원 신세를 지는 약골이 돼 있었다.

    무조건 쉬고 싶다는 마음과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이 충돌했다. 고민 끝에 여행 중 반은 익숙한 도시에서 요양하고, 나머지 반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곳에서 부딪치기로 했다. 전철역 이름까지 전부 외우는 방콕이 고향이라면, 가보지 못했고 현실감 없었던 뉴욕은 도전을 위한 도시였다. 한 달의 반이 지나고, 어느덧 뉴욕 JFK 공항에 뚝 하고 떨어진 날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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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을 나오자마자 택시 기사들이 호객 행위를 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각종 언어로 인사를 건넨다. 미안, 난 버스를 탈 거란다. 참고로 뉴욕은 택시비에도 팁이 붙는다. 계산 잘 하자. 기사랑 어색해지지 말고.

    뉴욕에서 보름을 책임져 준 팬실베니아 호텔(Hotel Pennsylvania)은 여러모로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호텔이었다. 도보 1분 거리에 지하철역이 존재하고 공항 셔틀버스도 근처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메이시스 백화점, 타임스 스퀘어, 센트럴파크, 브로드웨이 거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주요 스폿은 대부분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물론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뉴욕에서 20만 원 대 초중반이라는 착한 방 값이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그냥 잠자고 짐 보관하는 장소로써는 나쁘지 않았다. (호텔 수준이나 객실 내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나만 당할 수는 없다.)

     Info.  팬실베니아 호텔 Hotel Pennsylvania

    • 주소 401 7th Avenue 33rd Street, New York, USA
    • 객실료 평일 기준 1박 20만 선
    • 홈페이지 https://www.hotelpenn.com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너무 많은 뉴욕에서 가장 먼저 달성한 버킷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배경지식은 약하지만, 오래된 그림이나 유물 앞에서 차분해지는 스스로가 좋았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를 떠올리고, 앞서 살아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상상은 충전을 위한 방법 중 단연 최고였다. 여행은 비우는 동시에 채우는 일이다. 혼자서 미술관에 종일 앉아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내게는 그런 자유가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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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천천히 걷는 사람은 전부 관광객이다. 진짜 로컬은 늘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휘젓는다. 그들에게는 거리를 보고 사진 한 장을 찍을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현지인처럼 여행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1. 뉴욕 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모마(MOMA)’. 트렌드와 담쌓은 우리 엄마도 들어봤다는 맨해튼 53번가에 자리하고 계신다. 1929년 미국 전역에 근대 예술 보급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전체 6층 규모로 디자인, 드로잉, 회화, 조각, 사진, 일러스트 등 약 15만 점에 달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상설 전시와 특별 전시를 병행한다. 그나마 친숙한 앤디 워홀, 반 고흐, 고갱, 모네, 피카소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친숙하지는 않지만 위대한 작품이 고루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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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외에도 1층 조각 정원, 관련 서적과 포스터 등을 갖춘 뮤지엄 스토어(Museum Store), 카페,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도 풍성하다. 투명한 유리창에 비치는 녹색 정원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고 작품 관람 중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도 색다르다.

    MOMA는 성탄절과 추수감사절을 제외한 모든 날에 문을 연다. 이미 알려져 있지만,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당연히 가난한 여행자와 학생들로 북적인다. 가격 보다 여유 있는 관람을 희망한다면, 사실은 이 시간대를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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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이나 조각 외에도 사진, 잡지, 각종 제작물까지 뉴욕현대미술관의 전시 품목은 다양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아무래도 그림과 간략한 설명 만으로는 이해가 힘들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 충족은 오디오 가이드 대여를 통해서 해결하자. 무거운 게 싫다면 애플리케이션(MOMA Audio)을 핸드폰에 다운로드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단 영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친밀감이 필요하다.   

    처음 MOMA를 찾았을 때, “지구상에서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라는 거창한 질문을 품었다. 미술관은 명쾌한 답 대신 그저 느낌 가는 대로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라고 했다. 알고 보니 일부러 비싼 옷을 챙겨 입고 하이힐까지 신으며 특별함을 외치고 있는 사람은 부끄럽게도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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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 밖에서 그림을 그리는 길거리 화가를 만났다. 미술관과 어울리는 풍경이다. 사실은 잘생겨서 찍었다.

     Info.  뉴욕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 주소  11 W. 53 St.
    • 전화 +1 212 708 9400
    • 영업 주중 10:00-17:30, 금요일 10:00-20:00, 주말 10:00-17:30
    • 홈페이지 moma.org

     

     


    2. 자연사 박물관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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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실제 배경으로 알려진 자연사 박물관.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레리(벤 스틸러)가 밤마다 살아나는 각종 공룡, 동물, 조류, 원시인들과 무식하게 치고받다가 결국은 힘 모아 악당들을 무찌르고 행복해지는 그 장소다. 누가 봐도 방학용 가족 무비의 전형이지만, 배경이 여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연사 박물관의 입장료는 성인 1인 기준 23달러, 한화로 치면 약 2만 7천원 수준이다. 아직 기부 입장이 가능해 본인이 원하는 만큼 금액을 지불할 수 있지만 요사이 미국을 생각하면 기부 입장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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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입구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공룡 뼈 모양은 박물관의 시그니처. 실제 공룡을 마주하니 압도적인 크기에 웃음부터 새어 나온다.

    1869년 세워진 자연사 박물관의 전체 면적은 무려 9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생물학, 생태학, 동물학, 지질학, 천문학, 인류학까지 320만 개 이상의 표본을 갖췄으나 그중 전시하는 작품 수는 0.02%에 불과하다고. 도대체 뭘 얼마나 숨겨놨을지 상상이 안 간다. 길이가 60cm에 이르는 옥(玉), 8000만 년 된 암모나이트 화석까지 100년, 200년짜리 보물은 여기서는 명함도 꺼내지 못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인기 스폿은 4층에 자리한 공룡 전시관. 영화 탓도 있지만 가장 역동적이고 생생한 전시를 오감으로 만족할 수 있다. 연대기에 따라 각 시대를 책임졌던 다양한 공룡을 전시하고 공룡 뼈와 화석은 직접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족 방문객 그중에서도 남자아이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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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새롭게 생긴 로즈 센터(Rose Center)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를 한 번에 훑고 미래까지 엿보게 하려는 박물관의 전략이 새삼 흥미롭다. 우주의 생성부터 여러 가지 변화와 태양계 행성에 대한 설명이 크고 작은 모형과 함께 전시된다. 천체투영관의 구형과 유리로 만들어진 이색 조형물도 잊지 말자. 여기가 바로 인증샷 포인트다.

     Info.  자연사 박물관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 주소 Central Park West (at 79th St.)
    • 전화 +1 212 769 5100
    • 영업 시간 주중 10:00-17:45 , 주말 10:00-17:45
    • 홈페이지 http://www.amnh.org

     

     


    3.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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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보면, 단연 유럽이다. 아치형 창문과 높은 천장, 위아래를 연결하는 둥근 기둥은 사실 북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건축 양식이다. 언뜻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연상되는 이곳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이자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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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0년 설립된 메트로폴리탄은 2017년 기준 약 375,000점의 작품을 보유하는데 그 면면이 화려하다. 이집트 미술, 그리스 미술, 중세 미술, 유럽 및 미국 회화와 조각은 물론 극동 시대의 공예품과 생필품, 심지어는 선사시대 무기와 갑옷까지 구비했다. 현대적 유품 몇 개와 동식물만 살짝 집어넣으면 21세기 판 ‘노아의 방주’가 여기라는 생각이 든다.

     

     

    메트로 폴리탄 입장료는 성인 1인 25달러(한화 약 2만9천원), 학생은 12달러(약 1만4천원)다. 원래는 기부 입장이 가능했지만, 1달러 입장이 성행하면서 제도를 손봤다. (사람들은 1달러의 저주라고 부른다.) 현재는 뉴욕주 거주자 및 코네티컷, 뉴저지주 학생만 기부 입장이 가능하다. 오디오 가이드는 90분 기준으로 7달러(약 8천원)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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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을 구매하면 3일간 박물관 재 입장이 가능한데, 이유는 압도적인 규모에 있다. 워낙 전시품이 많고 구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제대로 박물관을 살피려면 최소 3일에서 4일이 소요된다. 여행자의 경우 이만큼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꼭 보고 싶은 전시관 위주로 동선을 짜는 것이 필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시는 1층 이집트 관에 마련된 덴두르 신전(Temple of Dendure). 기원전 15세기에 건립된 덴두르 신전은 이집트 정부가 미국 정부의 누비아 유적 보호 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기증했으며 대문, 전실, 공물실, 성소 등 신전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벽에 새겨져 있는 벽화와 균형미를 갖춘 기둥, 정교한 조각까지 4,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대 이집트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기쁨은 상상을 초월한다

     

     Info.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주소 1000 Fifth Ave. (at 82nd St.)
    • 전화  +1 212 731 1498
    • 영업 주중 10:00-17:30. 금요일 10:00~21:00, 토요일 10:00~21:00, 일요일 10:00-17:30
    • 홈페이지 http://www.met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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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꼭 방문해야 할 랜드마크, 관광지, 박물관 및 미술관, 어틀렉션 등을 평균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종합할인권. 시티패스, 익스플로 패스 등 종류가 다양하며 국내 여행사 및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전에 구매 가능하다.

    김빅토

    <여행 좀 다니고 글 좀 쓰는 언니> 여행업계 전문기자-프리랜서 작가 - 여행 컨텐츠 에디터 등을 거치며 열심히 먹고 사는 30대 중반 여자 사람. 혼자 먹어도 2인분, 탕이나 국은 특자를 시켜야 만족하는 욕심쟁이. 오늘 여행 안 가도 내일 집 못산다가 신조. 잠은 죽어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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