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페낭, 100년 전 헤르만 헤세의 여정을 따라서

    이교 이교 2011.06.25


     

     

    "심장이 느긋하게 뛰는 사람만이 앉아서 쉴 수 있으리라.

    그러나 방랑자는 번번이 기대가 빗나가도 여행의 수고와 고난을 견뎌낸다.

    방랑의 온갖 고통스러움이 고향의 계곡에서 평화를 찾는 것보다 더 편안할지니"

     

     

    헤르만 헤세가 쓴 '인도여행'  첫 부분에 등장하는 시 구절이다.

    몇해 전 인도여행을 앞두고 제목에 이끌려 이 책에 낚였었다.

    제목만 그랬지 실은 인도여행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그는 페낭과 말레이반도, 수마트라로 목적지를 돌렸고,  

    담담하게 식민지 현실을 수필, 편지, 시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려냈다.

     

    정확히 100년 전의 일이다.

     

     

     


      

     

      

          

     

      

      

     

     

    고풍스러운 유럽풍의 건물과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거리들,

    그리고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무심한 듯 보내는 그네들의 일상까지.

     

    페낭의 인상은  헤세가 냉담하게 묘사했던 

    그 당시 풍경을 박제해 놓은 듯  닮아 있었다.

     

    그리고 시내를 마주하고 혼재되어 있는 사원들과 세련된 신 시가지는

    특유의 조화를 이루며 기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 중국양식의 구공시사원

     

      

     

     

     

     


     

          # 태국식 사원 -  세계에서 세번째로 크다는 33m 길이의 와불

     

       

     

     


     


      

     

     

     

    #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조각상들이 인상 깊었던 미얀마식 사원

      

     

     

    마치  불교 테마파크를 보는 듯 시내 도처에 산재해 있던 다양한 사원들도

    서로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주변 절들과 사이좋게 어울려 지내고 있었다.

     

     

     

         

     

     

     


     

     
     

     

     

    # 화려하게 치장된 페라나칸 맨션

     

     

     

    페라나칸은 중국과 말레이의 혼합 문화 및 인종을 뜻하는 말로

    보통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남성을 바바, 여성을 노냐로 부르고 여기에는 다양한 민족들의 문화도 섞여있다.

     

    정화의 원정 이후로 동남아 각지에 진출한 화교상인들은

    고향을 떠나왔지만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착과

     엄청난 부를 일구어 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고 한다. 

     

    여기에 그들의 다양한 문화까지 녹아들어

    '페라나칸'이라는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문화가 탄생했다.

     

     


     

     


     

     

    Hello, Stranger!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

     

    어쩌면 여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냉담해 보이던 현지인들도 낯선 이방인의 꾸벅 고개를 숙인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 인사에 친근한 동네주민들처럼 환한 미소로 답해 주었다.

     

    이때의  안도감은 그들의 삶과 밀접해 지는데 조금 더 용기를 준다.

    짦은 만남이었지만  말없이 건네는 따뜻한 미소에 행복함이 절로 스며 들어왔다.

     

    화려하면서 독특한  페라나칸 문화와 양식,

    세련된 신시가지와  어울려 있는 볼거리 많은 다양한 양식의 사원들,

    쉽게 구분하기 힘든 다양한 민족들이 스스럼없이 지내는 소박한 일상들...

     

    이질적이었지만 모두가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지내는 모습들이

    '동양의 진주'라 칭송 받는 페낭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인도 여행'이란 책을 꺼내보며

    100년 전  헤세가 느꼈던 감정들에 다시금 동화되어 갔다.

    첫 시를 되뇌이며 새로운 방랑을 다짐해 보기도 했다.

     

    헤세는 광란의 제국주의 시절 약탈자와 같은 서구인의 입장이 아닌

     지식인으로서 자성과 비판을 아끼지 않았고,

     

    원주민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던 시대에 방랑자로서 식민지 주민들에게 다가가

     같은 인간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인류애라는 보편성을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그의 사유와 체험의 흔적들은 작품들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되었다.

     

    그가 여행을 되돌아보며 느꼈던 여행의 매력은

    이 책 중   '인도에 대한 추억'  부분에 잘 나타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열 가지도 넘는 다른 민족들의 서로 다른 언어로도 말 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

    억눌린 자들에 대한 동정과 허세를 부리는 억압자들에 대한 야유,

    어디에서나 이들 모두가 사람이며,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우리의 형제요

    운명적 동료라는 특이하게 행복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

     

    "말레이인, 인도인, 중국인, 일본인들에게서 인간을

     그리고 가까운 친척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때의 여행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이교

    유쾌하고도 진중한 여행을 꿈꾸는 한량

    같이 보기 좋은 글

    말레이시아의 인기글

    이교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